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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차이나 타운’에 카지노·숙박업소가 웬말?

연남·연희동 ‘차이나 타운 조성 기본구상’… 사행성·퇴폐성 시설유치 계획에 주민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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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호 박성훈⁄ 2008.03.03 15:54:17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해외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중국. 때문에 세계 어느 곳이든 화교들이 모여 그들 나름의 문화를 영위하며 살고 있는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인천 북성동에 차이나 타운이 있으며, 경기도 고양시도 한국차이나타운㈜와 협력하여 1월 28일 일산 서구 장항동에서 ‘차이나 타운 건설 기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서울 마포구 일대에도 화교들이 모여 사는 지구가 형성돼 있다. 연남동에 있는 동교로를 따라 가다 보면, 온통 중국집 일색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외관을 치장한 식당에 들어서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자장면·짬뽕이 아닌 중국인들의 식단으로 메뉴가 가득 차 있다. 연희동에는 중국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한성화교학교가 있으며, 국내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중국인의 모임인 한국중화 총상회의 사무실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연남동 일대를 차이나 타운으로 본격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에 차이나 타운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연남동과 연희동 일대에 차이나 타운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서울시는 작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차이나 타운 조성 기본구상’을 의뢰해 이미 차이나 타운을 세우기 위한 기본 연구를 마무리했으며, 관련 조례의 제정, 시의회의 승인을 통한 13억 6000만 원의 재정 확보 등 차이나 타운 건설을 본격화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중국 관련 산업들이 연남·연희동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카지노와 마작과 같은 사행성 산업과 함께 퇴폐 문화를 들여올 우려가 있는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발주해 만든 ‘차이나 타운 조성 기본구상’을 보면, 계획방안 2단계인 ‘차이나 타운’ 단계의 ‘시설물’란에 카지노와 중저가(中低價) 호텔이 면세점, 문화원, 박물관 등과 함께 들여올 위락시설로 포함돼 있다. ■위락시설들 과연, 관광상품인가 카지노 산업은 국가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목록 중 하나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호텔 내부에 위치한 카지노 시설을 비롯해 강원도 태백의 강원랜드 등 사행성 위락시설은 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들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도박시설을 마련해, 국내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국가에서는 보다 많은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국내선 지역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변경·확장하거나 도로를 건설하는 등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쏟기도 했다. 미국은 ‘카지노, 도박 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로스엔젤레스의 라스베가스를 통해 어마어마한 외화를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로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 등 각 업체들이 카지노와 슬롯머신 등 도박사업으로 벌어들이는 평균 분기당 순매출액은 1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카지노, 슬롯머신 등 사행성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정책 입안자들도 이 사업을 통해 많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관광객 안 오고 주민 중독자만 늘어 그러나 사행성 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공공기관 차원의 사업 시행은 많은 부작용을 낳아 왔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경마장은 정부에게 수익성이 보장된 ‘캐시 카우’ 사업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도박 중독자 양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다. 강원랜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강원랜드의 카지노 중독자 수는 2005년 2,098명, 2006년 2,912명, 지난해 4,275명으로 해가 갈수록 급증하여 도박 중독의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행성 위락사업을 육성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위락시설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가 턱없이 적다. 제주도에 있는 한국마사회의 경마장에는 2006년에 3만 9,721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전체 경마장 입장객의 10% 정도에 머무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 531만 명 중 0.7% 정도의 수치여서, 이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은 결국 제주도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경마장과 같은 사행성 위락시설이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음을 방증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시작된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사업도 2008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1%, 23.2% 증가한 1조2,279억 원과 5,1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어보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결국 강원랜드의 배만 불리고, 국내 도박 중독자만 양산한 꼴이 됐다. 이처럼 카지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올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연남동 차이나 타운에 카지노 시설을 들일 경우 강원랜드나 경마장에서 나타난 폐해가 그대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숙박업소 난립으로 퇴폐문화 유입 우려 중저가 호텔을 들여오겠다는 방안도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 연남동 차이나 타운을 서울시내의 명물 거리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살림을 차려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굳이 돈을 들여 호텔에서 머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수용이 아닌 외수용이라는 결론이다. 관광객을 이곳에 세워질 중저가 호텔에 머물게 해서 차이나 타운의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엿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예상되는 문제는 중저가 호텔이 난립하여 이 일대에 음란하고 퇴폐적인 밤문화가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이다. 경찰이 2006년에 음란·퇴폐 영업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아 수사에 들어간 전국 24개의 지역 중 대부분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R호텔 일대(118개 업소)와 동대문구 장안동 K호텔 일대(284개 업소) 등과 같은 저가 숙박업소 밀집 지역이다.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다 퇴폐문화만 불러 모으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남동 차이나 타운에 중저가 호텔들이 들어설 경우, 이곳을 중심으로 매춘업이 암암리에 횡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행산업·숙박시설, ‘차이나 타운 계획’에서 취소돼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남동과 연희동에 사는 주민들이 카지노와 마작, 중저가 호텔 밀집지역이 함께 들어설 차이나 타운 조성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나 타운 조성 기본구상에 들어 있는 설문조사에 의하면, 연희동 주민 중 24.2%만이 ‘연희동과 연남동 내 중국 문화거리 또는 차이나 타운 조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46.6%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인 서대문구의 우상호 의원(통합민주당)은 “주거밀집지역인 연희동 일대에 사행시설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볼 주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주민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오세훈 시장의 차이나 타운 조성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주민의 힘을 모아갈 것”이라면서 사행산업과 숙발시설이 들어올 경우에는 차이나 타운 계획에 대해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중국 관광객을 서울로 끌어들이는 데 차이나 타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들은 “식사가 가장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차이나 타운이 그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현재 연간 70만 명 수준이지만, 2010년에는 100만~1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서울에 차이나 타운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일자리 92만 개와 24조 원대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이익을 서울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차이나 타운이 카지노 등의 사행산업과 퇴폐성 숙박시설로 얼룩져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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