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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슈] ③ “무기만 바꾸면 직업 전환?”…‘마비노기 모바일’ 유저 기만 논란

‘자유 전직’의 허상, ‘생활’의 실종…유저들 “말뿐인 자유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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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박소현⁄ 2025.11.11 17:43:51

마비노기 모바일. 사진=넥슨

 

“무기만 교체하면 자유롭게 전직할 수 있다”고 홍보해온 ‘마비노기 모바일’의 직업 시스템이 실상은 전혀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생활 콘텐츠마저 방치되면서, 원작이 상징하던 ‘함께 살아가는 판타지 라이프’의 정체성도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원작 팬들이 기대했던 자유로운 클래스 전환은 막대한 재투자를 전제로 한 ‘형식적 자유’로 변했고, 생활 콘텐츠는 경제 루프가 끊기며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자유로운 성장과 자급자족 세계관이라는 근본 철학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무기 교체만으로 전직 가능” 홍보했지만, 클래스 전환은 ‘형식적 자유’

 

마비노기 모바일 론칭 쇼케이스에서 김동건 데브캣 대표는 “이미 전직을 했더라도, 플레이 중 다른 클래스의 무기를 장착해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식 홈페이지 역시 “전사, 궁수, 마법사, 힐러, 음유시인, 도적 등 여섯 계열의 클래스를 만나볼 수 있으며, 무기만 바꾸면 다른 클래스로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론칭 쇼케이스

 

하지만 실제 게임 시스템은 이와 다르다. 무기를 교체하면 외형상 전환은 가능하지만, 이전 수준의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재화를 다시 투자해야 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무기·장신구·엠블럼·방어구 장비에 장착 아이템인 ‘룬’을 각인한 후 이를 강화해 전투력을 높이는 구조다. 룬은 강화 단계에 따라 능력치와 스킬 효과가 향상되는 핵심 성장 요소로, 클래스 전환 시 대부분을 새로 세팅해야 한다.

 

유저가 다른 클래스로 변경하려면 해당 클래스 전용 무기에 룬을 다시 각인하고 1강부터 재강화를 진행해야 한다. 강화 수치 이전 기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신구와 엠블럼 역시 클래스별로 요구되는 룬 종류가 달라 별도의 세팅이 필요하다.

 

무기 룬 ‘천자루의 검’을 무기 장비에 각인 후 강화한 모습. 

 

예를 들어 시즌0 당시 1티어 무기 룬인 ‘천자루의 검’을 마법사 전용 무기에 장착해 14강까지 강화한 유저가 궁수로 전환할 경우, 해당 룬과 강화 수치는 궁수 무기에 일절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궁수 전용 무기에 ‘천자루의 검’ 룬을 새로 각인한 후 1강부터 다시 강화해야 하며, 기존 무기를 분해해 일부 재료를 회수하더라도 추가 재화가 소모된다.

 

장신구도 마찬가지다. 목걸이 1부위, 반지 2부위로 구성된 장신구에는 스킬을 변형·강화하는 룬이 각인되지만, 클래스가 바뀌면 그 효과는 모두 무효화된다. 예컨대 마법사 스킬 강화 룬이 장착된 장신구는 궁수 전환 시 아무런 강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처럼 무기·장신구·엠블럼의 룬 강화 수치가 전혀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클래스 전환은 사실상 모든 누적 투자 자산을 초기화하는 행위가 된다. ‘자유로운 클래스 전환’은 기술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막대한 재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수개월간 쏟아부은 재화와 시간을 감수해야 하므로,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한 유저라면 클래스 전환을 시도하기 어렵다. 매몰비용이 지나치게 커 ‘전직’이라기보다 사실상 ‘새 캐릭터 육성’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구조는 원작 ‘마비노기’의 핵심 정체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PC 버전에서는 무기만 교체하면 즉시 클래스 전환이 가능했고, 별도의 강화나 세팅 과정 없이 새로운 스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버전에서는 이 같은 ‘자유 전환’ 개념이 사라지고, 단순히 외형만 바뀌는 형식적 전환으로 변질됐다. 유저들은 “원작의 자유 전환을 계승한 듯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강화 구조를 분리해 과금 부담만 늘린 말장난형 시스템”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넥슨이 내세운 “무기만 교체하면 클래스 전환 가능”이라는 문구는 결국 원작 팬들의 기대를 이용한 언어적 기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의 클래스 시스템은 원작의 철학을 계승하지 못한 채, “전환은 가능하지만 자유롭지 않은” 모순적 구조로 남았다.

 

마비노기 모바일, 생활 콘텐츠도 ‘유명무실’

 

마비노기 모바일 공식 홈페이지 설명.

 

마비노기 모바일 공식 홈페이지에는 “양털을 깎고, 우유를 짜고, 약초를 캐며 소박하지만 알찬 살림을 꾸려보세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러나 실상은 “소박한 살림”은커녕, 경제 루프·거래 시스템·성장 메리트 어느 면에서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유저들의 공통된 평가다.

 

게임 오픈 이후 넥슨은 생활형 협동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던 길드 시스템을 사실상 방치했다. 길드 협동, 공동 생산, 길드 미션 등 생활 기반 시스템은 거의 확장되지 않았고, 그 결과 원작이 강조하던 ‘함께 살아가는 에린의 생활’이라는 감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채집으로 얻은 재료는 거래소에서조차 팔리지 않는다. 거래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탓이다. 현재 거래소에서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생활 아이템은 물약 한 종류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자급자족 가능한 수준이어서 생활 콘텐츠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졌다.

 

생활력 성장 보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력을 높여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제작 의자나 생활력 제한 악기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최근 패치를 통해 캐시 마일리지로 더 높은 등급의 악기를 구매 가능해지면서, 기존 생활 유저들의 노력은 한순간에 무력화됐다.

 

생활 유저들은 “악기 하나 보려고 생활력을 꾸준히 올려왔는데, 이제 현금만 내면 더 좋은 악기를 살 수 있다”며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생활 콘텐츠 관련 이벤트 운영 역시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은 ‘만들고, 모으고, 꾸미고!’ 시리즈를 수차례 반복 진행하고 있지만, 매번 보상 구성과 진행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

 

이벤트 명칭까지 바꿔치기 수준으로 재활용되면서, 유저들은 “실질적인 개선 의지는 없고 생색내기식 운영만 반복되고 있다”며 성의 없는 기획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넥슨이 강조한 ‘나만의 힐링 라이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는 “판타지 속 생활의 즐거움”을 강조했지만, 실제 게임은 생활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거래 시스템을 마비시킨 채, 할게 없는 게임만 남겼다.

 

유저들은 “이건 판타지 라이프가 아니라 판타지 생계 파탄”이라며, “생활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 ‘생활’이 통째로 삭제된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넥슨은 “지난 8월 첫 라이브 방송과 9월 온라인 쇼케이스를 비롯해 '에린노트' 등을 통해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며, 게임 환경을 고려한 클래스 밸런스 개선 또한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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