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국내 2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사를 운영하며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거듭났던 금호아시아나. 타이어, 석유화학, 피엔비화학 등 화학/타이어 부문으로부터 시작해서 건설·리조트·생명보험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까지 때로는 지역안배에 의한 정권의 배려 속에 그리고 자체적인 경영적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며 중견 재벌그룹으로서의 현재 위상을 일궈냈다. 지금도 금호의 각 계열사들은 업계 선도기업은 없지만 그래도 각 업계 중상위권의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며 국가경제 발전에 나름대로 이바지 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이대로는 그룹의 미래가 없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현재의 위기론 돌파를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오너 박삼구 회장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본문] 사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업계 1위 계열사가 없다. 하지만 모든 계열사들이 업계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이건희·정몽구처럼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재벌의 위상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안정적인 그룹을 지켜올 수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같은 금호그룹의 현재 안정감이 못내 불안한가 보다. 혹은 만년 2군이라는 위상이 못마땅하던지…. ■ 업계강자 인수합병 통해 그룹 체질 개선시도 박삼구 회장은 “현재의 사업행태에만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앞으로 새롭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그룹을 혁신해야 한다”며 위기론을 수년 전부터 강조해 왔다. 그리고 박 회장은 그룹에 활력과 미래 비전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IMF이후 발생된 M&A시장의 대형 물건들에 주목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M&A는 신규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의 위상과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기획되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금호그룹은 금호건설로 인해 굳어진 건설업계에서 만년 2군 업체라는 위상을 타개하기 위해 M&A 시장에서 현대·대우건설 물량에 대해 눈독을 들여왔었고 결국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또한 한국복합물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육상 물류 및 운송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금호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대한통운 인수는 다된 밥이다. 떠 먹기만 하면 된다”고 내부에서 말할 정도로 확신하고 있는 상황. 이 뿐 아니다. 삼성·대한·교보·농협 등에 밀려 생명보험업계 만년 2군의 위상을 기록하고 있는 금호생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금호그룹에서는 업계 3위인 교보생명 인수를 위해 수 년 전부터 시장을 예의 주시해 오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2004년 금호생명의 한 관계자는 “현재 그룹에서 대우건설 등의 인수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그리고 대우건설 등 현재의 M&A가 결론이 정해진 후에는 교보생명 인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교보생명 인수에 성공한 후 그룹차원의 지원과 자산운용에 대한 노하우 확보 등이 성공을 거둘 경우 10년 후 삼성생명과 비등한 위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동종업계 중위권이라는 현재 그룹계열사의 위상을 단번에 타파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으로 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룹 인수합병. ■ 대우건설의 금호안착 여부가 M&A성공의 잣대 이같은 금호그룹의 일류재벌그룹 만들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진행되는 M&A의 첫 번째 케이스가 바로 대우건설이다. 그러므로 대우건설의 안정적인 그룹 정착과 이로 인해 건설업계에서 금호의 위상확대가 오너 박삼구 그룹 회장의 제일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그룹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히 금호건설이라는 식구가 있는 마당에 대우건설은 굴러온 돌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굴러온 돌 대우건설의 업계 위상이 박힌 돌 금호건설보다 몇 단계 높을 뿐 아니라 김우중 전 회장 시절부터 추구해 온 대우문화가 금호그룹과 이질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한통운·교보생명 등 M&A 물건들이 하나같이 현 그룹 계열사보다 크지 않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그룹 내 성공적 안착 여부는 M&A를 통한 그룹 도약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관심은 남다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작년 12월 20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대우건설 내에 그룹 회장실을 차리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가져왔다. ■ “우리도 한식구, 금호와 실력으로 평가하라” 그러나 박삼구 회장의 지대한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의 안정적인 금호 안착과 금호그룹의 건설업계 위상 제고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대우건설의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에서 금호그룹에서 수열된 점령군과 내부 토박이 직원들 간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새로운 주인(금호 그룹에서 발령받은 사람들)이 예전의 경영행태(김우중 전 회장 시절부터 해 오던 대우 문화)에서 새로운 회사문화(금호그룹의 기업문화)를 심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러나 대우건설에 있는 이 관계자는 “점령군이 대우빌딩 매각 유보, 고용보장 등 애초의 약속을 버리는 것 등도 간과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푸르지오 브랜드 등을 형성하며 업계 1군으로서의 자랑스러운 위상을 쌓아올린 대우의 잠재력을 내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점령군들이 업계에서 형님으로 대접받고 있는 대우건설의 위상을 활용해 건설업계에서 금호의 영역을 넓히기 보다는 금호건설의 수준에 대우건설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대우건설의 일부 직원들은 “대우 직원들의 한결같이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주인인 금호그룹에서 이같은 일을 계속한다면 결국 대우는 2군업체 금호건설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박 회장의 새로운 도약 프로젝트는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박삼구회장, M&A 위한 사재(私財) 마련 중 이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M&A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호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대우건설 지배권의 안정적 확보, 대한통운 등 새로운 M&A 준비 등을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박 회장은 보유중인 계열사 금호석유화학 우선주 8만 2,940주를 장내 매각했다. 이날 해당 주가는 2만 1,000원으로 박 회장은 세금 등을 차감해 총 13억 9,333만 9,748원의 현찰을 마련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계열사 보통주는 건들지 않아 계열사 지배구조에 변경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증권업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의 우선주 처분과 대우건설, 대한통운의 주가하락 등의 현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박 회장의 M&A를 통한 그룹 체질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증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도는 좋아 보이지만 자신의 소화력 이상의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라며 “계열사 보다 큰 회사들을 인수할 계획인 만큼 본 식구에게 경원과 구박을 받지 않고 잘 융화시키는 경영진의 수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