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는 오는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리는 ‘2026 화랑미술제(Galleries Art Fair 2026)’에 참가한다. 1979년을 시작으로 올해 44회를 맞이한 화랑미술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9개의 국내 갤러리 부스들을 선보인다. 본 전시와 더불어 관람객을 위한 풍성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7회째를 맞아 더욱 폭넓은 장르의 작가들을 아우르는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특별전시, 그리고 미술계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ART&ARTIST TALK'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한층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 미술시장의 회복세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올해 화랑미술제에서 국제갤러리 부스는 동시대 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먼저,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개최 중인 김윤신의 회화 〈영혼의 빛 2025-49〉(2025)를 소개한다. 삼각형과 원형 등 기하학적 패턴들이 리듬감 있게 화면을 분할하며, 다양한 층위의 청색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마치 화면이 진동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오는 4월 24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의 개최를 앞둔 홍승혜의 작품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액자형 부조〉(2024)는 작품 안팎의 형태가 자유롭게 교차하도록 의도한 여백이 특징으로,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작업 요소의 조합 방식에 따라 가변적인 ‘조립식 규칙’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김영나의 〈Found Composition: 220217〉(2022)도 선보인다. 문구류, 의류 태그, 종이 조각 등 일상적인 사물을 수집 및 아카이빙해 ‘허구적인(fictional)’ 구성으로 재배열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 중 하나다. 작가는 현재 대전 KAIST 미술관에서 개인전 《느슨한 시간(Oblique Time)》을 개최 중이다.
일상의 현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한 뒤 회화로 재구성해 온 박진아의 신작도 소개된다. 이번 출품작 〈월텍스트〉(2025)는 전시 개막 전 벽면에 텍스트 시트지를 부착하는 작업자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톤과 컬러로 담아냈다.
또한, 회화의 2차원적 평면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주요 기제 삼아 도시 공간이 지닌 시각적 운동성을 탐구해온 김세은의 작업도 출품된다. 〈더블 리프트〉(2020)는 양쪽으로 오르내리는 리프트에서 착안해, 장면의 구체적 정보를 덜어내는 대신 움직임과 레이어, 추상화된 형태를 강조하며 대상과의 거리감을 조율한 작업이다. 김세은은 오는 9월 국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굵직한 흐름을 이끌어온 중진 작가들의 사유 깊은 작업도 부스에 밀도를 더한다. 풍경 이면의 역사와 서사를 화폭에 담아온 민정기의 신작 〈지도가 보이는 선인장〉(2026)은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고지도에 대한 탐구와, 최근 새롭게 관심을 둔 정물화의 요소를 한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해 다층적이고 원숙한 작업 세계를 응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울러 끊임없이 회화의 본질을 묻고 탐구해 온 김용익의 〈Exhausting Project 25-113: 이것은 페인팅도 드로잉도 아니다 #48〉(2025)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이어온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의 일환으로, 남은 여생 동안 물감과 회구(繪具)를 모두 소진하겠다는 수행적 의지가 담겨 있다. 완결된 '페인팅'과 과정으로서의 '드로잉' 사이의 경계를 허문 역설적인 작품명은, 결과보다 삶과 동행하는 예술적 실천 자체를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오는 5월 10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점 K1에서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를 진행 중인 박찬경의 작품 〈어떤 산 - 백호〉(2008)도 소개된다. 조선 민화 속 용맹함과 위엄으로 잡귀와 재앙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상징적 존재를 디지털 프린팅 기법으로 구현한 평면 작업으로, 민간 전통 미학에 내재한 그로테스크, 숭고, 판타지, 유머 등을 이끌어내는 이번 전시의 회화작들과도 연결된다. 또한 이번 부스에서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두 한국 현대 조각 작품의 흥미로운 조형적 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유의 위트와 물질성의 해체가 돋보이는 김홍석의 신작 조각 〈Love for Little Things〉(2026)가 소개되며, 이와 함께 사물과 언어를 매개로 사유를 이끌어내는 안규철의 약 30년 전 조각 작품인 〈집 짓는 일〉(1995)이 전시된다. 두 작품은 각각 '작은 것들'과 ‘집’이라는 일상적 모티프를 출발점 삼아,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로 현대미술의 익숙한 형식을 비틀거나 정교한 구조적 사유를 환기하며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