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지난 13일 한나라당사에서 17대 대통령 선거에 공식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원희룡·고진화·홍준표 의원 등 5명이 경선에 출마하게 됐다. 특히, ‘한나라 빅2’로 불리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로 진행되어 온 한나라당 대선 구도에 홍준표 의원이 끼어들면서, 3강 구도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떠한 역할이라도 하겠다”며, 한나라당 흥행의 ‘바람잡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히던 홍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한나라당내 새로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80%에 달하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홍 의원은 이날 최근 검증 공격을 당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잘못은 떳떳하게 인정하라”며 예의 그다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을 향해서도 “두 양대 주자만 편파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며 “언론이 두 후보의 찌라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문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도 선진국 문턱에 서면 고도성장이 되지 않으며, 성장만능주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중심의 서민경제와 지식산업시대의 경제, ‘내 집 갖기’와 ‘내 자식 잘되기’ 정책에 주력하겠다”며 “대한민국을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더 이상, 흠 있는 사람은 지도자 반열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고위공직을 맡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우리가 내세웠던 후보가 우리들의 눈으로는 최고의 후보였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흠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라며 “이제 그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여자·병역·재산·세금 등 어느 한 부분도 저들로부터 공격당할 여지가 없는 깨끗한 사람으로 자부하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하는 사람”이라며 “지난 10여 년 동안 국회 7개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국정경험도 충분히 쌓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명박은 BBK문제 사기당했다고 인정하고, 박근혜의 정수장학회는 근원 없는 무효행위” 출마선언 후 홍 후보는 후보의 검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증위 활동과 동시에 언론뿐 아니라 (검증논란) 사건과 관련 있는 당사자의 주장은 주장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검증위에서만 폐쇄적으로 (검증이) 이뤄질 것이 아니고 언론을 통한 검증도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금 일어나는 BBK사건 관련해, 이명박 후보의 대응은 지난 2002년 이회창식 대응”이라며 “이는 솔직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하의 이명박도 사기 당한 적 있다. 정치 휴지기에 일을 안하고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사업하려 했는데 나도 돈이 떼이고 친인척도 돈이 떼였다. 서울시장 나가려는 마당에 그 사람들로부터 사기를 당하고도, 지금까지도 대선에 나서는 마당에까지도 온갖 약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도 2000년도 변호사할 때 한번 (사기를) 당한 일이 있다. 사기라는 것은 치려고 대들면 누구도 당할 수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장수천 할 때 쫄딱 망한적 있지 않나”고 말했다. 홍 후보는 “노 대통령이 당시 ‘조그마한 기업도 망하는 사람이 국가 다스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 휴지기에 돈 벌어 정치자금 마련하려 했는데 쫄딱 망했다’고 말하고 그렇게 끝났다”며 “국민들에게 사기 당했다고 쉽게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덧붙였다.
또 박근혜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수장학회는 권원(權原)이 없는 사건”이라며 “처음 만들 때 강탈한 재산이라면 권원이 없고, 권원 없는 행위는 법률적으로 무효이며 이 이후의 모든 행위도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공익법인이라고 피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삼성에서도 돈을 출연하면 국가에 귀속되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정수장학회가 지금도 박정희 대통령 자제분이 이사장, 측근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근본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장학회가 넘어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이 홍준표 제대로 알린다면 15% 지지율도 가능” 한편, 홍 후보는 이날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며, 보다 공정하고 정도를 걷는 언론이 되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언론들이 편파적이고, 양대 후보에 대해 줄서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언론이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를 칭하는 ‘빅2’가 전투 벌인지 1년이 넘도록 모든 언론과 방송내용이 양자를 중심으로 가고 있다”며 “언론이 이명박이나 박근혜 후보의 찌라시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광주에서의 1차 토론회 후, 언론에서 이튿날 여론조사 등을 통해 양 후보만 2~3면을 장식하고, 의미있는 말을 한 사람은 밑에 한 줄로 깔았다”며 “미국이나 선진국 등 다른 나라라면 홍준표가 붐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신문이 카르텔 형성해서 양 주자진영에 줄 서는 듯한 것은 옳지 않다”며 “만약 홍준표의 진심과 능력과 식견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지금쯤 지지율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출마 당시에도 느꼈지만, 일부 언론들이 일부로 담합하고 일부 후보를 무시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라며 “언론이 정상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대전 토론 이후부터는 지지율 변동이 획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이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홍보하는 찌라시이냐”라며 “만약 언론 기관에서 공정하게 보도하고, 제대로 알려준다면 지지율 5%가 아니고 15%이상 올라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 지지그룹과 관련해 홍 후보는 “당내 99% 의원들이 이미 양대 후보에 줄을 다 섰다. 내년 공천에 겁나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도 답하겠느냐”며 “당내 지지보다 대한민국 80%에 달하는 서민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근혜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해 “한나라당 정책과 가장 근접하게 내세우는 분이 박근혜 후보지만, 그의 경제정책은 지난 5년 정부를 상대로 줄곧 요구하던 정책에 다를 바 없다”며 “그 정책만으로는 서민들 마음에 소위 말하는 ‘필’이 안 꽂힌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의 정책은 20%, 소위 가진자 계층에서는 절대적 지지 받을지 모르나 80% 서민계층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며 “연말 대선에 이기기 위해선 서민들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좌파정권 10년동안 이 나라에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지만 반면, 갈등이 증폭될 대로 증폭됐고, 국민들은 살아가는데 더 어렵게 됐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부자나라 부자국민’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하던 홍 의원의 대선출마가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