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제5차 장성급(소장급. 북측은 중장) 회담에서 17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54년 만에 끊겼던 남북간의 혈맥이 이어진다. 북측은 회담 첫날이었던 8일 열차시험운행의 군사보장 조치를 담은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일회용 군사보장 합의서’라는 제목의 합의문 초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는 처음부터 수락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남북 장성급회담 남측 대변인인 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육군대령)은 시험운행이 사실상 타결된 9일 “북측은 철도·도로 통행의 군사보장 합의를 맺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BDA(방코델타 아시아은행) 내 북한자금의 송금지연 문제가 해결에 임박하면서 ‘2·13 합의’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공조의 중요성을 실감한 대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열차운행의 대가로 6월부터 남측으로부터 지원받는 8,000만 달러 상당의 의류·신발·비누 등 3대 경공업 품목생산 지원비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일시 군사보장 VS 상설 군사보장 이견차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개최된 이번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북측이 열차시험운행의 군사보장을 ‘상설’로 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이견을 보인 데 있다. 그러나 북측이 처음부터 ‘일회용 군사보장 합의서’ 초안을 제시해 적어도 17일 하루는 열차가 비무장 지대를 통과하는데 합의해 사실상 시험운행이 성사됐다. 이와 함께 북측은 동해선 남측 일부(저진~강릉) 구간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구간이 있기 때문에 항구적인 운행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군사보장 문제협의는 열차에 탑승하는 인원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보장하고, 남북 각 지역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신원확인과 신변보장 및 통신망 확보 등을 목적으로 열차시험운행에 있어 필수적인 관문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해 5월 4차 장성급 회담이후 1년여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당시에도 날짜까지 확정됐으나 북한이 NLL 문제를 거론해 회담이 무산된 바 있다. 또 하나 큰 쟁점은 서해 해상 충돌 방지 대책과 공동어로 수역 설정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대변인인 문 팀장은 “원칙적 부분은 공감하고 있는데 구체적 방법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밝혀 난항을 시사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북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인민군 중장(남측 소장급)은 “이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짓는 것은 서해 해상 충돌의 근원을 뿌리 빼고, 서해 바다를 민족번영의 바다로 만드는 민족사적 사변으로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회담 마지막 날까지 진통 이에 따라 회담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남북은 공동보도문 도출에 진통을 겪었으며, 실무회담에 나선 남측의 문 팀장과 심용창 통일부 정치군사회담 팀장 그리고 북측의 박림수·박기용 육군 대좌(남측 대령급)는 점심식사도 잊은 채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당초 북한은 남측의 제안과 달리 3일동안 회담을 열자고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정 등 북한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 바 있다. 회담 일정도 남측은 하루동안 실무급에서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회담을 장성급 회담으로 격상시키면서 기간도 3일로 연장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회담은 남측 수석대표인 정승조(육군 소장)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북측 김영철 중장(소장급)을 포함해 각각 5명의 대표단(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 심용창 통일부 정치·군사회담 팀장, 길강섭·김왕경 육군 대령)이 10일까지 사흘간 출퇴근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북측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