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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철마는 달린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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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호 ⁄ 2007.07.03 09:16:44

마침내 민족의 염원이 담긴 남북의 철로가 열렸다. 남북은 지난 제5차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17일 시행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의 군사보장을 합의해 시험운행의 가장 큰 장애를 해소했다. 이에 지난 2000년 7월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이후 6년 10개월 만에 남북의 열차가 군사분계선(MDL)을 넘게 됐다. 한국 전쟁 당시인 1951년 6월 12일 이후 56년 만에 경의선으로 열차가, 57년만에 동해선 열차가 철로로 남북의 땅을 밟았다. ■ 경의선 남에서 북, 동해선 북에서 남 경의선은 이날 오전 11시 29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문산역을 출발해 개성역까지 27.3km를 운행하는 일정으로 낮 12시 18분께 MDL을 통과했다. 문산역을 출발한 경의선 디젤기관차 7435열차는 남측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에서 정차해 세관검사를 거치고 판문역을 지나 오후 1시 3분 열차의 종착지인 개성역에 이르렀다. 경의선 열차에 탑승한 권호웅 북측 내각책임참사를 포함한 북측 대표단 50명은 이날 오전 남측 문산역에 먼저 도착해 북측으로 향하는 경의선 열차에 올랐다. 같은 시각 북측 금강산 청년역을 출발한 동해선의 경우 감호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갖고 낮 12시 34분에 목적지인 우리측 제진역에 도착했다. 동해선은 금강산 청년역에서 제진역까지 총 25km 구간이며, 각 기관차는 객차 5량씩 연결했다. 북측에서 내려온 동해선 기관차는 측면에는 ‘위대한 김일성 수령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는 붉은 현판이 붙어있었다. 동해선 열차에 탑승한 북측 김용삼 철도상은 출발에 앞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환영객들에게 손 한번 흔드시지요”라고 제안하며 열차시험운행이 통일의 좋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동해선에 탑승한 북측 인사로는 김용삼 철도상을 포함해 남북 경협위 북측 위원장이었던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성 철도성 국장, 장우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국장 등 50명이다. ■ 권호웅 “여전히 민족화해 방해하는 내외분열주의 세력 도전받아” 권호웅 북한 내각 책임참사는 경의선 승선에 앞서 ‘서해선 축사’를 통해 “분단의 장벽을 뚫고 뻗어간 저 두줄기 레일과 그를 떠받들고 있는 하나하나의 침묵에는 우리민족의 쌓이고 쌓인 통일염원과 지향이 그대로 어려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념식에 앞서 북측 대표단을 맞이해준 남측 대표단과의 환담에서 “아직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말라”며 “포부는 원대하게 가지고 소박하게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백낙청 6·15 공동선언 실천 민족공동위원회남측 상임대표는 “소박하게 시작하자고 하신 말씀은 좋은 말씀”이라며 “사실 큰 장벽이 있어도 벽돌 한 장을 떼어내면 큰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비유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권 내각참사는 축사에서 “우리 강토의 분단과 민족분열의 비극은 우리 민족이 아닌 외세가 강요한 것”이라며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달가워 하지 않는 내외분열주의 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해 순간 행사장이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 권 “리영희 교수, 늙지 말아야” 열차가 출발한 후 열차안에서 가진 환담에서 권 내각참사는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를 거론하며 “상당히 몸이 불편한 것 같다”며 유독 관심을 보였다. 개성역에 도착한 후 오찬 자리에서도 리영희 교수 자리로 가서 백로술을 따르며 “리 교수 같이 재능있는 분들은 통일이 될 때까지 늙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특히 권 내각참사는 “94년 북한이 NPT를 탈퇴할 때 (리 교수의)‘민족적 선의’라는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리 교수는 “글로 어려우면 말로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권 내각참사의 제안에 “내가 해야지”라고 응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의선 열차가 MDL를 통과하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권 단장 옆으로 가 악수를 청하며 “역사적으로 함께 넘는 감격적 순간”이라고 말을 걸었으나, 권 단장은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찬사에서 권 단장은 “북과 남이 힘을 합쳐 이어놓은 철길은 민족자주와 공조로 기어이 통일조국을 일떠세우는 우리 민족의 철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해선 열차에 탑승한 김용삼 철도상은 금강산 역에서 가진 기념식에서 “북녘의 금강산역을 떠나는 동해선 시험운행 열차는 남녘의 제진역에서 멈춰서게 되지만 멀지않은 앞날에 삼천리 강토를 내달리는 통일열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용섭 장관도 기념축사에서 “‘달리고 싶다’는 한가지 소망만을 간직한 채 오십여 성상을 기다려온 우리의 철마가 평화와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열망, 민족의 혼을 싣고 다시 세차게 맥박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임동원 “시베리아까지 갈 수 있었으면”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잘 마쳤습니다”며 “남북이 합심해서 경의선이 (완전)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중 정부시절 대통령 특사로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한 바 있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대단히 즐거웠다”며 “간단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데 길이길이 계속 유지돼서 서울에서 시베리아까지 빨리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백낙청 6·15 남측 위원장은 “56년만에 통한다니 감개무량하다”며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못했던게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새로운 한반도의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정책의 가시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규명위원회 위원장은 “육로 뱃길에 이어 철도로 모든 길이 완성됐다”며 “우리식 통일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은 “우리 운명을 더 이상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자주적 의지와 역량을 안팎으로 과시한 상징적 행사”라고 해석하고 오늘 행사와 같이 작은 벽돌을 하나하나 깨뜨려서 장벽을 깰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종석 의원은 “남이나 북이나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남북이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한준기 옹 “피난민 시신 생생” 경의선의 마지막 기관사인 한준기 옹(80세)은 개성역에 도착하자마자 권 단장의 손을 잡으며 “참,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너무 감격스럽다”며 “경의선 열차를 다시 모는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죽기 전에 열차를 다시 타게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한 옹은 “선로변에 즐비했던 피난민들의 시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당시 피난민들이 열차 지붕까지 올라갔다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한 옹은 “다시는 그런 동족상잔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찬 후 한 옹은 남측으로 돌아오기 위해 대기된 열차에 오르며 “어릴적 최초의 기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결국 최후의 기관사가 되고 말았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옹의 꿈을 이은 신장철 시험운행 기관사(55)는 선친이 이산가족으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이런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며 “오늘 와보니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 기관사는 “반세기 오랜 세월을 넘어 무사히 개성역에 도착하고 임무를 완수해 기쁘고 만족스럽다”며 열차가 상시적으로 남북을 오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탑승권 행운은 누구에게? 