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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농심, 즐거움·공감 담은 디자인으로 전 세계 문 두드린다”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 “정체성 지키면서 새 시도 접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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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6.01.07 14:43:14

전 세계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 열광할 때 또 주목받은 것이 있다. 바로 극 중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헌트릭스’ 멤버들이 맛있게 먹던 라면과 과자. 국내 대표 브랜드 제품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가운데 농심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라면’, ‘새우깡’에 케데헌 캐릭터 디자인을 입혀 영화 속 제품을 현실화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당 제품들은 ‘2025 대한민국 패키지 디자인대전’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제품 매출도 상승세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를 농심 본사 농심관에서 만나 ‘케데헌 신라면&새우깡 패키지’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및 농심 제품 디자인 철학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들어봤다.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이 농심의 제품 패키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케데헌 패키지 외 농심의 주목할 만한 제품 패키지를 또 소개하자면?

“스낵 카테고리의 ‘빵부장’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빵부장은 빵을 사먹기 부담스러울 때 가볍게 대체할 수 있는 스낵인데요. ‘소금빵’과 ‘초코빵’에 이어 최근엔 ‘말차빵’까지 라인업을 넓히며 ‘베이커리 스낵’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빵부장은 머리와 콧수염이 모두 빵 모양으로 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요. 단순 외형적 디자인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에도 신경 썼어요. 빵부장이라는 네이밍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시리즈는 ‘빵을 좋아하는 한 연구원’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개발하고, 제품마다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단순한 맛의 확장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접근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빵의 감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스낵 카테고리 안에서도 차별화된 선택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빵부장을 비롯해 다른 제품에서도 이처럼 캐릭터의 탄생 배경, 브랜드에 대한 소개, 상징 컬러 등 기준을 담은 ‘브랜드 가이드’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올해엔 약 13개의 브랜드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국내외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입니다.”

농심 '빵부장' 시리즈 연출 이미지. 사진=농심

- 농심은 대표 제품인 라면부터 스낵,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각 카테고리별 디자인 주안점이 따로 있나요?

“라면은 브랜드의 상징성과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신라면은 한국적인 매운맛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브랜드이기에 한눈에 인지되는 아이콘과 강한 컬러, 그리고 일관된 레이아웃을 통해 글로벌 어디서든 그 정통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스낵은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카테고리입니다. 그렇기에 제품의 형태와 색상, 맛과 원재료, 캐릭터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면서 선택의 즐거움을 유도하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음료는 기능과 메시지의 명확성이 핵심입니다. 제품의 특징과 혜택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 구조를 단순화하고,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어떤 카테고리이든 브랜드의 일관된 기준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이야기되게 하는 순간의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 패키지도 리뉴얼을 거칠 때가 있는데요. 이 경우 이미 굳혀진 이미지로 리뉴얼 과정이 특히 까다로운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농심의 라면 제품은 신상이 아닌 이상 이미 소비자가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기존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자기 획기적으로 바꾸면 가짜 제품으로 오인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단계별로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나갑니다.

이는 오리지널 제품의 확장 라인업에서 더 자유롭게 이뤄집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기존 신라면을 상징하는 ‘매울 신(辛)’ 폰트는 살리면서도 주황색을 내세워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올해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1월 2일 정식 출시한 ‘신라면 골드’는 제품명을 살린 금빛 패키지를 통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농심은 라면부터 스낵, 음료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키지 디자인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하나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탄생하는 과정은?

“패키지 디자인은 먼저 제품에 담아야 하는 본질과, 소비자가 기대하는 경험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맛이고, 어떤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선택받아야 하는지를 마케팅팀과 명확하게 논의합니다. 그 다음 브랜드 정체성과 트렌드를 고려해 디자인 콘셉트와 스토리를 설정합니다. 이 단계에서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과 정체성, 그리고 새롭게 도전할 영역의 균형을 잡습니다.

디자인 시안을 잡을 땐 친근한 방식부터 급진적인 변화까지 다양하게 잡아 약 20개 이상 작업합니다. 여기서 내부 논의를 꾸준히 거쳐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여 나갑니다. 실제 제품과 유사한 목업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샘플 테스트도 거쳐 시각적인 완성도와 생산성과 유통 환경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검증을 거칩니다.”

