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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일하기 싫어 죽겠다”

열심히 일해 봐야 배부른 사람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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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호 ⁄ 2007.07.03 09:19:07

‘야근’이라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당을 얹어준다 해도 하기 싫은 게 바로 야근인 탓이다.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로 활동 중인 김욱 기자에게는 평소 야근의 고통을 호소하는 후배가 하나 있다고 한다. 김 기자의 말을 좀 빌리자면, “가끔 만나려고 전화하면 ‘어제 몇 시까지 일했는지 압니까?’란 말부터 시작하는 친구였다”고 한다. 약속만이 아니었다. 김 기자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좀 토로할라치면 “정말 배부른 소리 합니다”하며 핀잔을 주고, 김 기자가 하소연 한 내용의 몇 배되는 고통스런 근무 무용담(?)을 늘어놓았다고도 한다. 그 후배가 김 기자를 만나 자신의 고통과 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어려움과 그릇된 기업 관행에 대해 그는 “열심히 일해 봐야 배부른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하기 싫어 죽겠다”고도 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그 후배의 일문일답. “11년 간 단 한 번도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 얼굴이 좀 꾀죄죄하다. 오늘 출근 하는 날 아닌가 “어제 밤 11시부터 지금까지 자다가 나왔다. 베개기름 묻은 그대로다. 회사에는 현장에 나간 걸로 하고 집에서 잤다.” ■ 그래도 되나 “이 바닥 ‘짬밥’이 10년이 넘었는데 그것도 못 둘러대겠나. 그리고 5월 1일 노동절, 5월 5일 어린이날, 5월 6일 일요일 모두 출근했다. 그것도 밤늦게까지. 그래도 회사에서 나보고 하루 쉬란 말이 없다. 알아서 찾아먹지 않으면 나만 골병든다. 사실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현장에서, 회사에서 시간마다 이것저것 묻는 전화가 왔다.” ■ 휴일 근무가 그렇게 빈번한가 “연휴 2일을 꼬박 일하고 그 다음날 하도 피곤해서 회사에 좀 늦은 적이 있었다. 사장이 전화 와서 아직도 출근 안했다고 난리를 치더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연휴 이틀 동안 일했는데 출근 30분 늦는다고 전화로 와 이리 야단이십니까?” 하며 따지니까 ‘현장은 어떻노?’ 하며 말 돌리더라. 공휴일 중에 대략 50%도 못 쉴 것이다. 밤 12시까지 일하고 근처 여관에서 잔적도 숱하다. IMF 직후인 98년엔 6개월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당시 밤 11시 퇴근이 기본이었다. 그래도 찍소리 못했다. IMF가 어땠는데 정신을 못 차렸느니 하며 사장이 더 큰 소리쳤다.” ■ 수당은 주는가 “수당? 11년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욕만 안 들어 먹으면 다행이다. 평일엔 자기 골프 치러 다니면서 직원들이 쉬어야 하는 일요일에 일부러 현장 나와서 직원들이 있나 없나 체크한다. 그래서 현장에 없으면 ‘느그가 공무원이야? 노가다 하는 놈들이 일요일이 어딨어’ 이러고 난리친다. 정말 이럴 때는 돌아버린다. 몇 번을 참았다. 한 번 작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자리에 없더라. ‘사장 없네?’ 하며 가볍게 욕을 날렸더니 부장이 놀래더라.” ■ 노동부나 근로감독관에서 조사 나오거나 노동자에게 비밀 설문조사 같은 걸 하지는 않나 “근로감독관? 왔는지 안왔는지 모르겠다. 난 한 번도 본적 없다. 설문조사 받은 적도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닌 일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 일반적인 예는 아닌 것 같다. 사장이 좀 도를 넘은 사람 아닌가 “맞다. 업계에서도 소문났다. 돈 문제는 더 하다. 와이프와 둘이서 회사 법인카드 2개와 회사차 2대를 쓴다. 그리고 사장의 보험도 회사 돈으로 납입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이 총 2천 만 원이 넘는다. 이렇게 가져가면서 현장이 좀 줄어들면 적자라고 징징거린다. 장부상은 적자 맞다. 그런데 그 적자의 대부분이 자기가 가져가는 돈이면서 왜 직원들에게 우는 소리 하느냐 말이다. 결국 직원들 줄 돈 뺏어서 자기가 쓰겠다는 거다. 내가 정확히 아는 탈세만도 3억이다. 직원 4명이서 한 해 15억 넘게 순이익을 거둔 적이 있다. 보통 이럴 땐 직원에게 어느 정도 성과급을 준다.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 성과급으로 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솔직히 깨놓고 성과급 좀 부풀리면 탈세하기도 쉽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도 주기 싫어 매입자료 다 구해서 혼자 먹는 사람이다. IMF 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휴대폰 요금도 내주고 보너스도 지금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런데 IMF 터지니까 막 나간다. 직원들 업무 비용도 맘대로 깎고 없앴다.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그 놈의 IMF 타령이다.” ■ 월급은 얼마인가 “200만원 좀 넘는다. 보너스 다 합치면 연봉 2700만 원 쯤 된다. 이것저것 다 제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월 180만 원 정도다. 이쪽 업계가 웃긴 게, 퇴직금도 연봉으로 계산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사업주가 강제로 매년 퇴직금 정산을 해버린다. 그거 합치면 2900이다.

