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근무시간은 8시간이고 1주 근무시간은 40시간이다. 만약 사업주가 이 시간 이외의 업무를 시키려면 노동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현실에선 이런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법조항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다. ‘감시단속직’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이 그들로, 사업주가 그들을 24시간 근무를 시키고 수당이나 휴게시간을 주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이들은 쉽게 말해, 아파트 경비원 등이다. 그들은 이런 자신들을 스스로 ‘21세기의 노예’라고 부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디어다음에서 블로거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욱 기자가 다음 카페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모임’카페지기 ‘단감자’님과 만나 이 어이없는 현실에 대해 듣고 왔다. 이 인터뷰는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단감자’님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음은 김욱 기자와 단감자님의 일문 일답. ■ 카페를 소개해 달라. 만들게 된 동기라든가 “단속직 노동자로 재직하면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게 너무 많았다. 24시간 근무부터 시작해서, 부가업무나 그외 불합리한 점들을 많이 느꼈다. 다른 곳도 그런 지 궁금했고, 또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이 필요하다 싶었다. 만들고 나서 보니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실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회원들의 참여도는 어떤가 “현재까지 오프라인 모임을 2번 했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신 데도 열의가 다들 대단하시다.” ■ 감시단속직 노동자란 도대체 뭔가 “근기법 시행규칙 제 12조 제 2항을 보면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되어 있고, 제3항을 보면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 또는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써 있다. 쉽게 말해서 근무지에 붙어있는 시간은 많은데 가만 보니 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이 얘기다. 아파트 등의 건물 경비나 건물 내 장치조작자를 말한다. 이 노동자들이 대개 24시간 맞교대 등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 이 근무시간을 모두 계산해서 주면 돈이 많이 나오니까 따로 분류해서 일반노동자의 근로시간 적용을 받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 법조항에 합리적인 부분도 있는 거 같다. 감시단속직이 따로 분류될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 “아파트관리신문 600호에 감시단속직 노동자 실태를 다룬 기사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제61조 제3항의 휴일 및 휴게 등에 관한 적용제외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농업·양잠업·수산업 등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고 의미가 없으며 노동 강도가 낮아 실근로 시간을 측정하기 어렵거나 없는 경우다’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게 1953년이다. 그땐 우리나라 대부분이 농업인구였다. 현재 감시단속직 직종들은 그 때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재 대략 30만 명 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이 수많은 빌딩과 아파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들은 출퇴근도 명확하고 실근로시간도 측정할 수 있다. 이게 과연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인가?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만 하지 않는다. 온갖 아파트 민원을 다 처리한다. 경비원이 왜 쓰레기 버리는 것까지 주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가. 주차장 관리를 왜 경비원이 하는가. 그뿐인가. 조경작업, 화단작업, 민원처리, 단지청소, 제설작업 등 대부분의 감시단속직 노동자는 법적인 정의처럼 일하지 않는다. 아파트 내의 모든 서비스를 다 맡아야 하는 만능맨이다. 이게 노동 강도가 낮단 말인가?” ■ 그러면 감시단속직 직종이라는 게 있는 건가. 아파트나 건물의 경비원은 모두 감시단속직에 속하는 건가 “아니다. 