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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 미스터리 ‘우울증’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비용 2조원…2020년 인류 3대질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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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류선재⁄ 2008.03.31 17:37:32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안·초조·공포감 등의 고조로 우울증과 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오늘날 ‘정신의 감기’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우울증은 사실상 암·비만과 함께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정신질환으로 꼽힐 만큼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현대의학이 아직 발병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이들 질병은 아직은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영향과도 무관치 않아 완전한 치료와 예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베르테르 효과’ 심리전염에서 자살충동으로… 우울증은 지난 몇 년 사이 스타들의 죽음을 부르기도 했다. 영화배우 이은주를 비롯한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 등 스타들의 자살 행렬 중심에는 우울증이라는 공통적인 질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렀다. 유명인들의 자살이 이입돼 덩달아 자살기도를 하게 되는 베르테르 효과는 실제로 대만의 유명 스타 M.J. Nee가 죽은 후 대만에서 조사되기도 했다. 이 조사내용에 따르면, 2003년과 2004년 같은 기간의 자살수치를 비교했을 때 Nee의 시체가 발견되고 매체보도가 치열했던 시점 이후 자살 기도가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90%의 사람들은 Nee의 자살 보도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즉, 심리적인 동요로 우울증이 발병, 급기야 자살기도까지 유발한다는 결론이다.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보도 이후 약 3개월 간 우울증을 앓았다는 김진영(38·여·회사원)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면 아직도 잠을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은주 씨가 등장하는 영화는 모두 소장할 정도로 열렬한 팬이었던 김 씨는 “(이은주가) 죽은 뒤 나와 함께 있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다. 무섭다기보다는 이은주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서 슬펐다”고 전했다. 담당의사는 김 씨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입원치료를 권유, 2개월 간의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병행했다. 여배우의 어떤 슬픔이 전해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은주가 무슨 슬픔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출연했던 영화 속의 이 씨 모습만 떠오를 뿐이다. 영화 속 이은주와 현실세계 이은주가 그렇게 매치됐다”고 설명했다. ■‘신경의 감기’=우울증 발병 원인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4.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최근 5년 간의 자살동기 분석에 따르면, ▲ 염세·비관(44%) ▲애정문제(8.8%) ▲가정불화(6.9%) 등이었다. 염세·비관은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이며, 가정문제나 애정문제도 흔히 우울증의 원인이 돼 자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울증이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울증은 개인의 행복과 생활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흔한 증상을 알아보자. 일단, 이유 없이 우울하고 힘이 없으며, 입맛도 사라질 뿐 아니라, 활동반경이 줄고 자살충동을 느끼며, 신경질을 부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고민거리나 잡념이 늘거나 몸이 아파온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특히 소화기관에 주로 이상현상이 오며, 스스로 몸이 성한 데가 없다고 느끼지만, 정작 진찰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즉, 타인이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스스로 불만족해하면서 죄책감이나 자책감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잦은 건망증 역시 우울증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정신질환도 성별에 따라 발병률이 다르다는 점. 남성에 비해 여성이 2배 가량 더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완벽주의자나 비관주의자도 일반인에 비해 높다. 우울증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노아에피네프린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원래 세로토닌이 낮은 편이어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잘 걸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또, 이별과 사별 혹은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오랫동안 떨어진 경험 등이 우울증을 쉽게 촉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격이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인 사람들에게서 우울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잠재의식 속에 억압된 채로 존재하는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자기 자신에게 돌려지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우울증 역시 많은 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가족 중 우울증·조울증 환자가 있거나 정신질병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일반인에 비해 약 2배~10배까지 발병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량 잘 걸려 M&K신경정신과 황주석 원장은 “우울증이 뇌의 특정 기능의 변형·이상으로 인한 것보다 심리적 요인이 대부분인 탓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들의 심리상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베르테르 효과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 부자촌에 사는 강남권 주민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어떨까? 최근 물질적 부유와 우울증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 흥미로운 조사에서 놀랍게도 응답자의 22%가 우울증상군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20%, 여성 23.8%가 우울감을 호소했고, 연령별로는 30대 미만이 24.7%를 차지했다. 또한,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주요 원인으로 남성은 경제적 문제, 여성은 자녀교육과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물질적 풍요로움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기준을 보였으며, 이 밖에도 낮은 학력수준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이들도 많았다. 우울증은 개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가져다주지만, 사회경제적 손실 역시 천문학적 액수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서울대병원과 이화여자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조사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3조856억 원이나 되며,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2조153억 원이나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앞으로 2020년쯤 인류를 괴롭힐 3대 질병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치료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우울증은 80~90%가 완치되는 질환이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병행된다. 약물은 신경호르몬의 조절에 관여하는 항우울제나 기분안정제(양극성우울증의 경우), 신경안정제인 항불안제, 항정신성 약물, 갑상선 제제 등이 투여된다. 정신치료의 경우는 인지체계 교정을 위한 인지치료, 대인관계의 기술을 위한 대인치료, 어린 시절의 갈등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정신역동치료와 집단치료, 가족치료로 행해진다. 황 전문의는 “우울증 발병은 물론 치유에서도 사람 간의 유대와 관심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기복 ‘조울증’ 지금껏 우울함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와는 정반대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병도 있다. 바로 조증이다. 조증이란 이유 없이 기분이 좋거나 이유가 있더라도 지나치게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되는 병이다. 따라서, 조증 환자는 자신감이 증대하거나 과대해지고, 잠을 적게 자도 피로를 느낄 수 없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수다스러워지며, 사고의 속도가 빨라지는 산만함을 보이는 이 질병은 결국 타인과의 마찰이나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조증과 앞서 설명한 우울증이 합해진 질병을 ‘조울증’이라 부른다. 즉, 우울함과 고조된 기분상태가 빠른 시간 내에 반복되는 증상으로, 입원치료가 불가피한 최악의 신경질병인 셈이다. 조울증은 단번에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증이나 우울증의 반복된 재발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 장애이기 때문에 첫 진단을 내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황 전문의는 설명한다. 그는 조울증에 걸려 치료받던 환자가 자해를 반복해 병원신세를 진 사례를 들었다. 이 환자는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해 손목을 긋거나 목을 매는 행동을 보이다 이내 조증 상태로 넘어가면서 과한 삶의 의욕으로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는 등 감정 제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처럼 조울증은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적어도 일주일 가량 지속되는데, 특정기간 동안은 분명한 조울증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조울증 역시 다른 정신질병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와 관심치료 등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주위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간단한 ‘조울증’ 자가 테스트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의 항목이 일주일 가량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 갑자기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각하게 과장된 자신감 ▲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짧은 수면에도 만족을 하는 등) ▲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끊임없이 말는 행위 ▲ 사고(思考)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 주의 산만으로 나와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이끌리는 경험 ▲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또는 정신적인 초조감과 불안감 ▲ 고통스런 결과, 과도한 쇼핑 등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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