한편, 각 열차에는 남측인사 100명과 북측인사 50명씩 탑승했다. 남북열차 탑승자로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비롯, 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6·15 공동위 상임대표, 고(故)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통일맞이 명예이사장),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규명위원장,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고은 시인, 소설가 이호철 씨 등 분단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진동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장 등 대북관련 정부 당국자들도 대거 포함됐다. 남측 주요 인사의 김정일 면담 때마다 단골 배석한 서훈 국정원 3차장(대북 담당)은 물론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등 대북관련 및 철도 관계자들도 눈에 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김원웅 위원장(열린우리당)과 국방위 김성곤 위원장, 평화통일특위 배기선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통외통위 간사인 진영 한나라당 의원과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건교위의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과 문학진 열린우리당 의원도 열차에 올랐다. 또한 주목할 만 한 인물로는 실향민 2세대인 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신장철 씨가 경의선 기관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주관하는 제1회 ‘자유상’ 수상식 참석을 이유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최경환 비서관만 탑승했다. ■ 명계남 “바다이야기 이후 나는 죽은 사람” 한편, 문화계 인사로 전 노사모 회원인 명계남 씨가 선정된 것을 두고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그리고 김문수 경기도 지사 등이 열차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가급적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탑승자 기준은 명확했다고 강조했다. 노사모에 깊이 관련됐던 명계남 씨가 탑승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게 각 세대별로 고려를 했다”며 왜 꼭 이 분만 들어왔느냐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응수했다. 이날 동해선에 탑승한 명 씨는 친노인사로 탑승자 명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이어지는 남측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뉴스메이커로 부각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명 씨는 금강산역 출발 직전 북측 기자와 접촉을 갖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번 시험운행으로 남북이 경제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열차 정식 개통도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측 기자들이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바다이야기 대표로 온 사람”이라며 “나는 바다이야기 이후 죽은 사람”이라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한편, 남측이 이번 열차시험운행 기념식을 성대한 축제형식으로 기획한 것에 비해 북한은 행사를 가급적 조촐하게 하자고 제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 통일부는 이번 열차 시험운행을 계기로 남북 연결 철도의 ‘단계적·부분적 개통 방침’에 따라 △개성공단 물자 수송 및 공단 북쪽 노동자 통근(1단계) △개성공단 남쪽 노동자 통근 및 개성관광 관광객 운송(2단계) △서울~평양 등 남북 사이 정기열차 운행(3단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스처리------------------ “명계남은 되고 납북자 가족은 왜 안돼!” 납북자 가족 열차시험운행 기념식장 입장 요구 한때 소란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기념식에 앞서 최성용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일행이 남북자 가족들의 기념식장 입장을 요구하며 소란을 부렸다. 최 대표는 17일 오전 9시 30분 경 5~6명의 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 출입구를 막아서 ‘납북자를 송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다. 납북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관계자 역시 이번 열차 시험운행 탑승자 선정에 불만을 품고 “명계남 같은 사람은 들여보내면서 왜 납북자 가족은 안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 일행은 기념식장에 들여보내 줄 때까지 여기서 버티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또한 최 대표는 “40년 전 헤어진 아버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요구도 못하는 게 어딨냐”며 “납북자 가족들은 ‘확인불가’라는 쪽지하나 받은 게 전부”라고 억울한 심정을 호소했다. 이에 경찰들이 크레인으로 차량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맘대로 해봐라, 왜 납북자 가족들한테 그러냐”며 강하게 반발해 행사장 출입구는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기념식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이어 납북자 가족 한명이 일행이 타고 온 승합차 위에 올라가 차를 끌어내려는 경찰들에게 “지금 뭐하는 것이냐”며 저항했으며 결국 경찰들의 진입으로 한 때 소동이 마무리 됐다. ■ 납북자 인권연대, 납북자 송환 요구 이어져 한편, 경의선 열차가 탑승객을 태운 후 문산역을 출발한 직후 납북자인권연대 및 북한 민주화 연대 등은 기념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 송환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문에서 “천문학적인 대북 지원 물자가 연결된 철도를 따라 남북한을 넘나들겠지만, 가족을 빼앗긴 납북자들의 아픔과 가난의 고통은 변함없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노했다. 피랍 탈북자 인권과 규명을 위한 시민연대는 “진정한 남북한 화해와 협력은 남한으로 귀환하는 열차에 우리 납북자 국군포로가 함께 돌아오는 것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남북 당국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이어 남북한 철도연결이라는 홍보 이벤트에 멈추지 않고 한민족의 아픔인 납북자와 국군포로들의 송환에 민족의 운명을 걸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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