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책이나 이권사업과 관련해 이뤄지는 은밀한 뒷거래, 이른바 음성적 불법로비를 합법화 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로비스트 양성화’ 논의는 론스타 사건과 김홍일 씨 로비 사건으로 활발해졌으며, 이번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의 국회 상임위 로비 의혹 파문으로 다시 뜨겁게 일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나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대신 로비를 벌여주겠다며 돈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일명 ‘로비스트법’이 도입되면 등록된 로비스트는 정당하게 대가를 받고 정부 기관이나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일 수 있다. 로비스트는 누구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고 어떤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로비 내역은 모두 공개된다. 이미 국회에는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로비 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법’과 민주당 이승희 의원의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법’,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내놓은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법’ 등이 계류되어 있다. 이은영 의원은 “이익단체들의 로비에는 합법로비도 있고 불법로비도 있지만 국회에서 로비는 너무 흔하다”며 “불법로비를 근절하기 위해 만드는 게 로비스트 관련법”이라며 로비스트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이승희 의원도 “현행법 상 로비가 불법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거액의 돈이 오가고 있다”며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로비스트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영 의원 안은 로비스트가 국회사무처에 등록한 뒤 1년에 2차례 활동상황을 보고하게 해 활동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다. 로비스트가 로비를 위해 한번에 5만원, 총 20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할 수 없게 한 게 특징이다. 이승희 의원 안은 로비스트가 법무부에 등록해 6개월마다 활동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이외에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청렴위원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로비스트 합법화 방안에 대한 외부 용역을 의뢰하는 등 법제화 검토에 착수했고 법무부도 자체적으로 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로비스트법’ 찬반의견 팽팽…도입될 수 있을까 음성적인 불법 청탁·로비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로비스트 양성화 법제화 작업은 지난 1월부터 본격 추진됐다. 국가청렴위원회도 독자적인 로비스트법안 마련을 위해 토론회 등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 청렴위는 지난 1월26일 청와대·감사원·법무부 등 14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음성적 청탁행위 근절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로비스트법 도입을 주장해 온 김성호 법무장관의 취임 이후 법무부도 법제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로비스트 법제화는 우선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어, ‘입법화’ 과정이 순탄치 못한 상태.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파는 음성 로비 문화를 바꾸는 한편 합리적 정책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로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연고주의 문화에 익숙한 한국적 특수성 등을 제기한다. 또 변호사 단체 등의 반대와 대부분 변호사로 구성된 국회 법사위가 로비스트법 도입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 로비활동 공개 및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찬성론 찬성하는 입장은 로비스트 양성화가 음성적·불법적 청탁문화 개선 및 법질서 확립에 기여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찬성론은 개인·기업·이익단체 등이 정책과정에서 합법적인 의견 제시 및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고, 음성적·불법적 로비행태는 물론 폭력시위나 과격한 집단행동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책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키는 정책유통시장이 양성화되고 정책결정시 건전한 정책경쟁이 유도될 수 있으며, 다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도 찬성론의 주장이다. 이외에 정치자금 제공내역과 로비내역을 상호 점검함으로써 관련성 유무를 검증함으로써 불법정치자금 및 사회적 자원낭비 문제를 시정할 수 있으며, 정책과정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과 정보수집이 가능하므로 정책결정권자 또는 집행자의 이익에 의한 정책왜곡 및 정책실패 가능성이 감소된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동일한 로비임에도 외국인·법인에게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이 내국인에게는 범법행위로 취급되는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은영 의원은 “로비는 불법로비를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국가의 이익이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로비가 사용될 때 그 효과는 매우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그 행위가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는 로비행위와는 별도로 관습이나 자율적인 지침, 법률 등 기준을 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로비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 일단 ‘로비’란 단어는 가치중립적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로비스트 법제화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로비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투명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가교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로비스트법이 법제화 된다면 불법로비의 범위를 규정할 수 있게 되고 불법로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비스트를 