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이 소산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 ‘왓 에코스 인 더 스몰 마운틴(What Echoes in the Small Mountain)’을 선보이고 있다.
처음으로 이국의 풍경을 그린 신작 ‘요세미티(Yosemite)’ 공개
1984년 1호 전속작가로 가나아트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대성 화백은 한국화와 서예의 필법을 응용한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해 수묵화의 현대적 해석을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예적 ‘선’을 기반으로 한 절제된 형상화와 공간의 변형을 통해 반추상적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1969년부터 8년 연속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한국화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옥관문화훈장을 수여받았다.
그의 작품은 미국 LACMA 미술관, 다트머스 대학교 후드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등의 해외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및 부산시립미술관, 호암 미술관, 청와대 등 국내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처음으로 이국의 풍경을 그린 신작 ‘요세미티(Yosemite)’(2025)를 공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담은 이 작품과 함께, 20년 전 작가가 미술관에 기증한 세 점의 풍경화 ‘케이브 오브 엔라이튼먼트(Cave of Enlightenment)’(2006), ‘나인 드래곤 폴스 온 다이아몬드 마운틴(Nine Dragon Falls on Diamond Mountain)’(2004), ‘나인 드래곤 폴스(Nine Dragon Falls)’(제작 연도 미상)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전시된다.
작가가 가족과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 ‘요세미티’는 미국 서부 해안의 지형에서 받은 감흥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이다. 박대성 화백은 실경(實景)을 넘어 자신의 심상 속 풍경인 의경(意景)을 화면에 투영하기 위해 조형성 실험을 거듭해 왔다.
부감법(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을 그리는 방법으로 동아시아 회화에서 자주 사용된다)에 어안(魚眼) 시점을 더하는 과감한 구도나 추상적인 담채 형태, 그리고 서예 필법에서 착안한 획의 변주는 이의 일환이다.
이러한 작가의 기법은 신작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거칠고 두터운 획으로 표현된 줄기와 역동적인 구도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나무들의 장엄함을 한층 극대화한다. 박대성 화백의 요세미티는 일본계 미국인 화가 오바타 치우라(1885~1975)의 요세미티 풍경화와 금강산을 그린 화백의 이전 작품과 한 공간에 전시되며 국경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수묵화의 울림을 보여준다.
동서양 자연의 보편적 아름다움 조명
이들 작품은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 작품으로, 한국의 산하를 담은 소장품과 이국의 풍경을 그린 신작은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며 동서양 자연의 보편적 아름다움을 조명한다. 작품 외에도 화첩 속 스케치와 작업 도구들이 함께 배치돼 관람객이 작가의 창작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개막한 전시는 올해 1월 29일과 30일, 각각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작가와 관객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확장됐다. 두 행사에서 박대성 화백은 한국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해석과 자신의 작업 철학을 현지 관객 및 학술 인사들과 심도 있게 공유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은 고대 공예 및 유물부터 현대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약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아시아 미술 전문 기관이다.
특히 본 미술관은 미국 내 예술기관 중에서도 이른 시기부터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을 소장해온 기관으로, 작가와 장기간에 걸친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개인전은 미술관과 작가가 20여 년간 축적해온 신뢰의 결실이자, 한국화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기여해온 박대성 화백의 예술적 궤적을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7월 13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