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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 2026년 첫 전시로 순수미술과 공예의 접점에 주목한 기획단체전 'From Hands' 개최

이인진•김시영•이명진•구현모•홍영인•정창섭 등 작가 6인의 ‘핸드 크래프트’ 작업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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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6.02.04 14:15:23

From Hands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PKM 갤러리는 2026년 첫 전시로, 2월 4일부터 3월 21일까지 기획단체전 «From Hands»를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순수미술과 공예의 교차 지점에서 손의 감각에 집중하는 6명의 작가 – 이인진b. 1957, 김시영b. 1957, 이명진b. 1995, 구현모 b. 1974, 홍영인b. 1972, 정창섭1927-2011 – 의 핸드 크래프트handcraft 작업에 주목한다.

From Hands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기계와 디지털이 인간의 정신을 장악하는 현 시대, 몸과 맞닿는 경험은 더욱 소중해졌다. 알고리즘이 예측하기 어려운 손끝의 미세한 떨림과 감촉은 인공지능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듯하다. «From Hands»는 매끈한 스크린 너머 가 닿을 수 없는 가상세계를 뒤로 하고, 물질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통해 만들어진 순수미술과 공예의 경계 없는 조형 세계를 조명한다. 손이라는 원시적이고도 정직한 도구에 기대어 작가와 재료가 만나는 ‘실제’의 순간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From Hands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도자 대가 이인진은 노동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지난 50여 년간 흙과 불, 장작의 재를 활용하는 소박한 토기를 제작해 왔다. 물레로 빚은 기器를 유약을 바르지 않는 무유소성 기법으로 장작가마에서 5~6일에 걸쳐 끈기 있게 구워 내는 그의 작업 방식은, 장인 정신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확장한다. 도자 표면의 자연스러운 무늬와 색감은 작가의 손맛에 더불어 흙과 장작의 성질, 가마 속 불길을 따라 이는 바람, 나뭇재의 흩날림 등 자연적인 변수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넉넉한 항아리와 다기, 화병 등 1990년대 이후의 주요 작업들이 소개된다. 이인진은 미국과 한국, 일본 비젠에서 도예 기술을 연마했으며, 1999년부터 24년 동안 홍익대 도예유리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다. 2023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재)아름지기 협찬

흑자 장인 김시영은 재료공학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하다 흑자 파편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흑유도자에 입문했다. 이후 40여 년간 전통 고려흑자를 재해석하고 변주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하였다. 김시영 도자의 흑색은 단순한 검정이 아닌 곤충의 날개, 공작의 깃털, 조개 껍데기와 같은 오색찬란한 빛을 머금는다. 이는 작가의 재료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무수한 경험에 기반한 ‘필연’, 그리고 1,300℃ 이상의 고온에서 흐드러지는 물성의 ‘우연’이 폭발적으로 만난 결과다. 본 단체전에서는 그의 소우주를 의미하는 ‹플래닛Planet› 연작 중, 구조색structural coloration과 요변窯變 이 두드러지는 달항아리와 다완 작업이 전시된다. 김시영은 2019년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런던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파리의 기메 동양 박물관 등에서 그의 대형 달항아리를 소장하고 있다.

From Hands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젊은 도예가 이명진은 건축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흙 오브제를 제작한다. 건물의 양감과 실루엣뿐 아니라 설계 도면 위의 치밀한 선, 표식, 비례 등은 이명진 작업의 소재가 된다. 그는 건물이 수직으로 축조되는 과정과 로프 형태로 길게 늘인 점토를 층층이 쌓는 도예의 코일링Coiling 기법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한다. 나아가, 흙의 물성에 집중해 손으로 밀고 덧붙이는 단계를 거치며, 건축적인 직선과 곡선, 표면과 볼륨, 조형성과 기능성 간의 균형을 도자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모듈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블록 선반 연작과 스툴을 선보인다.

도예와 조소를 전공한 구현모는 흙과 나무 같은 천연 소재와 금속, 아크릴 물감 등의 인공 재료를 손의 감각으로 유연하게 결합해 왔다. 작가는 지난해부터 세라믹 작업에 집중하며 흙의 자유로운 형태와 유약의 색, 질감을 실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본 단체전에서는 자연이 작가의 손길을 거쳐 도자로 번역된 ‹벽 위 바위 위의 나무tree on the rock on the wall›와 나뭇결의 형상이 바람에 일렁이는 숲처럼 진동하는 스탠딩 조각 ‹숲 섬forest island› 등, 그의 최신작들이 전시장 벽면과 바닥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며 설치된다.

홍영인은 텍스타일과 조각, 퍼포먼스를 주요 매체로 하여, 동물과 인간의 개별 서사를 길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Signalling› 연작은 코끼리가 위급 상황에서 내는 소리의 파형sound wave 을 추상적인 직조로 형상화한다. ‹A Colourful Waterfall and the Stars›는 1970-80년대 한국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을 실과 직물을 통해 해체하고 다시 쓴 대형 설치 작업이며, ‹Easton, Bristol› 연작은 작가가 거주하는 영국 브리스톨 거리의 그래피티를 자수로 옮겨와 전시장 내부로 소환한다. 실을 수직과 수평으로 엮어 직물을 만드는 직조의 원리처럼, 작가는 손으로 풀고 엮는 행위를 통해 소외된 목소리와 흩어진 이미지를 상징적인 체계로 구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故 정창섭 화백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닥종이 회화가 본 전시에 출품된다. 정 화백은 1980년대 초부터 약 30년 동안 물에 불린 닥 반죽을 캔버스 위에서 두 손으로 주무르고 펼친 후, 서서히 응고시키는 특유의 회화를 구현해 왔다. 그의 작업은 작가의 몸짓이 물질의 생명력과 동화되는 물아합일物我合一의 경지를 내보인다. 특히 그가 생의 마지막까지 천착했던 ‹묵고Meditation› 연작은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선 촉각적 오브제로서, 절제된 화면 속에 응축된 정 화백의 미학적 성취를 고요히 드러낸다.

이처럼 «From Hands»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이인진과 김시영의 도자에서 시작하여, 건축과 도자 사이를 탐구하는 이명진, 도예와 조소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현모, 텍스타일의 홍영인, 그리고 물아합일의 경지에 오른 정창섭의 회화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순수미술과 공예의 작업을 구분 없이 살피는 본 전시는, 보는 것을 넘어 각기 다른 손의 움직임이 주고받는 온기 있는 대화를 관객에게 들려 줄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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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  From Hands  이인진  김시영  구현모 이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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