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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최… ‘천년’,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아시아 첫 공개

죽음을 전시,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 재정의… 종교를 대체한 과학, 과학과 결탁한 자본을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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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6.03.18 21:24:37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을 3월 20일(금)부터 6월 28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반항심 가득한 청년기를 보내면서 그림 그리는 자유를 유일한 탈출구로 삼았다. 런던으로 옮겨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중이던 23세에 직접 기획한 그룹전 《프리즈》(1988)를 통해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데이미언 허스트.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프리즈》는 낡고 방치된 부두의 창고에서 개최되었는데, 참여 학생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하고 기업 후원으로 도록을 만들어 홍보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 모인 작가들이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가 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 전시는 영국 산업의 폐허 위에서 영국 미술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데이미언 허스트는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이용하여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날 것 그대로 구현한 <천 년>(1990), 거대한 상어를 유리 수조 안에 전시하여 죽음의 공포를 대면하게 만든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을 연달아 발표하며 현대미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에 주목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특성이 역설적이게도 영생을 향한 욕망,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 의학과 과학에 대한 맹신, 수집과 통제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낳는다. 허스트는 그러한 인간의 욕망이 낳은 사회적 구조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 인간이 당연한 것으로 믿는 가치들, 즉 종교, 과학, 예술, 심지어 자본 등이 모두 비슷한 구조적 토대 위에 서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절대적이라고 믿는 이러한 가치들은 분명 진실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헛된 희망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이 사실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것이 허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허스트의 특별한 점은 바로 그런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관찰하고 직시하는 동시에 이를 뒤흔들고 실험하는 일을 독자적으로 해나갔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그는 창작자로서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유통과 기획, 수집과 전시의 전 과정에 관여하며 미술 생태계의 작동 방식을 자기 식으로 재편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가 하면, 미술 시장의 관례를 깨고 작가가 경매사와 직접 계약하여 작품을 판매하는 전례 없는 시도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집가이자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며 예술의 발굴과 확산에도 애썼다. 그가 운영하는 런던의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앤디 워홀 등의 거장에서부터 동시대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의 예술 작품을 수집하여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가의 40년 가까운 작업 세계를 시기 주제별로 조망했고 그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많은 분들께 작가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 그리고 새로운 영감의 기회로 작동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위트 있는 포즈를 취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는 “한국은 네 번째 방문이고 올 때마다 항상 즐거운 시간을 갖었습니다. 한국은 정말 훌륭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40년 동안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커리어 전반에서 쌓아온 모든 내용을 큐레이터들이 잘 살려주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는 작품 자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설명은 노트에 적어 벽에 전시해 두었으니 참고해주시면 됩니다”라고 짧게 말하고 기자들을 위해 위트 있는 포즈를 취했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침묵의 사치”,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 총 4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작품은 ‘죽은 자의 머리와 함께’라는 사진이다. 작가가 16살 때 시체 안치소에 친구와 함께 놀러 갔다가 이제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이다. 작가 예술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 그리고 시작점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작가는 페인팅에 대한 굉장한 동경이 있었다. 페인팅이 예술의 본령이라고 생각하고 페인터들을 동경했다. ‘스팟 페인팅’(1986)과 ‘스핀 페인팅’(1999)의 초기 버전이 모두 소개되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그의 작업 세계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색채와 형식을 둘러싼 미학적 고민들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스핀 페인팅에 붙은 제목들은 보면 여러 단어들을 무작위로 조합한 것 같은 제목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스핀 페인팅 같은 경우는 회전판이 돌아가고 있을 때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을 때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가 회전판이 멈추는 순간 이미지가 고착되고 운명이 결정된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은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에 대한 코멘트로 해석될 수 있다.

The Pyh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전경(천년).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에서는 거대한 유리 진열장을 사용한 대형 설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실감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역설을 표현한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된다.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 안에 거대한 상어를 넣은 이 작품은 죽음의 공포와 그 물리적 실체를 직면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실감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세상에 온갖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인간은 영생을 갈구한다든지 또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한다든지 또는 과학과 의학의 맹신과 같은 믿음을 보낸다는 것이다. 대여에만 거의 6개월이 걸리고 운반하고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잘린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 살충기로 구성된 ‘천년’(1990)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날 것 그대로 시각화했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작가는 인간의 믿음을 구성하는 체계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 의학과 자본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믿음의 이면에 깔린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전시 전경(신의 사랑을 위하여).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특히 인간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여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을 만난다. 이 작품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를 사용하여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 성인이나 천사, 신화적 동물의 일부를 해부한 조각들 ‘성 바르톨로메오, 극심한 고통’(2007), ‘천사의 해부도’(2008) 등은 종교와 과학, 그리고 예술의 미묘한 접점을 보여준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알약과 약장을 이용한 작품들은 의학에 대한 맹신, 그 이면에 깔린 영생의 욕망, 그리고 이를 작동하게 하는 시각적 요소들에 주목한다. 정제되고 깔끔한 외관, 규칙적이고 정돈된 진열 방식은 삶과 운명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강박적 집착과 욕망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장 안쪽에는 ‘약국’이 차려져 있다. 이 공간은 데이미언 허스트가 1998년 런던에 오픈하여 6년 간 운영한 ‘약국’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전시장 안에 일부 재현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는 이 이질적인 공간은 우리가 현대의학에 부여하는 신뢰와 권위가 어떠한 시각적, 공간적 경험에 기반하는지 자각하게 만든다.

전시 전경(작가의 스튜디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 4부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작업들’에서는 MMCA스튜디오에 런던에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준다. 이 공간은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며, 작가의 사유와 행위가 축적되는 창작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공간에는 미공개작 회화가 여러 점 전시되는데, 일부는 작가가 전시 직전까지 작업하던 캔버스를 그대로 옮긴 미완의 상태이다. 작가가 사용했던 붓과 페인트, 작업복과 신발,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 그리고 작가가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들은 예술이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준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살고 또 예술을 대하는지, 왜 다시 페인팅을 그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35년 여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오브제를 콜라주한 초기 작품에서부터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따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 유쾌한 발상들을 거쳐, 삶과 죽음을 처절하게 직면하게 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인간의 생명을 지속해주리라는 과학적 믿음을 상징하는 약장이 마치 종교적 성물처럼 전시되는가 하면, 수 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박제된 나비를 사용한 삼면화를 통해 아름다움의 잔혹한 실체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적인 작가의 혁신적 실험과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국내․외적으로 의미 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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