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 경계를 넘나들며 장거리 출퇴근·통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철은 매우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하루동안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쇼핑도 즐기고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것도, 수도권 곳곳을 다니며 일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전철 덕분이다. ■ 시골 간이역 같은 정겨움 가득 그 전철이 달리는 철도의 끝닿는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루에 수많은 도시인들을 실어나르는 전철 1호선의 끝이자 시작인 인천역. 그 곳에는 화려하고 복잡한 여느 전철역과는 달리 마치 시골 간이역 같은 정겨움이 남아 있었다. 종착역이라는 승무원의 안내를 듣고 전철을 내리면 나란히 놓여진 두 개의 철로가 끊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무심코 개찰구를 향해 가다가도 끊겨진 철로를 보면 이 곳이 바로 길고 긴 철로의 끝이라는 생각에 살짝 감상적이 된다. 역에서 멀지 않은 인천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슴푸레한 바닷내음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야트막한 건물이 제법 귀여운 인천역사는 1960년 6월에 지어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인천역과 맞먹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다른 전철 역사들은 대부분 새로 지어졌지만 인천역사는 수십년 동안 페인트만 다시 칠했을 뿐이다. 나즈막한 역사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옛 정취를 되새길 수 있는 볼거리가 될만 하다. ■ 주변엔 차이나타운 등 볼거리 풍성 한 때 인천역은 월미도와 인근 섬을 가려는 관광객들로 꽤 붐비는 호황을 누렸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로 이용객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 요즘은 하루 7,000 여 명, 주말에도 고작 8,000 여 명의 승객이 인천역을 이용할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 배편을 이용해 섬 지역을 가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인천역은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한산한 편이다. 조촐한 역사의 모습과는 달리 인천역 주변에는 볼거리가 제법 많다. 역사 바로 맞은 편에는 커다란 일주문이 ‘중화가(中華街)’라고 적힌 현판을 내걸고 이 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임을 알려준다. 빽빽히 들어선 집집마다 내건 홍등이 골목을 메운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차이나타운이 가까운 탓에 곳곳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공원인 자유공원도 멀지 않다. ■ 역시 인천 최고의 명소는 월미도 19세기에 만들어진 긴 역사만큼에 걸맞게 인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자유공원은 인천역 앞에 있는 응봉산 일대를 일컫는 것으로 산이 높지 않아 산책코스, 드라이브 코스로 즐기기 좋다. 하지만 인천역 주변 최고의 명소는 월미도. 인천역에서 차로 5분만 달리면 통칭 인천 앞바다라고 불리는 월미도에 다다른다. 월미도는 예전에는 주로 영종도 등 섬 주민들의 길목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즐비한 횟집과 전국 최고의 스릴을 자랑하는 바이킹 등의 놀이기구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한산한 인천역이 그나마 주말에 외지 사람들로 붐비는 건 월미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수인선 개통으로 새 역사 건설 예정 일상적인 교통의 수단으로만 여겼던 전철. 그 끝에는 옛 모습을 잃지 않는 인천역이 도심의 전철역답지 않은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어 정겹다. 하지만 이런 인천역을 볼 수 있는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2008년 수인선 개통을 즈음해 최신 시설을 갖춘 역사가 세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40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스쳐간 지금의 인천역사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별 다른 준비없이 잠시 훌쩍 떠나고 싶지만 기차여행이 너무 부담스러울 때 한번쯤은 전철 1호선을 타고 인천역까지 가 보면 어떨까. 굳이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을 먹고, 월미도에서 말로만 듣던 인천 앞바다를 보지 않아도 좋다. 한참동안 달려온 철로의 끝이 있는 한가로운 인천역에서는 마치 도심을 벗어난 듯한 가벼운 일탈을 만끽할 수 있다. -한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