 

-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시의성’, ‘가독성’, ‘컬러’, ‘원포인트’ 등 중요한 요소가 많이 있는데요. ‘눈에 띄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심에 두는 건 ‘기억에 남는 디자인’입니다. 열 가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한 제품에 다 몰아넣으면 오히려 한 가지도 기억 못할 수 있거든요. 특히 매대에서 소비자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간은 매우 짧기에, 첫인상에서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동시에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강한 색이나 자극적인 표현이 아니라, 브랜드와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 제품의 강점과 스토리가 얼마나 기억되게 할지가 관건이죠. 그래서 최대한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내고 핵심을 부각해, 즐거운 소비 경험으로 이어지게 하는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은 항상 브랜드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왜 이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 스스로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디자인실이 실행 부서가 아니라, 전략 파트너로 기능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1월 2일 정식 출시한 '신라면 골드' 연출 이미지. 사진=농심

- ‘뉴트로’ 열품이 불었을 때 식품업계에서 제품의 맛뿐 아니라 디자인도 복고풍으로 바뀌고, 올해는 ‘말차’ 열풍으로 제품이 초록 빛깔로 물들고, 케데헌이 인기를 끌자 이를 활용한 제품도 쏟아지는 등 디자인의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는데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포토샵 스킬 등은 공부를 하면 채워지는데, 트렌드를 읽는 안목,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쌓아지지 않습니다. ‘많이 보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읽어내고,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지가 중요하죠. 결국 디자인의 출발점은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뿐 아니라 부서원들 모두 타사 제품들을 꾸준히 둘러보며 트렌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식품 카테고리뿐 아니라 패션,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영역도 넘나들며 폭넓게 관찰합니다. SNS나 숏폼 영상, 밈 문화 등 국경 없이 빠르게 생성, 소비되는 콘텐츠들도 자연스럽게 접하고요. 이렇게 공부한 것들을 회의에서 교류하는 시간도 갖고, 조사 결과물을 분기별로 회사 내부에 공유도 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는 소비자와 시대의 감수성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다만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트렌드를 그대로 적용하면 금방 낡아버릴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렌드를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봅니다.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 제품과 결합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그래야 트렌드가 지나간 이후에도 브랜드 정체성으로 기억되는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트렌드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어떤 흐름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닿는 방식은 로컬 문화와 감수성을 거치며 달라집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큰 방향성과 브랜드 일관성은 유지하되, 컬러나 그래픽, 정보 표현 방식엔 유연성을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농심 디자인실 김상미 실장(상무)은 "최근 K-푸드 열풍과 함께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 드라마 등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와 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사진은 유학생을 대상으호 한 농심 '케잇데이' 행사 현장. 사진=농심

- 최근 눈에 띄는 식품업계 디자인 트렌드가 있다면?

“최근 K-푸드 열풍과 함께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 드라마 등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와 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제조사들도 한국 식재료나 K-푸드, K-라면,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지나 상징만 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어떤 제품에 맥락 없이 태극 문양을 그냥 넣어버리던가 하는 식으로요. 오방색이나 단청, 한글 같은 요소들이 사용되지만, 그 의미나 맥락이 제대로 전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따라서 이젠 한국 문화를 어떻게 더 깊이 있고, 정확하게 글로벌 소비자에게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언어와 미각, 문화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 지금까지의 디자인 작업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매 프로젝트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기억에 남아 하나만 꼽긴 어렵네요(웃음). 새로운 브랜딩을 처음부터 만들어 신제품으로 시장에 선보였을 때도 인상 깊었고요.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아쉬웠던 점을 개선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결과물이 실제 소비자와 만나고 그 변화가 체감될 때 가장 의미 있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디자인이 의도한 방향대로 작동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브랜드의 전략과 메시지가 디자인을 통해 정확히 전달되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소비자 모두가 그 가치를 공감해 줄 때 그동안의 고민과 과정에 의미가 생긴다고 느낍니다.”

 

농심 패키지는 '기억에 남는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사진은 농심의 라면 패키지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디자인은?

“지금 K-컬처, K-푸드에 제대로 물이 들어왔습니다. 과거 해외 생활을 할 땐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이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되묻는 등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경우도 꽤 있었는데요. 요즘엔 한국인이라 하면 ‘쿨(Cool)’이라 하면서 ‘나도 한국 음식 먹어봤다’, ‘한국 음악 많이 듣는다’, ‘한국 드라마 재미있다’ 등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군요.

그렇기에 멈추지 않고 노를 저어 한국을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보고 싶은 나라’에 한국이 오른 배경엔 듣는 음악, 입는 옷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음식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음식은 직접 입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해당 국가의 신뢰도와도 연결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더 믿고 찾을 수 있도록 품질도, 한국적인 정체성도 잘 갖춰야 하죠.

농심 또한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단기적인 표현의 영역이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사용자의 경험 전반에 일관되게 녹여내고, 한국적인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공감 받을 수 있는 젊고 감성적인 디자인 언어를 각 국가의 문화에 맞게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가 K-푸드에 즐거움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이 단순히 ‘보이는 결과물’을 넘어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신뢰와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도록 꾸준히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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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빵부장  신라면  넷플릭스  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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