육성하고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는 정책적 방향을 통해 합법적인 범위 내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고 국제경쟁력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로비활동 공개 및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반대론 참여연대·경실련은 로비스트법제로 인해 정책유통시장의 원활하고 공정한 작동이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즉,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의사결정과정이 주요 로비대상이 되면서 정책결정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자원낭비 및 사회적 비효율성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체 국민의 이익보다는 압도적·지배적 지위의 특정 이익집단이 독점이익을 관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론은 서구사회와 한국사회의 정치·문화적 여건이 상이한 상황에서 부패방지를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오히려 연고주의 등 부패친화적 문화와 연계되어 부패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근거 논리이다. 경실련은 불법로비문화는 정책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및 감시체계 구축, 공직사회의 윤리정립을 통해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및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공성진 의원도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음성적인 거래라는 불법수단을 여전히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로비스트 법제화에 반대한다. 대한변협 등 전문가집단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변호사법(제111조 벌칙)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제3조 알선수재죄)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한 로비활동을 금지함으로써 영리 로비스트의 인정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로비스트 합법화에 반대한다. 또한 변호사법·공인회계사법·세무사법·관세사법 등에서 전문직의 고유 업무영역을 정하고 있어 로비활동 법제화를 통해 이들의 업무범위가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협 최태형 대변인은 “로비스트법이 제정되면 국민들에게 돈에 의한 민원해결 불법청탁행위 합법화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결국 청렴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법감정에 반하고 브로커로 인한 피해가 국민들에게 그대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또 로비스트의 자격 요건을 정하는 문제도 논란이 될 것이고, 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불법 로비가 없어지지 않은 채 비용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변협이 로비스트법 도입에 반대하는 이면에는 현행법에 따른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포괄적 법률 문제를 취급하거나 행위를 알선한 자를 엄히 처벌하고 있는데, 바꿔말하면 변호사만이 로비를 벌일 수 있다는 예외조항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인식, ‘로비’에는 부정적이지만 ‘로비법제화’에는 찬성 우세 로비활동 또는 로비스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의견이 다수이다. 지난해 8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국민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700명 대상) 결과 로비활동 또는 로비스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77%를 차지했다. 하지만 로비스트 등록 및 로비활동 공개 법제화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견이 다수이다. 지난해 8월 국회 열린우리당 보좌진협의회의 여론조사(열린우리당 보좌진 106명 대상) 결과 ‘로비스트등록 및 로비활동공개에 관한 법률안’ 제정 필요성에 대해 85%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또한 지난해 9월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의 여론조사(기업체·정부부처 공무원 500명 대상) 결과 로비활동 공개 및 법제화 찬성의견이 80%도 차지했다. 작년 11월 한국행정학회의 여론조사(일반국민·공무원·전문가 1600명 대상) 결과에서도 로비스트등록 및 로비활동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로비활동 법제화 필요성에 83%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지난해 12월 한국행정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반국민 73%, 공무원 70%, 전문가 79%가 로비스트 등록, 로비과정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로비활동 법제화’의 부정부패 차단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한편,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투명협)이 지난해 10월 기업체·협회·사회단체·국회·정부부처 등의 대외 업무 관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로비업무 종사자 67.9%가 현재 불법로비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로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는 각 기업체 및 기관의 대외업무종사자의 79.9%는 로비활동의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로비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분별한 이윤추구 활동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제도적 미비, 사회지도층의 불법로비에 대한 낮은 인식 또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가장 로비활동이 활발한 기관으로는 ‘정치권’과 ‘기업체’라는 응답이 많았다. 가장 많은 로비 유형으로는 ‘금품·향응 제공’이 41.0%로 나타났고 ‘청탁 및 외부압력’이라는 응답이 25.1%로 그 뒤를 이었다. ■ 청렴위, 로비법제화 토론회서 ‘찬반’ 팽팽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로비스트 법제화를 준비해왔던 국가청렴위원회는 지난 9일 한국언론재단에서 ‘불법·음성적 청탁 방지를 위한 <로비활동 법제화 추진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공기관·학계·이익단체·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해 로비스트 법제화에 대한 논의를 폈다. 