일단 업무의 성질이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업무에 해당되어야 하고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아파트라도 승인을 받지 않으면 감시단속직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데 그 승인이라는 게 사실상 노동자가 배제된 사업주만의 승인이 되고 있다. 감시단속직 사업장 승인 신청을 하게 될 경우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48조에 의해 근로감독관은 그 내용을 철저히 확인 후 승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해 승인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대부분 서류상으로 승인한다. 서류상으로 노동자의 확인 동의서만 있으면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설명도 없이 도장만 받아 가는데 그게 무슨 동의선가.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형식이다. 승인률은 거의 100%라고 보면 될 것이다.” ■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시간대별로 설명해줄 수 있는가 “아파트 전기주임으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경우 출근시간이 빠르다. 주민들 출근 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 7시 30분이었다. 그런데 경비직은 오전 6시다. 왜 그렇게 일찍 교대하냐고 물었더니 경비복 입고 출퇴근 하는 게 창피해서 남 안볼 때 다닌다고 하신다. 아파트의 경우 탈의실이 없어 그냥 근무복 입고 출퇴근한다. 출근하면 일단 김밥이나 빵을 사서 먹는다. 7시 30분까지 나오자면 아침을 못 먹는다. 씻고 사무실 청소하면 8시 넘어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가 서기도 하고 주차장 가로막은 차를 빼달라고도 한다.
9시에 전기실에 내려간다. 각종 설비의 이상 유무와 계기지침의 상태를 확인하며 단지를 한바퀴 돈다. 주차장 형광등과 계단등도 보고 옥상과 지하 등도 확인한다. 그러면 1시간가량 걸린다. 이상이 생기면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늦어지기도 한다. 10시부터는 조경작업이다. 화단 풀 매고 잔디도 깎고 쓰레기도 줍다 보면 1시간 30분 정도 지난다. 그때부터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세대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맘 놓고 쉬지는 못한다. ‘수도꼭지 갈아 달라’ ‘형광등 갈아 달라’ ‘누전 봐 달라’ ‘TV 안 나오니 봐 달라’ ‘화장실 막혔다’ ‘천정이 누수된다’ ‘개미·바퀴벌레가 많다’ ‘주방 후드팬 안 된다’ ‘싱크대 막혔다’ 등 쓰면 끝이 없는 여러 가지 민원이 들어온다. 세대 내의 일이라 해도 막무가내다. 해줘도 말이 많고 파손이라도 생기면 물어내기도 한다.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3시에 다시 점검하고 일지를 쓴다. 오후엔 화단작업을 하고 화단작업이 없으면 고장난 설비들 점검하고 교체한다. 5시 30분쯤 되면 사무실 직원들 퇴근한다. 자기들끼리는 주5일 근무를 한다. 이런 근무에 대해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겐 말 안한다. 사무실과 우리는 별개의 근로자이다. 6시에 저녁을 먹으면 별 다른 일은 없다. 그렇지만 이때는 또 민원이 많아진다. 주차장 차를 누가 긁었다며 찾아달라고 하고, 쓰레기가 많은데 관리사무소가 논다고 하고, 옆집 피아노 소리 조용히 시키라 하고, 우편물 없어졌다고 찾아 달라 하고, 관리비가 또 나왔다고 하고, 술 먹고 관리사무소에 화풀이 하러 오고, 누굴 잘라야 한다고 이르고, 하여튼 편히 쉴 틈이 그리 많지 않다. 12시 잠 들어 새벽 5시에서 6시쯤에 일어나는데, 자는 시간에도 종종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자면 집에서 자는 것과는 다르다. 아침에 무척 피곤해서 집에서 오전엔 더 자야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무기력해지고 의욕도 많이 상실된다.” ■ 24시간 교대근무로 건강에 문제는 없나 “왜 없겠나. 휴일이 하루도 없다. 근무 후 다음날은 휴일이 아니고 비번이다. 일 년 중에 딱 반인 182일을 24시간 근무하는 꼴이다. 생각해봐라 일반 주5일제 직장인이 일 년에 8시간 근무일이 240일이다. 이것만 봐도 감시단속직 노동자가 얼마나 중노동에 시달리는지 알 수 있다. 근무시간이 길다보니 개인적인 사생활이 없다. 쉬는 날이라 해봐야 오후 반나절이다. 사회생활과 단절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문제도 생긴다. 위장계통이나 신경에 병을 가진 사람도 있다.” ‘단감자’님의 경우 단속적 근로자로 승인되었는데 전기 쪽 일 이외에 다른 업무는 모두 불법 노동 아닌가. 임금과 근로시간 등은 단속적 근로자로 예외 적용하면서 일은 또 예외의 일을 시키는가 “대부분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이 불법노동을 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승인업무 외의 일을 하면 감시단속직 승인을 취소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파트 공용 부분을 관리하는 게 아파트 관리소의 업무다. 전용 부분은 입주자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이 입주민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가. 