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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기획] 전통 민속주 1호‘부산 산성 막걸리’

④ 맥을 잇는 전통주 - ‘송화백일주’는 스님들 곡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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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호 ⁄ 2008.01.28 16:29:29

‘보해 복분자주’가 지난 2005년 ‘부산APEC정상회의’에 소개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주’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의 ‘주당’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의 전통주 제조업체는 약 6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문배주’, ‘교동법주’ 등 3종이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25종이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우리 전통주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소주와 지초의 만남으로 빚어진 ‘진도 홍주’에서부터 우리나라 전통 민속주 제1호 ‘부산 산성 막걸리’, 조선 3대 명주 ‘전주 이강주(문화재급)’, 녹두장군 전봉준이 마셨다고 전해지는 전북 태인의 ‘죽력고’,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 스님이 직접 빚은 ‘송화 백일주’, 제주 선인들의 삶과 혼이 깃든 ‘제주 고소리술’ 등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과 전통비법으로 빚어진 전통주는 우리 조상들의 멋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보물들이다. ■ 지역특색 반영, 전국에 다양하게 분포 <서울>◆향온주-조선시대 궁중의 양온서에서 어의들이 빚었던 어주로 알려져 있다. 녹두국이라는 특수 누룩을 발효제로 사용해 빚는다. 녹두를 넣는 이유는 제독 작용과 함께 술의 향기를 좋게 하기 때문이다. 그윽한 녹두향과 깨끗한 뒷맛이 일품이다. ◆문배주-면천 두견주, 경주 교동법주와 함께 ‘3대 국주(國酒)’로 불린다. 원래 대동강의 맑은 물로 만들어진 평양 지방의 술이다. 평양에서 양조장을 경영하던 고(故) 이경찬 옹이 월남해 서울에 뿌리를 내리면서 서울 술이 됐다. 맛이 깔끔하고 뒤끝이 깨끗해 양반 계급에서 애용했다. 러시아의 고르바초프가 방한했을 때 정상회담에서 건배주로 사용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송절주-이 술을 빚는 시기는 ‘매달 십이지 중 첫 돼지날이 좋다’는 속설과 함께 3월과 11월이 적기라고 전해진다. 은은한 솔향과 쌉쌀하면서 시원한 맛, 알코올 도수 함량 17%로 독하지 않아 취하도록 마셔도 전혀 뒤끝이 없다. <경기도>◆남양주 계명주-술을 담근 다음날 닭이 우는 새벽녘에 먹을 수 있도록 속성으로 빚은 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엿탁주’라고도 불린다. 알코올 함유량은 11%. 달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당정 옥로주-토종 율무와 멥쌀을 주원료로 빚은 율무술을 증류한 소주이다. 용인시 백암면 박곡리에서 전해지며, 숙취가 없고 반주로 좋다. 여성들 부기를 빼는 데 효과가 크다. 알코올 도수는 45%이다. <충청도>◆면천 두견주-가장 널리 알려진 진달래술. 신분과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에서 빚어 마셨던 술로, 현재는 당진의 면천 지역에서 그 맥을 잇고 있다. 이 지방의 독특한 샘물로 두견주를 빚어왔으며, 알코올 도수 19%의 가향주이자 절기주로, 아무리 많이 마셔도 뒤끝이 깨끗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야산에 활짝 핀 진달래를 채취해 꽃술을 떼고 말려서 사용한다. ◆중원 청명주-한양으로 가던 경상도 선비들이 중원에 이르러 청명주를 마시고 가면 문경새재 산마루에 이르러서야 술이 깼다고 할 정도로 오래도록 그 진미를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청명일에 마시는 절기주이자 이양주로, 술이 익기까지 100일이 걸린다. 숙성된 청명주는 알코올 도수 16%로 매우 끈적거릴 정도의 진한 맛과 약간 시원한 맛이 혀끝을 감돈다. 오랫동안 숙성시켰기 때문에 마시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경상도>◆경주 교동법주-법주는 ‘법식대로 빚은 특별주’를 말한다. 궁중에서도 문무백관과 사신만이 마실 수 있었던 술이다. 법주는 경주에 사는 경주 최씨 집안에 그 비법이 전해져 종부에게만 전수된다. 술은 노랗고 투명한 담황색을 띤다. 찹쌀 특유의 달짝지근한 듯 찐득한 맛과 강한 향취가 어우러진다. ◆문경 호산춘-중국 당나라 때부터 왕실과 귀족 등 특수 계층만 마시던 술이다. 문경 지방에 호산춘이 전해진 것은 약 600년 전. 황희 정승의 증손 황정에 의해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집성촌을 이루면서 가양주로 빚어 왔다. 지금은 장수 황씨 가문의 21대 종부인 권숙자 씨가 솜씨를 이어간다. 술은 담황색을 띠면서 맑고 코끝을 자극하는 솔향이 일품이다. ◆김천 과하주-옛 기록에는 “봄, 여름 사이에 빚어 마시는 술로 갈증을 씻어 주어 한여름도 거뜬히 날 수 있다”고 전한다. 고(故) 송재성 씨의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한 이후 현재는 아들 송강호 씨가 기능을 이어받았다. 코끝에 풍기는 국화 향기와 혀끝을 감싸 안는 듯한 감칠맛을 낸다. 찹쌀로 빚어서 끈끈할 만큼 진한 것이 특징이다. <전라도>◆전주 이강주-조선 중엽부터 죽력고와 함께 명성을 얻은 이강고가 대중화되면서 약식 가양주로 자리 잡아 이강주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술에 배와 생강을 넣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통 소주 특유의 향에다 배에서 우러나온 청량감과 생강의 매콤함, 계피의 강한 향이 잘 어우러진다. ◆진도 홍주-진도에서 60년 가까이 홍주를 빚어온 허화자 씨가 가문의 비법 그대로 전수하고 있다. 지초라는 한약재로 착색시켜 밝고 아름다운 홍옥색을 띤다. 주로 보리로 누룩을 빚기 때문에 보리향이 많이 난다. 뒷맛이 구수하고 진하다. 알코올 도수는 40%지만, 그다지 독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해남 진양주-200여년의 내력을 가진 장흥 임씨 가문의 비주이다. 임금이 마신 술이라 하여 ‘어주’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엷은 주황색의 밝은 빛깔을 자랑하는데, 술맛이 달짝지근하고 부드럽다. <제주도>◆오메기술-‘탁배기’라고도 불리는 오메기술은 찹쌀이나 멥쌀 대신 차조로 담근 제주 고유의 토속주다. 탁주로는 특이하게 약간 붉은빛이 돌며,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해준다. 오메기술은 청주와 막걸리를 한 독에서 얻으며, 곡주 특유의 향기와 함께 약간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고소리술-‘고소리’란 소주를 증류하는데 사용하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다. 고소리술은 소줏고리를 이용해 증류한 소주를 뜻한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한 재래식 소주이며, 술 빚는 법은 다른 소주와 비슷하다. 다만 조를 원료로 한 전통주로 고소한 듯하면서도 화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부드러운 향취를 준다.

