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동지. 그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중 생존권을 말살하는 보수세력과 노무현 정권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투쟁했다. 투쟁 끝에 온몸을 불사르며 동지의 모든 것을 바쳤다. 언제나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활동했던 동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빈촌 독거노인을 돕던 손길에서 언제나 차별 소외받는 약자와 함께 투쟁하던 모습에서…동지를 기억하며 민중 속에서 투쟁하는 제2, 제3의 허세욱 동지가 살아가게 될 것을 확신한다. 한미FTA를 파탄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당당한 세상, 우리민족 억압하는 미군없는 세상, 통일세상을 위해 우리가 투쟁하겠다.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 고이 가소서, 우리에게 맡기고 편히 쉬소서…” / (18일 고 허세욱씨 영결식에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낭독한 조사 가운데) ■ ‘한미FTA 중단하라’… 고 허세욱씨 영결식 18일 열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항거해 몸을 불살랐던 고 허세욱씨의 영결식과 노제가 18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고인은 지난 1일 한미FTA 협상 체결에 항거해 분신한 뒤 보름 동안의 사투 끝에 지난 15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발인은 고인이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싸움을 했던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진행됐다. 화장을 고집했던 유가족로 인해 고인의 유해는 지난 16일 이미 재가 된 뒤였지만 이날 4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 모였다. 고인이 직접 만들어 택시를 타는 승객들에게 나눠줬던 유인물과 사용했던 집회용품 그리고 그의 유골 일부가 관 안에 들어있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께 ‘한미 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동지 장례위원회’(장례위) 홍근수 위원장의 발인 선언으로 시작했다. 홍 위원장은 “당신을 떠나보내는 우리는 부끄러움을 거두고 고개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며 “‘망국적 한미FTA폐기하라’는 당신의 외침을, ‘여중생의 한을 풀자’던 당신의 소망을, ‘밤새도록 미군들을 괴롭히겠다’던 당신의 분노를 우리가 대신 풀겠다”고 다짐했다. 발인식을 마친 뒤 장례행렬은 고인이 유서에서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같이 일하고 싶다’던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앞으로 향했다. 민주노총 앞에서 고인의 유서가 다시 한번 낭독됐다. 이어 장례행렬은 고인이 생전에 활동했던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를 거쳐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독운수 사업장으로 향했다. ■ 동료들, 참았던 눈물 떠뜨리며 오열 고인을 기다리던 한독운수 소속 택시노동자들은 운구차에서 그의 관을 꺼내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명애 관악주민연대 사무국장과 황규금 한독운수 분회장이 추모사를 하는 동안 내내 고인의 동료들은 오열했다. 고인이 활동했던 ‘관악주민연대’ 이명애 사무국장은 “당신은 살아있을 때도 항상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운전하시면서 틈틈이 포스터를 준비하고 집회에 빠짐없이 나가던 당신의 성실함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며 “당신을 노동자, 민중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간 노동자 허세욱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황규금 한독운수 분회장은 “허세욱 동지는 7년 동안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당원, 평통사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소년소녀가장돕기, 독거노인돕기 등 많은 사회참여 활동으로 헌신해왔다”며 “그것이 허세욱 동지의 삶 자체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노제를 마친 장례행렬은 고인이 분신했던 서울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장례행렬 선두에 운구차가 섰고 한독운수분회 조합원들이 30여대의 택시를 몰고 그 뒤를 따랐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농민들이 합세한 행렬은 5백여 명으로 늘어났다. ■“미군기지도, 눈물도 없는 그곳에서 평화롭게 쉬소서” 장례행렬은 고인이 몸을 불사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향과 진혼굿을 마친 뒤 용산 주한미군기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인은 유서에서 ‘전국의 주한미군기지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실제 허씨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으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고인의 유언대로 장례행렬은 이날 오전 11시 15분 용산미군기지 앞에 도착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변연식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정광훈 공동장례위원장이 조사를 낭독했다. 용산미군기지 앞에서는 장례위원회가 지난 16일 성남영생관리사업소(성남시립화장장)까지 따라가 가까스로 수습했던 고인의 뼛가루를 뿌리는 상징의식이 고인의 바람대로 진행됐다. 장례행렬은 이어 서울광장을 향했고 이날 오후 1시20분께부터 열린 추모제에는 시민 2천여명이 운집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문성현 대표, “고인을 죽인 것은 미국, 노무현, 자본세력이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추모제에서“허세욱 동지는 스스로 죽은게 아니다. 허 동지를 죽인 자들은 미국이요, 노무현이요, 이 땅의 민중의 삶을 배신하는 자본가세력”이라고 말했다. 오종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도 “허세욱 동지는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규범이자 범국민운동본부의 준엄한 강령”이라며 “반드시 이 강령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제 투쟁하는 노동자, 농민, 이 땅 민중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를 때 흐느낌을 참으며 떠올려야 할 얼굴이 하나 더 늘었다”며 “당신의 유언대로 미군기지 곳곳에 당신의 혼이 스미게 하고 노동자 민중을 고통받게 하는 한미FTA를 허세욱의 이름으로, 전 민중의 이름으로 무효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2천여명의 시민들의 분향과 헌화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뒤, 고인은 이날 오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됐다. -----------------박스처리----------------- “나는 이 나라의 민중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편집자 주> 다음은 허세욱씨가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협상장 앞에서 분신하기 전 적은 유서 전문. 망국적 한미FTA 폐지하라.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지하라. 나는 이 나라의 민중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비열한 반통일적인 단체는 각성하고 우월주의적 생각을 버려라. 졸속 밀실적인 협상내용을 명백히 공개 홍보하기 전에 체결하지 마라. 우리나라 법에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은 곧 술책이다. 의정부 여중생을 우롱하듯 감투 쓰고 죽이고 두 번 죽이지 마라. 여중생의 한을 풀자.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 이전, 한미FTA 토론한 적 없다.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 실제로 4대 선별조건, 투자자 정부 제소 건, 비위반 제소 건 합의해주고 의제에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한독 식구,(허씨는 민주택시노조 한독운수분회 소속이었음) 나를 대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절대로 위에 서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금은 하지 말아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 동지들에게 부탁(나를 아는 동지)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 뿌려서 밤새도록 미국놈들 괴롭히게 해주십시오 효순·미선 한을 갚고, 돈·벌금은 내 돈으로 부탁, 민주택시 조합원 2007. 4. 1 허세욱 드림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