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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반 고흐!’

반 고흐가 국내에 남기고 간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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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호 이우인⁄ 2008.03.10 15:49:39

지난해 11월 24일 국내를 처음 방문한 반 고흐가 오는 3월 16일 100여 일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고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예술가로서 가난과 좌절로 점철된 쓰라린 인생여정을 37세의 나이에 스스로 마감한 비운의 화가 반 고흐는 창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독특한 화법과 내면 중심의 표현력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영혼 구도적인 강렬한 작품으로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3월 3일, 전시관 문을 여는 오전 10시를 불과 20분 지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전시관 안은 이미 300여 명의 관람객들로 시끌벅적 만원을 이뤘다. 관람객 중에는 외국인·승려·신부·수녀 등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원래 이렇게 관람객이 많이 오느냐”는 질문에 전시관 구석에 서서 관람객을 안내하던 어린 스태프는 손사래를 치며, “오늘은 적은 편이다. 평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고 대답했다. 미술관 측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3월에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해 그나마 단체 관람객이 많이 줄었다”며, “날씨가 안 좋은 날은 비교적 관람객이 적다(이 날은 폭설이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날을 잘 잡아 왔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하려면 이런 날을 골라 방문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난한 농민사회의 처참한 생활상을 화폭에 담으며 미술을 통해 인류애를 실현코자 화가의 길을 택한 초기 네덜란드 시기(1881~1885)부터, 처음으로 인상파의 빛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화풍의 기틀을 마련한 파리 시기(1886~1888), 이상향을 꿈꾸며 색채의 무한한 신비를 마음껏 구현한 아를르 시기(1889~1889), 불타는 예술혼을 자연의 묘사를 통해 분출하던 셍레미 시기 (1889~1890),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70일 간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불멸의 화가 - 반 고흐전’을 찾은 유명인사들도 많다. 개막식 날인 지난해 11월 23일에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정·재계의 고위 인사들, 11월 28일에는 캉닝(康寧) 중국 국영교육방송(CETV) 사장 외 중국의 교육ㆍ문화계 고위급 인사 11명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했다. 이 밖에, 여자 인기 그룹 ‘소녀시대’와 영화배우 이준기, 김남조 시인, 정선희·안재환 부부, 이수성 전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반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편, 100여 일 동안 진행된 ‘반 고흐전’은 국내 전시회 사상 많은 영광과 업적을 남겼다. ■국내 반 고흐展, 미술전시의 새 이정표 전시 구성 규모로 보면, 1990년에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작가 사망 100주기 전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국내 미술전시에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전시였다. 이번의 반 고흐전은 전세계에 남아 있는 반 고흐 작품의 절반 이상을 소장한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뮐러 미술관으로부터 엄선한 진품 유화작품 45점과 드로잉 및 판화작품 22점 등 총 67점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최고의 회고전이었다. 10년 동안 짧은 예술가의 삶을 살면서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을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전시가 유일무이하다. 반 고흐전은 전세계 모든 미술관들이 가장 열고 싶어 하는 미술전시로서, 한 국가에서 100년에 한 번 기대할 수 있는 미술전시의 꽃이다. 그만큼 그는 대중적 인지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누리는 화가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세계 미술계의 경쟁을 뚫고 국내 유치에 성공한 반 고흐의 서울전은 미술전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전시는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이루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미술 애호가와 미술인구의 저변확대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10년의 화가생활에서 반 고흐가 남긴 유화작품은 880여 점에 이른다. 흔히 반 고흐의 5대 걸작으로 일컫는 작품은 1885년에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과 파리 시기의 ‘자화상’, 아를르 시기의 ‘해바라기’, 셍레미 시기의 ‘아이리스’, 오베르 시기의 ‘오베르 교회’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이리스’ 작품은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된 후 단 한번도 외부 반출이 없었던 작품이어서, 한국의 ‘반 고흐전’이 최초의 해외 나들이었다는 사실은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다. 또한, 이번 전시작품의 보험가액은 약 1조 4,000억 원으로 미술전시 사상 전무후무한 최고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작품 중 ‘자화상’과 ‘아이리스’는 각기 보험가액이 1,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이는 국내 ‘반 고흐전’이 갖는 작품의 질적 우수성과 가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내 미술전시 기록을 깨다 높은 기대 속에 막이 오른 ‘불멸의 화가 - 반 고흐전’은 개막과 동시에 신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개막 첫날인 지난해 11월 24일에만 총 관람객 8,000여 명의 기록을 세웠다. 개막일 최다 관람객의 종전 기록은 4,300명이 보고 간 ‘빛의 화가-모네’전이 갖고 있었으나, ‘반 고흐전’이 두 배 가까운 수치로 이 기록을 순식간에 갈아치웠다. 전시개막 이틀째인 25일에도 7,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반 고흐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또, 지난 1월 1일 20만 명, 1월 13일 30만 명을 돌파하며 개막 46일 만에 세운 국내 전시 사상 최단기간 누적 관람객 기록을 이어 갔다. 이어, 토요일이던 1월 19일엔 관람객 1만3,000명이 찾아, 종전 1만 1,000여 명이었던 1일 최다 관람객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 모든 경이로운 기록은 반 고흐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의 높은 수준이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빚어낸 결과이다. 반 고흐전은 여기까지의 기록에 만족하지 않았다. 개막 82일 만에 관람객 60만 명을 돌파해 단일 전시장 기준으로 국내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미술전시는 2004년에 서울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색채의 마술사-샤갈'전으로, 서울에서만 3개월여간 50만 명이 관람했는데, 서울에서만 열린 반 고흐전에 3개월 동안 6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샤갈전이 세운 서울 기록을 깼다. ‘반 고흐전’의 전시본부 홍보담당 이혜민 씨는 “부산 전시까지 합해서 70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샤갈 전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미술 전시였다. 하지만, 매일 ‘반 고흐전’을 찾는 관람객 수로 미루어 볼 때, 아직 확실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이미 샤갈전의 기록을 깼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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