■ 우리나라 전통주 1호는 ‘부산 산성 막걸리’ 전통주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 민속주 1호는 무엇일까? 이것이 궁금해진다. 답은 ‘금정산성 토산주’(산성 막걸리)로 부산 금정산의 산성마을에서 빚는 막걸리다. 막걸리가 전통주 1호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지난 1960년 주세법으로 누룩 제조가 금지된 이후 산성 막걸리는 마을 사람끼리만 만들어 마시면서 명맥을 이었다. 5·16 군사 쿠데타 전 부산 군수 사령관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성 막걸리 맛에 흠뻑 취하곤 했다. 그 맛을 잊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은 79년 부산에 순시차 내려와 산성 막걸리를 찾았다. 그리고 ‘사라질 위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양성화할 것을 지시(대통령령 제9444호)했다. 이어 81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국풍 81’ 행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산성 막걸리는 인공재료를 사용치 않고 누룩과 쌀, 물 세 가지만을 재료로 써 전통제조 방식대로 만드는 자연 발효주다. 산성마을은 금정산 봉우리에 둘러싸인 분지로, 해발 400m가 넘어 평지보다 기온이 평균 4도 이상 낮다. 또 예부터 맛 좋기로 소문난 금정산의 맑은 물이 산성 막걸리만의 독특한 맛의 비결이다. 특히 보통 막걸리의 주도(酒度)가 5도인 것에 비해 산성 막걸리는 8도이고 숟가락으로 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걸쭉해 ‘항우 장사도 세 주전자는 비우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 스님들의 곡차가 기원, 전북 완주 ‘송화백일주’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 스님이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벽암 스님은 전북 완주군 모악산 수왕사 주지 스님이다. 이 술은 애초 스님들이 마시던 곡차였다. 이곳에서 빚어지는 술은 두 가지다. 우선 ‘송죽오곡주’는 이름이 말해주듯 솔잎과 댓잎, 산수유·구기자·오미자·국화 등 각종 한약재, 찹쌀·곡자·오곡 등이 원료다. 여기에 모악산 약수가 혼합된다. 밀봉한 뒤 섭씨 20도의 온돌방에서 1주일간 재웠다가 8일째 되는 날 땅에 묻어 발효 숙성시킨다. 일반 술과 달리 각종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향을 내는 이 술은 부드러우면서도 뒤끝이 깨끗하다. ‘송화백일주’는 송화가루와 솔잎·산수유·구기자·오미자·찹쌀·백미·곡자·꿀을 원료로 제조된다. 100일 동안 저온에서 장기 재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소나무 순액을 침출하여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고, 장기간 보관할수록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난다. ■ 경북 안동 소주, 80년 만에 복원 안동 소주는 한 여성이 복원했다. 안동에서 태어난 조옥화 씨(83)가 그 주인공이다. 조 씨는 한일합방 이후 80여 년간 맥이 끊긴 안동 소주를 복원해냈다. 1987년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안동 소주는 먼저 멥쌀로 고두밥을 지은 다음, 식으면 분쇄한 누룩과 물을 3:1:2의 비율로 섞고 고루 비벼서 만든 술밑을 술독에 넣고 발효시킨다. 그런 후 술밑을 체에 걸러 솥에 넣고 소줏고리에 얹은 다음 불을 지펴 열을 가하면 귓대에서 소주 방울이 흘러내린다. 이것이 안동 소주다. 처음 나오는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70%에 달한다. 나중 것은 약 20%. 이들을 혼합해서 45%짜리 안동 소주가 완성된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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