정성진 청렴위 위원장은 “불법·음성적청탁의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신뢰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시민사회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로비활동 법제화 문제를 이제 정부차원에서 이를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할 시점에 있다”고 토론회의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국가청렴위원회 정기창 제도개선단장은 “먼저 로비활동 법제화 문제는 폭넓은 국민적 논의와 공감을 기초로 하여 추진여부에 대한 정책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의 추진방안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별 장단점을 분석하여 제시했다. ■ “세계적으로 로비활동 증가에 따라 로비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도 늘고 있어” 정 단장은 “불법 로비 및 게이트성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 청렴이미지 실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법·음성적 청탁 문제는 현행법상 영리 로비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나 우리 사회의 연고·온정주의문화와 결부되어 실질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이러한 현상이 정부신뢰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선 로비활동을 ‘제3자를 통해 입법부·행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무원·정치인 등과 접촉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정 단장은 외국의 추세를 감안해 입법과정 뿐만 아니라 행정부 정책결정 과정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음성적 로비실태에 대해 그는 △입법과정 △정책결정과정 △집행과정(금융기관대출, 정부인·허가, 사업권획득 등) △정책결정·집행 등 다단계에 걸친 로비 등에 대한 지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로비는 입법과정, 정책결정·집행과정 등 제반 정치·행정 과정에서 의회 및 행정부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접대 및 뇌물제공·행사경비지원·해외시찰·후원금 납부 등 경제적 이익 공여와 기자회견·사업설명회·낙선운동 등을 통한 강력한 의사표시 등 다양한 형태로 로비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률분쟁, 금융대출, 인·허가 취득 등 전문성을 요하는 이른바 ‘지식기반 서비스분야’에서는 다년간 유관분야 근무 전직관료 영입을 통한 영향력 행사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국적 기업 등 국경을 초월한 이해관계의 다변화에 따라 외국정부 및 외국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한 해외로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법로비의 원인에 대해 △수요적 측면 △공급적 측면 △제도적 측면 △환경적 측면 등의 요인이 복잡하게 결합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현행 제도를 부분보완하거나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불법·음성적 로비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비활동 법제화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로비활동의 보고 및 공개 내역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와 청원권 보장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비활동 법제화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는 “미등록 로비활동, 허위신고 등 로비활동 관련 의무위반과 같은 위법·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의 강도는 로비활동 법제화의 취지 및 실효성 담보, 외국사례, 타 법률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재직공직자의 로비청탁 기록 공개, 취업제한제도 강화, 정보공개제도 강화 등 관련 제도개선을 병행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 대부분은 “로비활동을 공개하여 정책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상이한 의견을 제시했다. ■ 투명한 로비필요엔 모두 동감…방법상 상이한 의견 제시 전경련 박찬호 상무는 “로비 행위를 규율하는 법제를 도입할 때는 제도 도입의 비용과 편익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아야 하고 우리나라 풍토에 무리 없이 착근할 수 있는지 해외사례와 함께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 법제가 불법 로비만을 규제하려 할 경우에는 현행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므로 새로운 제도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형법·정치자금법·국회법 등이 불법적인 로비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로 이미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에서 동 입법을 추진할 경우 과연 어떤 접근법이 우리 실정에 더 적합할 것인지 먼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드러난 불법 로비와 관련한 부정부패 사례들의 원인이 정책결정자들의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큰지 아니면 정책결정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이른바 불법 로비스트들의 로비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큰 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단에 따라 로비스트를 규율할 것인지 로비를 받는 정책결정권자를 규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제안된 로비관련 법안들은 로비스트들의 로비활동 규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부정부패는 근본적으로 정책결정권자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기 법무부 검사는 “음성·불법적 로비로 인한 국가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다원화된 사회구조와 경제규모에 걸맞는 합리적인 국가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로비활동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비스트의 정의와 관련하여 “법률상 금지되어 있는 유상대리의 허용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지 본인을 위한 로비나 무상대리에 대해 추가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전문성·윤리성 요건 등 로비스트의 자격 문제도 “의뢰인의 보호, 로비질서의 확립, 로비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점차 사회가 다원화되고 이에 따른 집단 간 이해관계가 복잡·첨예해지는 상황에서 건전한 청탁문화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며, 로비활동 법제화 작업은 이 같은 시대상황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맞섰다. 