도대체 노동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만연해서 손을 못 대는 건가. 그러면 아예 감시단속직을 없애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관리감독도 못할 현실성 없는 법을 승인해주고 있나.” ■ 사용자가 누구인가. 위탁회사인가. 아파트 입주자들인가 “이게 웃긴다. 위탁관리 소속의 직원인데, 4대 보험은 아파트로 가입되어 있다. 4대 보험은 분명히 소속회사로 가입되어야 하는데 별개다. 이게 전국의 모든 위탁관리 아파트가 다 이렇다. 더 웃긴 건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거다. 노동부도, 건강보험도, 고용보험도 전부 나 몰라라 한다. 위탁관리회사에서 운영하는데 업무지시는 아파트 입주민 회의에서 내려온다. 입주자 대표 회장이 할 수 있고, 동대표가 할 수 있고, 입주민도 할 수 있다. 도대체 이건 어떤 근로형태인가. 용역회사는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이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다. 누군가 우리의 복리후생에 책임을 지고 챙길 거 챙겨야 하는데 서로 떠넘기고 있다. 위탁회사와 아파트에서 서로 책임 되는 부분은 미루고 이익 되는 것은 서로 챙기려고 하는 사이 근로자의 여건만 악화되고 있다. 오히려 용역회사에서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복도 없다. 집에서 허드렛일 할 때 입는 옷을 가져온다. 전기직원이니 안전장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지급 안 된다. 절연장갑, 절연장화, 특고압 검진기, 안전모, 접지용구 등등. 이건 많이 쓰고 안 쓰고를 떠나 필히 갖추어야 할 장비다. 작업복·작업화 사서 신지, 교통비 쓰지, 식비도 부족하지, 그러니깐 실제 월급은 거기서 몇 십 만원 더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또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린다. 조그만 물품을 파손시켜도 노동자가 물어내야 한다. 아파트 취직할 때는 보증도 요구해서 보증보험회사에 가입해야 한다. 감시단속직 노동자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제61조 제3항의 노예법과 계약직의 굴레이다. 극심한 노동 강도에다 맘대로 해고까지 가능하다. 이게 노예가 아니고 과연 무어란 말인가.” ■ 올해부터 감시단속직 근로자도 최저 임금이 부분적으로 감액 적용이 시행되면서 점차 비용이 늘어나는 입주민들이 고용을 줄인다는 말이 있다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파트 화단과 정리와 민원은 누가 할 것인가. 그걸 CCTV가 알아서 하는가. 어쨌든 서비스는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그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된 가격이 지불되지 않고 있다. 기가 막힌 이야기 하나 해줄까. 2006년 9월~11월까지 노동부에서 각 사업장의 사업주나 관리자를 불러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최저임금 감액 적용에 대해 전국적으로 교육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임금이 인상되는 부분을 무급의 휴가를 줘서 조정하도록 교육시켰다고 한다.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3~4시간을 빼서 6~8시간을 감하고 임금을 줘도 된다고 알려줬다. 믿기나? 노동부가 이런 짓을 했다. 현재 최저임금 시급이 3,480원이다. 감시단속직에 이 시급이 적용되면 24시간 교대이므로 하루 평균 12시간이 적용되고 최저임금으로 월급을 환산하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그래서 노동부가 사용자의 사정을 고려해 최초엔 30% 감액 적용한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해서 휴게시간을 늘여 임금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적용한 효과가 사라진다. 이건 노동부가 기본적인 법조차 어긴 짓이다. 감시적 근로자의 경우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 8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어야만 승인하도록 되어있다. 이미 감시적 근로자의 경우 8시간의 유급 휴게시간이 있는데, 무슨 휴게시간을 또 준단 말인가. 노동부는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단감자님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요구하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아파트 경비원에게 ‘당연한듯’ 부탁하는 택배 서비스 역시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불법 노동 행위를 시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단감자’님은 해고상태다. 이전의 직장에서 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한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