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6.04.14 16:21:55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코카카)가 장기간의 리더십 공백을 해소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코카카는 지난 3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제10대 회장으로 소홍삼 서울・인천지회장(관악문화재단 대표이사)을 선출했다. 이어, 같은 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전체 223개 회원기관 중 155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해당 안건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코카카는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균형발전·상호 협력증진·예술유통, 소외계층을 비롯한 국민의 문화 활동지원 등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되었다. 문예회관 상호간의 협력증진을 지원한다.
소홍삼 신임 회장은 (재)관악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직하기 전까지 (재)의정부문화재단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문화사업본부장, 문화도시센터장, 축제총감독 등을 역임한 문화행정가다. 또한 연합회 운영위원, 경기지회 사무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과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지속된 운영 불확실성을 끝내고 전국 문화예술 현장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확보하게 된 코카카의 새 리더 소홍삼 회장을 만나 미래와 발전 방향을 들었다.
-만장일치로 승인되셨는데, 먼저 취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코카카, KoCACA)는 제게 ‘삶의 궤적을 함께해온 터전’과 같은 조직입니다. 제가 공연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연합회 사무국은 4~5명 규모의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이후 연합회는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왔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우리나라 문예회관의 발전 또한 연합회(코카카)의 성장과 발맞춰 왔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부터 코카카 운영위원, 사무국장을 지내고 약 16년 인연을 맺었습니다. 코카카는 제 개인적인 성장과 궤를 같이 해 특별합니다. 30여 년의 역사를 쌓아온 코카카는 이제 안정화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회장을 맡게 되어 각별한 애정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회원사 및 문예회관의 관심사는 그동안의 운영 불확실성 해소입니다. 앞으로 코카카를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신가요?
“코카카는 전국 223개 회원기관을 하나로 잇는 협력 플랫폼이자,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Ubuntu)’ 정신을 바탕으로 한 운명공동체입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전통의 도덕, 윤리와 관련된 사상입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한 지역의 문예회관이 흔들리면 전체 문화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듯, 전국 문예회관은 서로를 전제로 존재하며 코카카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반입니다.
이러한 상생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무엇보다 ‘안정’과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하여 예측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겠습니다. 또한 신뢰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매일의 관계가 쌓여 만들어지는 단단한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기관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우분투의 실천이라 믿습니다.”
-사무처 중심의 조직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사무처의 경쟁력은 곧 조직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명확한 목표 설정과 동기부여 체계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또한 교육과 훈련을 통한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실행 조직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행정의 능숙함을 넘어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전문성을 갖출 때, 사무처의 실행력은 비로소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그동안 실무자로 일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입장을 잘 이해합니다.”
-회원 기관마다 니즈가 다를 것 같습니다.
“현재 코카카에는 총 223개의 회원기관이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 문예회관은 서울부터 제주까지 지역 특성과 규모, 운영 여건에 따라 매우 다양한 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해 공통의 과제와 개별 과제를 구분해 접근하고,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맞춤형 지원 체계를 모색하겠습니다. 또한 권역별·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를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통 분모를 최대한 뽑아내고 또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부분들은 다른 형태의 도움을 고민하겠습니다.”
-지역의 크고 작은 문예회관들은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문예회관은 단순한 공연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생태계를 이끄는 핵심 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과 유통, 향유(교육과 참여)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서 지역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여 콘텐츠화하고, 지역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코카카는 공연 창작 지원, 페스티벌,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러한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협력을 확대해, 문예회관이 지역의 문화적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또한 지역 문예회관이 지역의 지역의 관광, 축제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면서 지역 경제 지역 활성화에 좀 더 많은 기여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 소멸, 인구 위기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지역 문예회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예회관의 역할을 기존의 공연 전시 유통 소비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 경제 또는 지역 문화 생태계와 같은 전체 플랫폼 차원에서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는 코카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코카카는 문예회관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이 보다 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가 지역 간에 원활하게 유통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 등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여, 문화예술이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합니다. 문화예술 교육은 장기적으로 지역 문화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각 문예회관이 강화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문예회관은 교육과 참여를 통해 지역 주민의 문화적 경험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공연 관람과 교육 프로그램이 연계될 때 보다 깊이 있는 문화 향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카카는 이러한 흐름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겠습니다.”
-예술인들이 회장님에게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우분투(Ubuntu)’ 정신은 전국 문예회관 사이의 연대를 넘어, 예술단체와 문예회관의 관계에서도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에너지가 없다면 문예회관은 생명력을 잃고, 안정적인 무대가 없다면 예술은 관객에게 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가치를 완성하는 필연적인 상생 관계입니다. 저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문예회관과의 협업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상호 신뢰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올해 확대 개편한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은 그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문예회관과 예술단체의 협업이 실질적인 제작과 유통의 성과로 이어져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이 확대 개편되었는데, 지역 문예회관의 기획・제작 기능을 강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으로 보시나요.
“올해 2년 차를 맞은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은 지역 문예회관이 공연 콘텐츠의 기획·제작과 브랜드화를 주도하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4배 확대된 총 100억 원 규모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95개 문예회관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문예회관이 유통 중심에서 벗어나 기획과 제작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를 통해 지역 문예회관이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고유한 문화 자원을 반영한 콘텐츠가 축적될 때 문예회관의 역할은 더욱 확장되고, 지역 문화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KoCACA아트페스티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KoCACA아트페스티벌은 전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공연 유통과 정보 교류, 네트워킹을 펼치는 공연예술 유통 마켓이자 교류 플랫폼입니다. 올해는 오는 6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며, 아트마켓과 쇼케이스, 포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공연예술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올해는 지역 순회 방식을 도입한 지 3년째를 맞이하여,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플랫폼 기능은 더욱 견고히 유지하되, 지역 순회 방식에 맞게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콘텐츠가 세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해외 교류 사업도 생각하나요.
"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문예회관의 역할도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코카카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해외 교류를 일방적인 진출이 아닌 상호 교류와 협력의 관점에서 추진하고자 합니다. 먼저, 해외 우수 작품의 국내 유통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국내 콘텐츠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도 모색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 아트마켓과의 교류를 강화해 실질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 문예회관과 예술단체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국내 문예회관의 경험을 세계와 연결함으로써, 우리 공연예술 생태계가 국경을 넘어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각오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올해는 우리 코카카가 전국 문예회관의 구심점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다시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방향을 정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 회복’은 코카카가 재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회원기관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의 요구가 정책과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에 집중하겠습니다. 문예회관 현장에서 코카카와 함께 성장해온 저이기에, 지금 현장이 느끼는 갈증과 기대를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책임감 있게, 현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