이런 걸 바로 ‘막가파’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탐욕과 지배욕이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욕구들은 사회적으로 순화되어 나타난다. 후배의 사장이 거친 욕구들을 맘대로 드러내는 것은 그의 욕구가 사회적으로 통제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어렵다’라는 일부의 호통에 우리는 이런 사업주들이 맘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해 버렸다. 불법과 비인간적 행위를 하고도 이런 막가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못 느끼고 오히려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자’라는 구호 덕분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야 이 구호가 없어질까? ‘일하기 좋은 나라’는 우리 사회의 비전이 될 수 없는 걸까.” ■ 업무량이 많은 것은 결국 직원들이 적다는 말 아닌가 “적은 것이 맞다. 현재 우리 회사 직원은 사장 빼고 여자 1명과 남자 4명이다. 여자 경리사원은 2명은 되어야 하고 기사는 6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현장이 많을 땐 7개가 넘는데, 기사 한 명당 2개씩 맡으면 빠듯하다. 3개까지 맡는 경우 현장에서 동시에 전화 올 땐 정말 정신없다. 그리고 현장이 마감할 때면 업무가 많아 휴일에도 못 쉬는 경우가 많다. 설계사무소에서 견적 뽑아달라고 할 땐 밤샘 각오해야 한다. 몇 센티 두께의 설계서를 붙잡고 씨름하는데 4~5일 걸릴 일을 2~3일 안에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 밤샘 말고 방법이 없다. 낮엔 현장 관리하고 밤에 따로 설계서 붙잡고 골 싸매는 거다. 이건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지다. 직원 넉넉히 두고 일시키는 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소기업 노동자의 정치력 거세가 사장의 독재를 불렀다” ■ 기사 한 명이 현장을 2개 이상 못 맡게 법으로 정하면 어떨까 “그건 좀 웃기는 법이다. 현장의 여건과 조건에 따라 5개 이상 맡아도 업무에 부하가 안 걸릴 수 있다. 그보다는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직원의 숫자를 다시 올리는 게 맞다. IMF 이전엔 기사 1급 1인 이상, 기사 2급 2인 이상, 기능사 2인 이상이 회사를 차리는 기본 조건이었다. 그런데 IMF 이후 이 조건이 완화되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기사 2급 1인 이상, 기능사 2인 이상이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장 숫자 제한해봤자 헷갈리기만 하고 또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된다. 사람을 귀하게 만들어야 한다. 법의 기준이 낮아져서 사람이 안 귀하니까 사업주들이 사람을 막 대하는 거다. 1급 1인 이상일 때 기사 1급이 대접받았다. 예전처럼 회사설립 기준을 강화해서 5명 이상 고용하지 못하면 회사 못 만들게 해야 한다. 처음 3명으로 기준이 낮아졌을 때 사업주들 좋아했다. 기존 직원 내보내서 인건비 아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전부 울상이다. 기준이 낮아지니 너도 나도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경쟁이 더 심해졌다. 결국 지 발등 자기가 찍은 꼴이다. 사업주는 돈 벌기가 더 힘들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우리 같은 건설노동자에게 돌아온다. 법만 다시 강화되어도 건설 노동자 야근은 많이 줄어들고 대학생 취업문제도 일부 해결될 것이다. 사실 그의 말은 약간 모순이 있다. 회사 설립 기준을 낮추면 더 많은 회사가 생겨서 사람이 더 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니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설립기준을 낮추어 사람에 대한 수요는 많아졌을지 모르나 회사 내의 정치 주도권은 높아진 인력 유동성으로 사업주가 완전 주도하게 되었다. 5명보다는 3명이 더 조정하기 쉽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무조건 등을 직원들 눈치 안보고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IMF 이후 이런 소기업 노동자들의 정치력이 거세당하면서 회사에 사장과 직원 간의 정치가 사라지고 독재만 남았다. 근로감독관이 밤새가면서 왜 헛고생을 할 필요 없다. 노동자의 정치력만 복원해주면 사업주와 노동자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우리가 고생했는데 돈은 왜 연예인과 신문들이 벌어 가는가” ■ 결국 돈 문제가 아닌가 “맞다. 우리 회사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안 챙겨줘서 문제지만 다른 회사들은 일 시키고도 줄 돈이 없어 못 준다. 현장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데 막 집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사람을 넉넉히 뽑을 수 없다.

