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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인권침해 위한 ‘개악’

시민사회단체 “통신비밀 보호, 인터넷 표현 자유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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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호 ⁄ 2007.07.03 10:28:3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해 일부 개정안을 심의 중이며, 이르면 이번주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개정안은 수사기관을 보조하기 위해 전화 사업자가 휴대폰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고, 인터넷 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의 IP주소·로그기록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 보관하도록 강제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통신비밀의 보호,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통신보호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역행할 뿐더러, 최근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개인정보 남용과 유출 위험을 한층 높인 것”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재논의와 독소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데 대해 심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에 더해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해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추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고사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대국회 호소문’을 통해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와 개정안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를 수렴해 법안을 다시 논의하고 독소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이어, “날로 심각해지는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를 감안하여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시급히 입법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개정’이 아닌 ‘개악’”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은 과도한 통신제한죄의 범위를 최소한의 범위까지 축소하고, 긴급감청제도와 같은 독재정권의 잔재를 해소해야 하며, 권리제한의 주체가 그 책임까지 감당하는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시민단체가 이번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내용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며, 이로인해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 헌법 18조는 통신비밀이 침해받을 수 없는 기본권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17조에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불가침성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헌법은 이들 권리들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인권시민단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의 정신을 수용해 최대한 구체적이고 최소한에 그치는 권리제한을 규정해야 하지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과도한 권리침해의 여지를 담고 있으며, 수사기관의 적용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더군다나 이번 제출된 개정안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을 개정하기는 커녕, 인권침해 논란을 부추기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통신비밀의 수집,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비밀 이용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제안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 1. 광범위한 감청대상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권력에 의한 과도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예컨대, 현행법 5조 1항은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형법 뿐 아니라 각종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여러 가지 범죄에 대한 각 조항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광범위하게 열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의 유형과 형량의 경중을 불문하고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등 어느 한 법률 전체의 범죄를 모두 감청대상으로 하거나, ‘가중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에 위반된 범죄’와 같이 감청의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감청대상이 되는 사람은 피의자 뿐 아니라 피내사자까지 포함되어 있다. 법 6조는 혐의가 명백하지 않고 의심이 가는 경우에도 피내사자들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감청을 원할 때에는 국민 누구라도, 언제든지 감청을 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2. 과도한 긴급 통신제한조치 통신비밀보호법이 긴급통신제한조치를 지나치게 확대·보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련 단체들은 “이는 영장 없이도 긴급한 상황에서 36시간동안 피의자에 대한 정보를 감청할 수 있는 것으로,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영장주의에 반하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백승헌 회장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긴급통신제한조치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긴급체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긴급체포가 필요한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이 통신분야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만약 긴급통신제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진다하더라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영장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즉, 통신법은 형사소송법 200조의 3에 따른 긴급체포처럼 긴박한 현행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법원의 허가를 얻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범죄행위는 감청을 할 일이 아니라 긴급체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 및 통신비밀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영장주의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권시민단체는 “긴급통신제한조치는 폐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사의 편의성이라는 이유로 남발되고 있다”며 “기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기본권을 침해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법사위 대안의 문제점 1. 통신사실확인자료 1년간 보관의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2조 11호에서 7개의 통신관련자료를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은 이들에 대해 사안별로 3개월 또는 6개월, 12개월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가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사 등의 목적을 위해 일정 기간 통신기간을 확인하기 위한 당위성을 인정하고라도, 현행 통신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범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인 통신기록을 6개월 이상 보관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번 법사위가 대안으로 내놓은 개정안은 여기에 위치정보(GPS)를 추가하고 있으며,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관기간을 1년동안 지속시키는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 시민인권단체들은 “법률에 근거를 두었다하더라도 현재 시행령에 정해져 있는 기간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인권보호를 위해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개악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행법은 보관되어야할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로그기록’이란 ‘로그인(log-in)’과 다른 것으로,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버에 사용자가 들리기만 해도 기록이 남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와도 같다”며 “법사위 대안이 이를 1년까지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한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 의무적인 통신제한조치 시설설치 요구 법사위 대안(법안 15조2항)은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감청을 위한 장비·시설·기술·기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며, 감청설비를 전기통신사업자가 하지 않을 경우 10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편의를 위해 감청설비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설치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어도 이를 의무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민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개인정보를 위해 로그기록을 남기지 않던 인권운동단체들과 같은 사업자들도 이 설비를 갖추어야 하게 됨으로써, 개인정보 침해를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 수사기관의 제출요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이는 수사기관의 협조요청에 불과하지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3. 통신사실자료확인 및 통신제한조치의 책임전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 중 하나는 수사기관에 의해 통신제한조치를 당하거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통해 정보를 노출당한 개인에 대한 사후통보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법률 13조의3 제1항은 공소 제기 여부, 또는 입건 여부 등 수사와 관련한 처분이 있은 후에야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이 있었음을 본인에게 알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처분이 있기 전에는본인조차 자신의 권리 침해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과도한 권리침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행법은 통신제한조치인 ‘감청’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없으며, 긴급감청의 경우 사후구제조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법사위는 이에대해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한 정보통신사업자 등’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통지의무를 수사기관이 아닌 통신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임기란 운영위원은 “수사기관이 편의를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했음에도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후속조치마저 통신사업자에게 돌림으로써 모든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권시민단체들은 “통신비밀보호법은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며 “과도한 통신제한조치의 범위를 최소한의 범위까지 축소하고, 긴급감청제도와 같은 독재정권의 잔재를 해소해야 하며, 권리제한의 주체가 그 책임까지 감당하는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외국의 ‘감청’에 대한 입법례 미국과 독일은 감청대상범죄를 10~20개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정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프랑스의 경우 장기 2년 이상의 범죄를 감청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장기 5년 이상의 범죄에 대해서만 감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총기·약물·밀입국·살인과 관련된 조직범죄를 위해서만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마약범죄와 조직범죄·중대 폭력범죄에 한해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통신제한조치의 방식에 따라 대상범죄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전화도청은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범죄에 대해서, 전자통신의 도청은 조직범죄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범죄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감청대상범죄를 주로 안보·마약·강력조직범죄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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