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선룰과 관련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자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경선정국으로 돌입했다. 이 전 시장의 탈당위기까지 몰고 간 경선규칙은 결국 이 전 시장이 일반국민의 비율과 연동되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의 하한선인 ‘67% 보장’조건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 경선룰 공방으로 한나라당이 해체 직전까지 이르렀던 상황에 대해 “이미 당헌으로 만들어진 (여론조사 반영 비율에 관한) 룰만 지킨다면 서로 싸울 일도 없고 분당이니 어쩌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필요가 없다”고 되짚었다. ■ 朴 “나부터 철저하게 검증하라”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 모두 각자 자신이 양보했기 때문에 경선 중재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경선국면은 이제 후보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나라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며 “저부터 철저하게 검증해 달라고 (당과 국민에) 제안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당이 검증을 제대로 못해서 (대선에서) 세 번째로 지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운명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만약 한나라당 지도부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서 대선에서 실패하게 되면 한나라당 지도부가 역사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저는 우리 당원들과 함께 피나는 노력으로 (당을) 구해 냈다”며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나더라도 저는 떠날 이유가 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김무성 “이 전 시장 도덕성에 문제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검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을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대선주자의 자질과 능력이) 여러 면에서 국민에게 알려지면 (이 전 시장의) 신드롬은 반드시 깨질 것이며 이 경우 6월말이면 지지율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경선 규칙 공방에서 최대한 쟁점이 됐던 여론조사와 관련 “여론조사 질문 방식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여론조사는 순수성이 보장되는 학교에 맡겨야 한다”며 공정성을 중시했다. 여론조사는 3군데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의 평균을 내는 것으로 합의를 이룬 상태다. 그러나 설문조사 문항에 있어 박 전 대표측은 지지도를 한번만 물어보는 방안을, 이 전 시장측은 선호도를 여러번 물어보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경선 규칙이 대의원 : 당원 : 일반국민 : 여론조사 비율이 20 : 30 : 30 : 20인 것과 관련, 선거인단의 30%를 차지하는 당원의 기준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골수당원이 많기 때문에 박 전 대표측은 6개월 이상 당비를 제공한 책임당원을, 신규 당원의 지지율이 높은 이 전 시장측은 시한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대립하고 있다. ■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토론회 방식 갖고 또 논란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29일부터 시작되는 대선 후보 정책검증 토론회의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삼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측은 당 지도부의 정책토론회가 일방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토론회는 4명의 한나라당 대선예비 후보들이 각 10분씩 자신의 정견을 발표한 뒤, 추가로 질의응답시간 2분이 할당된다. 이러한 방식의 비효율성이 지적되자 나중에 상호토론 시간이 받아들여졌지만 이 마저도 5분에 불과해 한 명이 겨우 두 사람에게 질문(질문시간 각 1분, 답변시간 각 1분 30초)할 수 있을 정도다. 당 지도부가 설문조사를 통해 한미FTA와 일자리 정책 등을 토론주제로 선정했다고는 하지만,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나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 공약을 조목조목 파헤쳐볼 물리적인 시간은 역부족인 셈. 반면, 이 전 시장측은 “형식이 무슨 상관이냐”며 형식은 아무래도 좋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의원은 “우리도 토론회에서 세게 충돌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정책 토론회 역시 비방전으로 흐를 조짐을 내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측의 장기가 네거티브 폭로전이라며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경선규칙 공방이 후보의 정책검증 공방으로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 박근혜 측, 한반도 대운하는 비효율적 이에 김무성 의원은 “이 전 시장이 대운하정책을 내놓은 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식적으로 전 국토의 70%가 산악인데 (대운하가) 경제성이 있겠느냐. 이 전 시장이 자신있다고 하니 정책토론회가 재미있게 전개될 것”이라며 ‘대운하 공세’에 치중할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도 대운하 공약 비판이 네거티브라는데 과연 그런지를 캠프전체가 말려도 국회의원 유승민 개인 자격으로라도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며 강공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겨냥하고 있는 김 의원은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아르헨티나가 쇠락한 것”이라고 예를 들며 “후보의 지나온 인생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태세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비리 문제가 걸려있고, 이 전 시장은 병역비리 문제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재 한나라당은 당 선관위 출범과 함께 선관위 산하 소위원회로 ‘네거티브감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어차피 검증위에서 네거티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 텐데 별도로 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네거티브감시위원회는 옥상옥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선관위와 함께 출범할 후보검증위원회 위원장직에는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로 좁혀진 상황이다. 한편, 고진화 의원은 “두 후보간의 조삼모사식 경선룰 공방은 당의 신뢰와 지지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하며 “결과마저 자신들의 공이라고 한다면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고 의원은 읍참마속의 각오로 당내 계파를 즉시 해체하고 줄세우기 시도를 중단하며,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국민경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적 원칙에 입각해 운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