몇 년간 건설경기가 대 호황이었다. 대규모 건설회사 주가를 봐라. 엄청나게 올랐다. 그런데 소규모 업체나 노동자들은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다. 호황일 때 그럭저럭 버티다 조금만 경기가 안 좋아 현장에 못 나가면 좌불안석 하다 스스로 관둬버리는 기사들이 많다. 뻔히 돈 없는 거 아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나? 큰 대규모 업체만 좋았다. 그 대기업의 광고를 받은 매체들과 광고모델들만 신났다. 우리가 고생했는데 돈은 왜 연예인과 신문들이 벌어 가는가? 대기업에서 우리들의 피와 땀을 빼서 그들에게 준 것이다.” ■ 대기업이 어떻게 착취한다는 말인가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된 대기업은 분야별로 최저입찰로 공사를 떼어준다. 처음 설계가가 100이면 65에 낙찰되고 그런다. 그러면 대기업은 앉은 자리에서 35를 남기는 것이다.” ■ 시공사도 경쟁 입찰이 아닌가? 그들도 가격경쟁을 해서 발주 받은 거 아닌가 “그들만의 리그다. 올해 초에도 분양가 담합 판정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안 봐도 비디오다. 대기업 건설업체가 몇 개 되나? 그거 가격 담합하는 거 얼마나 쉽겠나. 반면 그 밑에서 하청을 받는 업체들은 엄청나게 많다. 피터지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설계가격 100이 50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숱하다. 이러니 대기업이 돈을 못 벌 수 있는가 말이다. 자기들은 경쟁 안하고 분양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밑에는 피터지게 경쟁시키는 데 어떻게 돈을 못 버는가. 땅 짚고 헤엄치기다.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악랄한 업체가 있는데, 거기는 돈도 안 받고 두 손 들고 나가는 하청업체가 허다하다고 한다.” ■ 대기업에서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결국 노동자의 임금에서 남기는 건가 “설계가 100에서 50은 자재비고 50은 노무비고 하청업체가 이 공사를 50에 낙찰 받았다 치자. 그러면 업체는 모자라는 50을 어디서 보충하겠는가. 자재비엔 한계가 있다. 노무비에서 남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 제일 고생하는 거다. 대기업의 그 엄청난 이익이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를 착취한 것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 ■ 그 문제를 방법이 없는가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 현재는 대기업이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턴키로 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더 남겨먹으려는 속셈이다. 통째로 다 받아 하청업체에 재하청 주면서 이익을 챙기려는 거다. 이렇게 하면 전문업체 노동자들이 힘들다. 건설 품질도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노무비를 일정 비율 이상 못 깎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노무비는 사람의 노동 가격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람의 노동을 산다는 것은 인권침해가 될 수도 있다. 경쟁을 해도 인건비는 건드려선 안 된다. 노동이야 말로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노무비를 설계가의 일정비율 이하로 일을 시킨 업체는 인권침해범으로 구속시키는 등의 법이 정해져야 할 것 같다. 브라질 등 외국에선 하청업체의 불법근로에 원청업체가 구속되기도 한다. 이러면 원청업체가 싼 가격만 보고 착취를 일삼는 업체에 하청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도급법을 정비하고 새로운 법의 첨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것 같나 “지금 건설현장을 전부 떠난다. 누가 이런 델 붙어있나. 나도 1년 안에 관둘 계획이다. 1년 정도 고용보험으로 버티고 중간 중간 일당으로 보충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개인 사업을 알아볼 것이다. 그게 몸도 편하고 훨 낫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웃기는 얘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려다 ‘일하기 고통스런 나라’가 됐다. 대학생들 물어 봐야 건설현장 오려는 사람 없다. 예전엔 돈이라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돈도 작고 일은 더 힘들다. 나도 일 안 할 거다. 최대한 쉽게 살기 위해 온갖 잔머리 다 굴리고 살 거다. 내가 열심히 일해 봤자 배 부르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 기자가 아는 그는 성실하고 영민하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일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정도 많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도 좋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남 일 다 챙겨주는 편이라고도 한다. 김 기자는 “그런 그가 지금 노동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그가 못 견딘다면 그 누구도 못 견디는 일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기자에 따르면 그래도 그는 요즘 기분이 좋다. 몇 년간 갖고 있던 주식이 최근 상승장에서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놀겠다’고 한 것은 이 주식을 기대하고 하는 말이었다는 게 김 기자의 전언이다. 그는 “쪼금만 더 올라주면 미련 없이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김 기자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선 주식이라도 빨리 올라 후배가 이 지옥 같은 노동을 탈출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인 그에게 노동은 지옥이고 주식이 꿈이 된 것”이라는 게 김 기자의 말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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