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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바다비’를 살리는 유쾌한 서커스

존폐위기에 예술가등 자발적 ‘바다비 회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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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호 ⁄ 2007.07.03 14:44:56

라이브 클럽, 힙합 클럽 등 ‘클럽’이라는 이름을 단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홍대 주변에 유독 살롱(Salon)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곳이 있다. 12월 2일에 두번째 생일을 맞은 ‘살롱 바다비(이하 바다비)’가 바로 그곳이다. 살롱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작은 무대와 격이 없이 어우러져 있는 객석들이 웬만한 클럽보다 훨씬 더 아담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고급스러운 유럽풍 오리지널 살롱이나 혹은 밀실의 유흥문화의 산실인 룸살롱을 생각하고 바다비를 찾았다가는 크게 당황할만큼 소박한 곳이다. 맘씨 좋아보이는 바다비의 운영자는 “바다비는 귀족들이 모이는 살롱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모이는 살롱입니다. 장르에 규정을 두지 않고 어떤 예술이든 행해지고 예술가들과 대중이 소통하는 복합적인 장르죠. 일종의 사랑방 같은 개념입니다”라고 ‘살롱 바다비’를 설명한다. ■ “불가능은 없다” 열린 공간 ‘살롱 바다비’ 실명보다 ‘우중독보행’이라는 별명으로 많이 알려진 그의 말처럼 바다비에서는 음악공연 뿐 아니라 전시·백일장·연극과 물체극 등 여러가지 무대가 마련된다. 상업성보다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분야의 창작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바다비가 일반 라이브 클럽과 다른 건 이름 뿐만이 아니다. 바다비는 생긴지 2년이 다 되도록 고집스럽게 혼자만의 길을 걸어왔다.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단체나 협회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그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무조건 타협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바다비 자체의 색이 확실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바다비만의 색이란 무엇일까? 우중독보행이 말하는 바다비의 색은 한마디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만든 독립적인 창작물’이다. 이것 역시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바다비도 자기만의 색이 확실해졌다. 그래서 행사에도 참여하고 자체적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하려던 참이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건물주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과 월세가 두배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당장 문을 닫을 지도 모르는 판국에 페스티벌을 생각하기는 무리다. 그래서 바다비를 사랑방 삼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바다비를 사랑하는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살롱 바다비 살리기 프로젝트-살리고 살리고’를 시작했다.

매 주말에는 길거리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바다비의 힘든 상황을 알렸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여러 밴드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바다비에서 공연을 가졌다. 또, 기증받은 물건들을 판매하는 바자회도 마련해 바다비 살리기 기금을 모았다. 바다비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정성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10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이를 통해 모인 기금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살롱의 주인인 우중독보행은 “이 곳이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며 희망을 갖고 있다. 바다비가 사라지면 예술가와 문화운동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 거라는 게 희망의 근거다. 막연한 희망 같지만 이미 일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견뎌낸 경험이 있는 그는 작은 기적의 힘을 굳게 믿고 있었다. 행여 지금의 바다비가 문을 닫게 된다 해도 또 새로운 장소에서 바다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다비는 소통의 공간… 사람들이 흘러가는 곳입니다” 바다비에는 이곳만의 특별한 전통이 있다. 공연이 끝나면 공연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뒷풀이를 하는 것이다. 바다비의 좁은 주방에서 만든 음식과 술을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리는 게 뒷풀이의 전부다. 소박한 술자리에 불과하지만 그날그날의 공연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오고가는 평가와 소통의 장이다. 예술가와 대중이 벽을 허물고 속말을 내뱉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하다. 바다비가 클럽이 아닌 살롱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술가의 창작물에 대한 평가는 바다비의 주인장이 아니라 오롯이 대중들의 몫이다. 이처럼 대중들은 예술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되고 예술가들은 창작의 원천을 제공받는 관계가 반복되면서 대중과 예술가가 함께 커가는 것. 그게 바로 바다비가 원하는 세상이다. 일반 클럽처럼 아티스트를 발굴해 정식 계약을 맺고 직접 관리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우중독보행은 이렇게 말한다. “바다비는 흘러가는 곳이에요. 저는 공간을 하나 얻었을 뿐이고 사람들은 이 곳에서 계속 흘러가는 거죠. 창작자도 대중들도 이 곳에 묶어둘 수 없어요. 그들은 물처럼 흘러가는 겁니다.” 그의 말인즉, 바다비는 사조나 흐름에 최대한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일 뿐 그들을 가둬두는 공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중독보행은 바다비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에 굳이 ‘예술’이라는 인식의 틀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거부한다. 일상과 예술을 따로 놓고 보는 게 아니라 하나로 뭉뚱그려 보고 즐기고 체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의 꿈은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할아버지·할머니·어린 꼬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두고 탁 트인 공간에서 서커스를 벌이는 것이다.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서커스야말로 사람들이 격 없이 즐길 수 있는 신명나는 놀이판이기 때문이다. 바다비는 올해 안에 첫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지만 앨범을 내기 전에, 바다비라는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전히 바다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바다비를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의 공간으로 삼는 사람들, 그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무한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는 한 바다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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