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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걸린 한국영화

문화적 다양성 추구를 통해 길을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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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호 ⁄ 2007.07.03 09:12:08

‘스파이더맨3’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들(장진 감독)’, ‘극락도 살인사건(김한민 감독)’, ‘못말리는 결혼(김성욱 감독)’ 이들 세편의 한국영화가 경쟁하고 있지만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걸려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못말리는 결혼’이 주말 예매율에서 ‘스파이더맨3’를 제끼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16일 제작사인 엠넷미디어는 "못말리는 결혼'이 박스 오피스 61.7%(관람일 기준 16~22일), 온라인 예매 74.3%(관람일 기준 17~23일), 온라인 주말 예매 82.9%(관람일 기준 18~20일)를 기록해 각 15.7%, 9.4%, 8.9%를 기록한 '스파이더맨3'를 압도적으로 앞섰다"고 밝혔다. 앞으로 ‘황진이’와 ‘밀양’등 쟁쟁한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맞서기에는 너무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국영화의 침체는 바로 한국문화소비시장의 위축과도 이어져 있다.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는 영화팬들의 불멘소리를 단순한 불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 한국 영화의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 올해 ‘300’을 시작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지난 3월 외화의 극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한국영화계는 또다시 침울한 분위기다. 한미FTA체결과 더불어 스크린쿼터제 축소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작년 한해 제작된 한국영화 80%가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그동안 한류현상에 대해 거품물고 찬양일색이던 문화계도 이제 한류현상이 거품이 심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다. ‘프리즌브레이크’와 ‘C.S.I'와 같은 외화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드족이라는 강력한 매니아층이 등장하며 일드와 미드가 뜨고 있다. 그리고 영화계에서는 스파이더맨3, 캐러비안의 해적3, 다이하드4, 그리고 헐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 감독인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가 지금 개봉을 앞두고 있다. ■ 헐리우드 공습에 맥 못추는 방화 그래도 좋은 영화는 흥행이 된다. 한국의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라고 큰소리치던 영화계도 ‘천년학’(감독 :임권택)의 흥행 실패와 장진 감독의 신작 ‘아들’의 흥행부진으로 점점 맥이 빠지고 있다. 이런 영화계의 침체를 반증이나 하듯 영화인들의 안방러시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드라마의 질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 사극인 MBC ‘주몽’이 히트를 치고 KBS ‘대조영’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동북 공정과 관련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지 드라마 소재의 프랜차이즈가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최근엔 KBS ‘마왕’과 MBC ‘히트’ 같은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역력히 보여준다. ‘못말리는 결혼’이 흥행하는 것은 기존의 흥행공식에 가장 적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트렌디 드라마와 불륜드라마 앞에서 맥을 못추는 ‘히트’나 ‘마왕’이지만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은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드라마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ROME’(BBC, HBO제작)과 같은 에픽 히스토리 극화를 만들어내기엔 고구려 사극의 고증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프리즌브레이크’나 ‘C.S.I’와 같은 고품격 수사드라마를 만들어 내기에는 여전히 캐릭터 탐구나 범죄와 관련한 윤리적 담론이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다. 올해 한국의 문화산업시장은 점점 암울해 지고 있다. 미드 열풍과 일본영화의 약진, 그리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융단폭격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주춤한 사이에 중국 영화의 공세가 새로이 추가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요즘 유행하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우리 문화산업시장에도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기우는 아닐 것이다. ■ 방화 콘텐츠, 다양성 잃어버려 이는 한국 문화산업시장의 콘텐츠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화산업시장은 영화·드라마·문학·만화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의 연계와 연대에 의해서 동시적으로 성장해야 건강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산업시장의 원동력은 돈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조력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새로운 소재에 대해 탐구하고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오며 가장 창조적인 상상력은 교류와 대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자본의 논리에 매여 돈 되는 콘텐츠에만 투자하여 투자-수익의 모델 찾기에 급급한 단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화산업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손색이 없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우리 문화산업의 인프라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험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올해 한국의 문화산업시장은 조심스럽게 문화 콘텐츠의 전반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이다. 계획된 폭격이라면 그 자리에서 은폐·엄폐하면서 다음 작전을 준비해야 하며 만약 산발적 폭격이라면 전력질주를 통해 살길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에서 한국 만화가 일본의 망가 매니아를 압도 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manga’가 아니라 ‘manhwa’라는 용어도 알려질 정도로 한국 만화가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이 2008년 상영을 목표로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는 형민우의 ‘프리스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만화 산업의 주변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캐릭터 개발과 같은 만화 콘텐츠를 서브해줄 수 있는 산업은 일본과 경쟁이 안 된다. 한국의 문화시장은 더 이상 가능성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이미 확보되었다. 생각해보라. 과연 세계에서 애니메이션영화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의 근간인 순수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상력의 수원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류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경제적 마인드로는 힘들다. 한국적 상상력을 표현하고 팔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게 아니고 바로 한국적 상상력이 부족하다. 우리문화에 대한 확신과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바로 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거미줄에 걸려 있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스파이더맨은 사람이지 거미가 아니다. 거미줄에 걸려 있다고 잡아먹히는 것은 아니다. -김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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