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인 ‘한승수 내각’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지각 출범’했다. 이는 한마디로 내각의 수반인 총리를 비롯한 15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포함한 자격검증 ‘인사청문회’라는 거센 암초에 걸려, 자그마치 한 달 넘어 끌었던 검증시비 끝에 간신히 지각 출범의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총리를 비롯한 상당수 장관 후보자들과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비롯한 갖가지 불법, 탈법, 비리, 논문표절 등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잇따라 불거져, 이들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시시비비의 공방전이 길게 이어진 게 그 주된 원인이었다. 사실 이번에 실시된 일련의 ‘인사청문회 파동’을 계기로 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안겨 준 ‘인사청문회 제도’의 존립 가치와 의미 그리고 필요성 여부 등에 대한 재평가나 재음미의 기회를 새삼 갖게 했다는 소리가 점차 힘을 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얻는 것’도 많겠지만 반대로 ‘잃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청문회의 직접 당사자는 물론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보는 관점 등에 따라, 더러에게는 ‘교훈’ 아니면 ‘반면교사’ 같은 결과를 낳게 했을 것이며, 또한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대리 만족감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실망감을 비롯한 배신감, 박탈감, 허탈감과 위화감에다 분노까지를 일게 하는 등 숱한 희비들이 교차했을 것이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집권시절 10년 동안의 일련의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이번 이명박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까지를 돌이켜 곱씹어 보면, 공감이나 수긍될 수 있는 부분도 없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인사청문회가 중요하고 필요불가결 한 제도라 해도 나라와 국민들의 운명과 흥망이 걸린 국정운영의 기본 틀을 구축하는 문제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이 문제에 관한 한 그 누구도, 또한 그 어떤 이유나 구실로도 결코 늦추거나 지체시킬 수는 없다는데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특히 최근 처럼 국내외 경제 사정들이 좋지 않게 요동치고 있는 경우에는 이의 대응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하게 요구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총리를 비롯한 새 각료 내정자들의 자격 및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이를 구실로 이명박 새 정부의 초대 내각구성 자체를 지체시키는 등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와 자칫 나라 살림이나 국민 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우려와 자각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 이에다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까지도 점차 높아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여·야 정당들과 국회의원 등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적 입지와 사활 등을 가름하게 되는 일대 결전의 날인 ‘4·9 총선’까지 코앞으로 바싹 다가오고 있는 바람에, 숱한 우여곡절과 함께 ‘지각 출범’이라는 오명과 핸디캡(Handicap, 불리한 조건)까지도 감수하면서 가까스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도 실토했듯이 새 정부 내각의 출범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현안들까지 산적해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승수 내각’이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바쁘고 힘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 내각은 조속히 체제정비를 서둘며, 심기일전하여 오로지 나라와 국민에 대한 봉사와 기여로, 이번 인사 검증 과정에서 드러났던 갖가지 곱지 않았던 흠결들을 말끔이 씻어 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자칫 빛 바랠뻔 했던 특히 한 총리 같은 이의 화려하고도 풍부했던 과거 경력이나 능력 등을 더욱 빛낼 수 있는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의 ‘전화위복’의 호기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