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6.03.09 11:26:29
피자헛 차액가맹금 사건은 대법원에서 가맹본부 패소로 확정됐다. 이후 여러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모든 사건이 같은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차액가맹금 산정방식 고지 여부’가 아니라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차액가맹금 수취에 대한 계약상 합의가 있었는지였다. 판결 이후 가맹업계 관심은 ‘차액가맹금 수취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어디까지 인정되는가’에 쏠리고 있다.
차액가맹금 산정방식 고지 의무는 ‘글쎄’…직접 판례 없는 ‘회색지대’
가맹사업법은 차액가맹금을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원·부자재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본사가 적정 도매가격을 초과해 취득하는 금액으로 규정한다. 즉, 가맹본사가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얻는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주 동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수취했다며,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수령을 정당화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피자헛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약 21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피자헛 사건을 “가맹계약서에 구체적인 차액가맹금 산정식이 없으면 가맹본부는 무조건 진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판결이 실제로 겨냥한 쟁점을 놓치게 된다.
피자헛 사건에서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가맹본부가 공급 거래에서 취득한 차익을 차액가맹금으로 볼 때 그 수취를 정당화할 계약상 조항이나 그 외 다른 근거나 합의가 존재하는지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각 가맹계약에는 가맹금 중 차액가맹금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적시하면서, 그 상태에서 “피고의 차액가맹금 수령을 정당화하는 근거나 합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판단 구조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차액가맹금 역시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에 포함되므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부터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그 수령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어느 수준까지 계약서에 고지돼야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판결문 어디에서도 차액가맹금의 산정 방식이나 비율 등 구체적인 마진 구조까지 반드시 계약 단계에서 고지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YK법무법인 등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성립하려면 차액가맹금의 산정 방식이나 비율 등 마진 구조까지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판결 취지를 넘어선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가맹사업법은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법리 해석 논쟁의 주요 쟁점이다. 개정 전에는 구입강제품목의 공급가격(차액가맹금)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기재할 의무가 없었으나, 개정법은 이를 필수 명시사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피자헛 가맹본부는 2심 소송에서 "법 개정에 따라 존속 중인 계약에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만큼, 그 이전에 차액가맹금을 규정하지 않았거나 명시적 합의가 없었더라도 이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개정법이 존속 중인 계약에 대해 보완 기간을 두었다고 해서, 종래 계약상 근거나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수취해온 행위에 소급하여 법적 근거를 부여하거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 측 주장을 정당화하면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을 사실상 소급 입법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재판부는 '차액가맹금 산정방식 기재 여부'라는 세부 쟁점을 따진 것이 아니라, ‘합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려 한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심 판결은 '차액가맹금 수취를 위한 합의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했을 뿐, 산정 방식까지 고지해야 ‘구체적 합의’로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법 개정 이전 체결된 기존 계약에까지 '차액가맹금 수취 사실 고지'를 넘어 개정법 수준의 엄격한 기재를 요구할 경우, 가맹본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준을 과거 계약에 사실상 소급 적용하는 법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법부 경향을 고려하면, 개정 법령을 과거 계약에 사실상 소급 적용하는 판단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또한 가맹본부에게 불리한 내용을 소급 입법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계약 성립에 관한 일반 법리도 함께 언급했다.
해당 문구는 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 또는 ‘장래 특정 가능한 기준과 방법’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계약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인정된다면 반드시 장래 특정 가능한 기준과 방법(차액가맹금 산정방식)까지 계약서에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구체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장래 내용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방법이 존재한다면 계약 정당성이 인정된다.
결국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분명히 밝힌 핵심은 ‘산정공식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취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라는 점이다.
차액가맹금 수취 고지한 교촌·BHC, 피자헛과 운명 가를 ‘계약서 한 줄’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를 증명하지 못한 차액가맹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판단돼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체적 합의’가 어느 수준까지 인정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가맹계약에서는 차액가맹금 비율이나 산정 방식까진 명시하지 않더라도, 가맹본부가 원·부자재 공급 과정에서 차액가맹금을 수취한다는 사실 자체는 계약서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촌치킨 가맹계약서에는 본사가 ‘로열티’ 명목으로 차액가맹금을 수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다. 해당 로열티는 원·부자재 공급가와는 별도로 ‘정기납입금’ 형태로 포함돼 가맹점주가 지급하도록 돼 있다.
별첨 서류인 ‘필수·권장 구매품목 목록표’에는 “가맹본부가 공급하는 원·부자재에는 당사의 로열티(정기납입금)가 포함돼 있으며, 원·부자재를 가맹본부 또는 그가 지정한 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구매할 경우 가맹본부의 사업 근간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또 다른 사례로 BHC치킨 가맹계약서에는 별첨된 ‘거래대상물 품목표’에 원·부자재 품목별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가 표시돼 있다. 각 품목마다 차액가맹금 적용 여부가 표시되는 방식이어서 가맹점주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차액가맹금의 존재 자체를 인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계약서나 별첨 문서를 통해 차액가맹금 수취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계약서 어디에도 관련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던 피자헛 사건과 동일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대법원 판결을 엄격하게 해석하더라도 가맹본부는 계약서 조항 외 근거나 사정을 토대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차액가맹금 수취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도 이번 판결문에서 묵시적 합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려면 △계약 체결 경위와 계약 전체 내용 △가맹점사업자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 제공 여부 △법적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 △가맹점사업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차액가맹금 수취 사실이 고지된 계약 구조라면 ‘차액가맹금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나 ‘충분한 정보 제공 여부’ 등 대법원이 제시한 묵시적 합의 판단 요소에서도 가맹본부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어 논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다툼의 초점은 계약 체결 경위와 계약 전체 구조, 점주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의 정도, 업계 거래 관행 등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차액가맹금 수준이 거래 관행이나 사업 구조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맹본부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향후 소송의 핵심은 차액가맹금 수취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합의가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법원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 분쟁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피자헛 사건이 ‘차액가맹금 조항이 없는 계약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판결이었다면, 앞으로 이어질 소송들은 차액가맹금 수취 사실이 계약서나 거래 구조에서 확인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