그는 로비활동 법제화가 불법·위법행위 근절만을 목표로 하는 소극적 개념을 넘어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주장을 합법적 틀 속에서 활발하게 수렴하기 위한 적극적 개념의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정보공개법·행정절차법·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도 함께 정비해 불법·음성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민 중앙대 국가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로비 관련 시스템의 문제는 ‘비공개’와 ‘제3자에 의한 청원권 행사 금지’ 두 가지”라며 “따라서 로비 제도화의 기본적인 원칙은 ‘허 용과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의사협회 로비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로비활동의 정의에 제3자를 통한 경우뿐만 아니라 직접로비의 경우도 포함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변협 “현재 변호사로 합법적인 로비 충분히 가능” 대한변협 이정한 기획이사는 “현재 법적으로 로비활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공무원의 의사결정에 관한 설득행위는 모두 법률사무로서 변호사가 제3자를 대리하여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로비활동의 공개가 반드시 변호사 아닌 자의 영리 목적의 제3자 대리 로비활동의 허용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며 “이러한 공개는 로비스트법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등에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이해관계인을 면담하거나, 접촉한 경우 이를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로비활동의 법제화로서 현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로비들을 없앨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며 “로비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정책결정과정 또는 입법과정에서 정보와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토론이 이루어지고 이해집단 간의 이해관계의 타협이 이루어지는 제도적·문화적 기반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비활동 법제화라는 미명하에 변호사 아닌 자에게 대가를 받고 제3자를 대리하여 로비활동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전관예우, 불법 청탁, 변호사의 충분한 양성 등으로 변호사 외에 로비스트 직역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재광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도 로비활동을 양성화하여 정책결정자들에게 보다 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민주적인 통로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로비를 합법화하는 대신 로비활동에 대한 규제를 매우 엄격하게 하여 로비스트의 내역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자료를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언제든지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입법례 외국의 로비스트와 관련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로비활동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단일 법률의 형식으로 등록·공개·위법행위 관련 제재 등 규율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로 미국·캐나다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로비스트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관련 제도를 별도로 두지 않고 의회규칙, 로비스트협회 행동강령 등을 통해 불법로비를 예방하려는 나라는 EU·영국·독일 등이다. 반면 일본과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로비스트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있다. 법으로 로비스트제 인정-미국·캐나다 로비스트 제도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은 외국대리인의 로비활동 투명성 확보를 위해 1938년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제정했다. 이후 로비활동공개법(1995) 제정 등으로 수차례 수정 이후 로비대상·공개범위를 행정부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의회를 중심으로 의원윤리 강화차원에서 로비활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캐나다는 정실주의 차단 차원에서 로비스트 등록 및 공개를 위한 제도인 로비스트등록법을 1985년 제정했다. 미국과 달리 로비스트 활동의 폐단 때문이 아니라 연고주의·정실주의에 의한 정부요직의 충원을 규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된 캐나다는 2006년 로비스트 등록·관리 기능이 강화되면서, 로비스트등록처의 역할과 기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로비스트 관련 별도의 법제는 없으나 기타규정으로 불법로비활동 예방-EU·영국 EU는 1987년 유럽의회 절차규칙을 통해 유럽의회 로비스트 활동을 규율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유럽집행위원회 관련 자문기준을 제시, 규정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고속 성장중인 로비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새 행동강령 등 로비스트 규제안을 마련중에 있다. 영국은 2002년 상원에서의 행위기준을 통해 의원에 대한 이익추구활동내용을 등록하도록 하고, 2005년 하원의원에 대해 이익공개의무를 부여했다. 독일은 연방하원 의사규칙 부속서에서 이익단체를 등록하도록 하고 그 리스트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로비활동 불인정 또는 무시-일본·프랑스 일본은 현행 우리 법제와 유사하게 ‘공직에 있는 자 등의 알선행위에 의한 이득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알선·청탁을 금지하고, 법위반시 1~3년간 징역 또는 250만엔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즉, 로비 관련 직접규제책은 없으나 정치자금조성, 정치윤리, 선거부정 등을 다루는 정치개혁법을 통해 기업 등 이익집단의 불법적 로비활동을 축소시키려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사실상 로비스트가 존재하지만, 국가는 로비활동과 그에 대한 규제를 무시하는 방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로비활동 관련한 행위·윤리규범은 없으나 부적절하게 행동하는 자는 누구라도 구두권고의 대상이 되거나 상원의원들의 요청으로 ‘기피인물’로 선언할 수 있다. 또 국민의회 의사규칙을 통해 사적·지역적·직업적 이익 옹호 목적의 단체 설립 금지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