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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보험 ‘서비스 질’ 논란

인프라 부족, 사각지대 발생 우려
정부지원 미흡, 지자체 예산확보 어려워 사업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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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2호 김대희⁄ 2008.04.08 09:47:13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근래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는 고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노인 인구비율 7% 이상)에 접어든 이후, 지난해엔 인구의 8.7%인 417만 명이 노인이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이처럼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노후에 대한 개인적인 준비나 사회적 인프라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노인 자살이 늘어나는 이유도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가 낳은 가난과 질병과 외로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치매·중풍 등 요양보호 노인이 크게 증가되고 있으나,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으로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의 요양보호 문제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노후의 가장 큰 불안요소로서 심각한 사회적 위험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정부는 그 동안 고령사회에 대응해 치매·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왔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오는 7월부터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꾸려가기 어려운 노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다. 그러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비스 대상의 인프라 부족과 아울러 수혜를 받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차 시범사업이 끝나고 올해 3차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70억 원의 국비 지원이 안돼 사업 중단 우려가 커져 제도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의미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용어는 “건강하지 못한 허약한 노인 및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질병 또는 장애, 재해로 발생된 제한적인 일상생활능력을 장기적으로 향상,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장기요양보호는 주로 만성적인 기능 제약에 대해 다양한 장으로 수행되는 광범위한 서비스를 포함하며, 이러한 서비스는 크게 보건·의료적 서비스와 사회적 서비스를 포함한다. 보건·의료적 보호는 의료인에 의한 건강상태의 검진·진료·치료 및 간호를 의미하고, 사회적 보호는 건강보호 이외의 심리·사회적 상담, 부축행위, 신체적 움직임에 대한 도움 등을 포함한 의료적 도움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인에게만 한정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대상보다는 만성적인 조건을 지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지칭하며, 노인 계층은 대표적인 장기요양보호의 대상이다. ■인프라 부족과 재정악화 우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따른 서울시의 과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 공급체계로,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서울시 장기요양 수급대상(2008년 기준)은 1만9,290명으로 추정되지만, 서비스 충족률은 요양시설 수요의 36.3%, 재가 서비스 수요의 48.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광범위한 사각지대 발생도 우려했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1∼3등급의 중증노인으로 제한되고 있어, 2008년 현재 실제 수급권자는 전체 장기요양 대상의 24%, 65세 고령인구의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요금 중 본인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수급권을 포기하는 저소득층과 기존 노인요양시설 및 재가복지시설 이용자 중 등급외 판정을 받아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장기요양기관의 재정악화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기관운영에 필요한 기본경비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시설 유료화로 후원금 모금에도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기관의 재정 불안정이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경혜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수가 현실화 및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부분의 시설공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본인부담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주요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큰 만큼, 지역복지 서비스의 보완적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더 많은 재정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완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나라경제’ 2월호를 통해 고령화에 따른 요양 서비스 대책으로 사회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이 최선인지 재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 잠재된 요양 수요가 급증해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우리보다 먼저 사회보험 형태로 요양보험을 시행한 독일은 99년부터 재정 적자가 발생했고, 일본은 재정 악화로 2006년에 요양 대상자 범위를 줄이는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 2008년 하반기에만 8,323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07년 노인복지 지출 총액이 5,692억 원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제도 운영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사회보험은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단일 보험이므로 경쟁에 의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며 “요양 서비스에 대한 민간 보험 발달이 미미할 경우 사회보험제도가 유익할 수도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노조가 요양시설 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한 보험 혜택의 사각지대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한데 이어,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노동단체들도 서비스 대상 및 급여범위 확대, 본인부담률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지자체 자금 앞당겨 사용… 사업비 부족 올해 3차 시범사업 대상은 부산 남·북구, 대구 남구, 인천 부평구, 경기 수원시, 경북 안동시, 전북 익산시, 충북 청주시, 강원 강릉시, 충남 부여군, 전남 완도군, 제주 북제주군, 경남 하동군 등의 지자체다. 2차 시범사업은 2005년 7월 시작돼 지난해까지 8개 시·군·구에서 끝났다. 경북 안동시는 지난해 국비 8억1,300만 원을 받아 공공시설 및 재가 노인 640여 명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올해 국비 지원으로 책정된 2억7,000만 원을 지난해 11, 12월 인건비 명목으로 먼저 지급했다. 안동시는 올해 들어 6월까지 3차 사업(800여 명 대상)에 나섰지만 6개월 동안 필요한 예산 5억 8,400만 원을 확보치 못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도 올해 6월까지 550여 명을 대상으로 3차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지만, 관련 예산 7억 5,000만 원이 부족하다. 올해 국비 확보분 9억 9,300만 원 중 지난해 부족분 5억 7,600만 원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국비 6억9,100만 원을 들여 500여 명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마쳤다. 부산 북구도 올해 상반기에 500여 명을 대상으로 3차 시범사업에 들어갔지만, 3억 원 정도가 모자란다. 사업에는 전체 8억 원이 필요하지만, 국비 지원이 5억 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부 노인복지시설이 노인요양 전문요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의 나머지 시·군·구도 사업비 부족은 비슷한 실정이고, 3차 시범사업에는 모두 70여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예산 부족으로 국비 추가 지원에 난색이고, 해당 지자체들도 자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국비사업인데도 불구하고 국비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면서 “자체 재원 마련도 여의치 않아 사업을 중단할 처지다”라고 걱정했다. 이들은 또 “시범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파행될 경우 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비 재원이 없다”면서 “지자체와 협의해 관련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여 사업 중단 사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 경계 모호 노인병원들은 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요양기관의 역할에 대해 노인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의 경계가 모호함을 우려하는 눈치다.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하게 되는 장기요양 대상자는 크게 3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1등급의 경우 심신의 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다. 2등급은 일상생활에서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 3등급은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뜻한다. 이에 대해 한 지역의 노인병원 관계자는 “1~2등급 환자는 노인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들인데, 실제로 노인요양병원 환자들 대부분이 등급을 나누기 힘든 환자들로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요양 대상자가 이렇게 모호하면 요양병원과 요양기관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병원으로 가야 할 환자들이 요양기관으로 빠져나가게 돼 결국은 병원 쪽만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장기요양기관에 요양보호사를 두는 방안에 대해, 기존에 간병인으로 종사해 온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도 굳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한 점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노인병원이 방문요양이나 주·야간 보호, 방문목욕 등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장기요양기관을 함께 운영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노인요양운영팀 관계자는 “재가 서비스 병설시 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상호 중복되는 시설·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만 충족하면 재가 서비스 인프라가 확보되는 것”이라며 “병원이 가진 노하우를 토대로 한다면 노인병원이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론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간병인 등에게 제도 시행 시점부터 2년 간의 유예기간을 줘 기간 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1년 이상의 경험자에게는 실습시간이 감면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5대 보험이라 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기존 노인복지 서비스 체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제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사항들을 다각적이고 면밀히 검토해서 보완해야 한다. 재정적인 측면과 비용절감 효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요양보호 노인과 가족들의 종합적인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양질의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때만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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