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아카이브 이후: 이구열의 기록들’ 프로그램을 이달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연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리움미술관 아카이브의 출발점이 된 이구열 기증 자료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연구 활용과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 전시, 연계 세미나로 구성된다.
이구열(1932-2020) 선생은 미술 전문 기자이자 연구자로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온 인물이다. 그의 아카이브는 기사, 원고, 스크랩북, 사진, 편지, 전시 도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개인 자료를 넘어 동시대 미술계의 관계망과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삼성문화재단은 1999년 이구열 선생을 비롯한 근현대작가 160여 명의 기증 자료를 바탕으로 미술 전문 아카이브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설립했다. 2024년에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사료와 리움·호암미술관 및 재단 부속 기관들의 자료들을 통합해 ‘리움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총 8만 5000여 건의 자료를 소장한 리움 아카이브는 국내외 근현대미술 연구자들에게 기초 연구 자료를 제공하며 학술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아카이브 이후: 이구열의 기록들은 리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연구와 실천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한 연례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그간 축적된 기록을 다시 살펴보며, 아카이브가 단순한 기록의 축적을 넘어 연구와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10~11일 진행되는 제 1회 연구 포럼에서는 이구열의 기록과 컬렉션을 출발점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연구에서 아카이브의 역할을 다각도로 논의한다. 10일엔 ‘이구열의 컬렉션과 한국 근현대미술 연구’, ‘사적 기록에서 다성적 서사로’ 등의 세션을 통해 기록의 생산과 해석, 그리고 아카이브의 확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윤혜준(독립연구자)은 한국미술기록보존소의 설립과 이구열 컬렉션의 형성 과정을 짚어보고, 권행가(근현대미술연구소)는 아카이브가 출판과 전시, 미술사 서술, 미술 시장과 맺는 관계를 짚어본다.
현시원(연세대학교)은 기록 행위가 어떻게 하나의 글쓰기 방법론으로 전환되는지를 분석하고, 미셸 원 팅 웡(홍콩대학교)은 아카이브가 가진 창작적 확장 가능성을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제시한다.
패널 디스커션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아르코예술기록원, 백남준아트센터 등 국내 주요 기관의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참여하여 아카이브 운영 방식과 연구 사례를 소개하고, 기관 간 교차 연구와 협력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11일엔 미술사학연구회와 함께 ‘기록과 기록 너머: 이구열 기록물, 미술사의 틈새’를 주제로 한 학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계원(성균관대학교)이 작가 이미지가 형성되는 방식과 그 서술의 구조를 비평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전용근(서울대학교)은 전시 자료의 시각적 언어와 당대 미술·디자인 환경의 관계를 설명하고, 노유니아(명지대학교)는 국가 정책과 디자인 실천의 접점을 분석한다.
‘화단의 경계: 전쟁과 미술사’를 주제로 박소현(서울과학기술대학교)은 전쟁과 미술사 서술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김해리(이화여자대학교)는 냉전기 미술 제도와 전시의 이면에 깔린 정치적 성격을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한다. 박계리(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는 이구열 연구의 방법론적 의의를 짚어보고, 김윤서(백남준아트센터)는 아카이브 자료가 하나의 작가 서사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달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리움미술관 강당 라운지에서는 약 160점의 미술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 쇼케이스 형식의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 전체를 나열하기보다, 이구열이 오랜 시간 탐구해온 주제들을 바탕으로 한 포럼의 발표 내용과 연결되는 자료들을 선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각 시기의 주요 활동과 맞물린 기증 자료 및 도서를 함께 배치하여 그의 연구와 실천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 벽면과 선반을 따라 펼쳐진 자료는 이구열의 생애와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중앙에는 1998년 기증 이후 자료의 아카이빙 과정과 그 분류 체계를 소개한다. 이구열의 저작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과 구술채록 인터뷰 영상도 함께 마련했다. 전시 기간 동안에는 ‘자료실 투어’와 ‘연구에서 전시로의 확장’ 등을 주제로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읽고 해석하는 연계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리움미술관 구정연 교육연구실장은 “이번 ‘아카이브 이후’는 이구열 기증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장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기록이 연구와 해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첫 번째 프로그램”이라며, “이러한 기록은 한국 미술사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아직 쓰이지 않은 서사의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