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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연일 고공행진, 돌반지가 사라진다

2년 만에 두 배 껑충, 금 구입보다 파는 사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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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호 성승제⁄ 2008.03.17 16:29:48

금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3.75g(1돈)당 소매가로 12만6,000원이던 금값이 이달엔 14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의 11만7,000원과 대비해 약 20%, 2006년 말에 비하면 절반 이상 급상승한 셈이다. 금 가격이 껑충 뛰면서 덩달아 금은방의 풍속도도 변하고 있다. 금을 사겠다는 손님보다는 팔겠다는 사람이 늘고, 돌잔치에 갈 때도 금반지 대신 현금으로 대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 결과, 도매상점 상인들은 하루 매출이 30~4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20~30대들이 주로 구입하는 14K·18K 등의 커플링과 목걸이의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도매상 가격이 1돈에 현금 기준으로 1~2만 원 낮은 12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 거래 현황과 금값이 급등하는 이유 그리고 도매상과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서울 종로3가 금은방을 직접 방문해 들어봤다. “돌반지나 순금을 사 가는 손님은 거의 없어요. 아주 가까운 친인척에게 선물한다고 찾아오는 손님은 종종 있지만, 작년 이맘때와 비교한다면 50% 이상은 준 것 같아요. 하지만 14,18K의 커플링과 목걸이는 꾸준히 팔리고 있어요.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 구입하는데, 가격보다는 디자인에 치중하는 편이죠.” 종로3가에 위치한 K귀금속 종업원은 최근의 금 거래 근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금 가격이 연일 급등하는데도 반지·목걸이 수요가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미혼이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 현실적인 주머니 사정보다는 감성과 사랑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했다. K귀금속 종업원은 “커플끼리 혹은 혼자 오는 남자 손님이 많은데, 커플은 여자 친구가 원해서, 또 남성 고객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하거나 이벤트용으로 구입해 가는 것 같다”며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손님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젊은층은 디자인만 맘에 든다면 80~90%는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 가격 흥정도 큰 영향을 끼친다. 원래 순금 1돈이 14만 1,000원이지만, 도매상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흥정에 따라 현금 기준으로 12만 원대 중후반에 팔고 있다. T귀금속 관계자는 “카드 결제나 현금 영수증이 필요한 경우 순금값을 정가 그대로 받고 있지만, 세금이 나가지 않는 현금의 경우 많게는 2~3만 원까지 깎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돌잔치 선물, 금반지에서 현금으로 그러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순금 1돈 값이 5~6만 원대였기 때문에, 현재의 금값은 아무리 깎아준다고 해도 40~50대 손님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돌잔치에 초대받아 순금 돌반지를 선물하며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던 풍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가까운 친지만 제외하고 대부분 금반지 대신 현금이나 유아용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종로3가 Y귀금속을 방문한 직장인 박정순(가명·45) 씨는 “언론을 통해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직접 와보니 예상보다 너무 올라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돌반지를 보러 왔는데 그냥 현금 봉투를 내밀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혼수 문화도 바뀌고 있다. 예년 같으면 시어머니 예단으로 복을 비는 금돼지, 장수를 비는 금거북, 행운을 비는 순금 열쇠를 전달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옷이나 핸드백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기업에서 근속 상으로 전달하던 순금 기념품도 무게가 절반으로 줄었고, 은행권 등에서 우량 고객 사은품으로 나눠 주던 순금 돼지 휴대폰 고리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돌반지가 반 돈으로 만들어지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종로에 위치한 J귀금속 상가의 한 종업원은 “금값이 너무 올라 반 돈으로 해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고, 두세 명이 함께 와서 돈을 모아 돌반지 한 개를 사는 일도 있다”고 달라진 돌 반지 문화를 전했다. ■中ㆍ印수요 급증, ‘안전자산’ 인식도 확산 이처럼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도와 중국 등 신흥 국가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보석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1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달러 표시 자산 값이 오르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과 달러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그리고 중국·인도의 금 수요 증가, 채굴량과 채산성 감소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충격은 우선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금값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즉, 금 1온스 값은 빵 350개 값과 같다는 말도 있듯이, 밀이나 빵값이 오르면 금값도 따라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또 “인플레이션 여부를 가장 편하게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금 가격을 조정할 경우 현재의 금값은 80년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아직 고점 대비 50%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면서 “물가가 현 수준만 유지한다 하더라도 온스당 14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게다가 물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아울러 1980년대보다 수급 상황도 더 열악해 추가 상승의 여지가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金테크 투자는 ‘글쎄’… 성급한 판단보다 장기적 안목 요구 금 가격이 오르면서 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웃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가 그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품은 금 실물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이나 적금과 마찬가지로 통장에 금을 적립하는 형태다. 고객이 저금한 액수만큼 은행에서 금을 사서 보관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금 실물을 살 때 물어야 하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도 금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금값이 오른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도 38%를 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펀드 같은 경우는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있는 반면, 투자자들이 금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금 관련 상품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금값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심은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금테크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각에선 금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값이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 현재 장기간 달러 약세가 지속되곤 있지만, 달러가 일단 반등하면 금값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선 금과 관련된 상품에 투자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단기적으론 많이 상승해 왔기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 번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기 보다는 일부를 분산 투자하는 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익의 이면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어느 투자상품이든 그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금도 예외가 아니다. 금값 상승만을 보고 무조건 뛰어드는 무모함보다는, 무엇보다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적절한 상품을 선택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금·보석 밀수도 급증 한편, 금값 상승으로 금·보석류의 밀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의 밀수·불법 외환거래사범 단속 실적이 6696건, 금액으로는 4조4806억 원으로, 건수는 12% 증가했지만 금액은 28%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금·보석류의 밀수 적발 금액은 579억6,000만 원으로 전년 32억9,000만 원의 17.6배에 달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금·보석류 밀수입의 경우, 가정주부·대학생 등이 가담한 금괴 1.4t(327억원 상당) 밀수입사건 영향으로 전년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금값 상승도 밀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보석류 밀수 중 가정주부·대학생의 금괴 조직밀수 사건을 제외한 금액은 252억 6000만 원으로 전년의 7.7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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