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2호 김현석⁄ 2008.04.08 09:19:59
‘안양초등학생 살해사건’‘성범죄 급증’.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의 치안상태에 대해 군기잡기에 나설 채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조직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대학교 폐지에 무게를 실을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연초 경찰간부가 경찰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청장 직위를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 당시 박종환 충북경찰청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늑장, 부실 수사의혹을 받았던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등은 경찰에 의한 경찰 혁신이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 출신이 아닌 인사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경찰조직 내의 순혈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찰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경찰총수에 대해서도 외부 개방을 추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절반 가량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방경찰청장을 투표로 뽑는 자치경찰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총수 외부 영입 추진 지금 이 대통령은 금융 마피아 조직을 깨기 위해 외부인사를 대거 발탁한 데에서 볼수 있듯이 경찰조직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노무현정권 때 경찰로부터 호응을 받았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다시 복귀할지 주목되고 있다. 또 임재식 경찰대학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사정기관장이 영남출신이어서 호남출신이며 기수 중 유일한 행시출신인 임 학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 정권 들어 지구대로 개편돼 사라진 파출소가 다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학하고 싶은 1위 대학 경찰대학교. 이는 지난 70년대 군부시절 육군사관학교가 대학진학 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현상이 역전된 상태다. 경찰대학 1기는 다른 대학의 경우 81학번인데 서기관급인 총경에 벌써 상당수가 승진, 다른 부처에서 81학번 서기관은 고시 출신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경찰대학 졸업이 국가고시 합격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대학생은 재학기간 중 학비·수당 등 일체의 경비를 국고에서 지급받고 졸업 후 전경 소대장 등으로 근무하며 병역 특례를 받으면서, 동시에 그 기간을 경찰 근무경력으로도 인정받는 이중의 혜택과 함께 졸업생 120명 전원이 7급 상당의 경위로 임용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매년 경찰 승진자는 170∼180명인데, 이 중 120명은 경찰대 졸업생이 차지하고 나머지 50∼60명만 간부후보생과 순경에서 출발한 내부 승진자가 나누어 차지하는 차별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평등권·공무담임권 침해 위헌소지 일부에서는 경찰대학 1년 예산이 300억원 정도이며 졸업생 1인당 2억2000만 원을 들여서 교육시킨 후 경무관 승진보다도 힘들다는 경위로 임관시키는 것은 특혜 중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공무원 응시 자격에 대해 경찰대학교 출신의 무조건 특채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990년 헌법재판소가 국·공립대 사범대학 졸업생을 교사로 우선 임용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에 대하여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특정대학(경찰대)을 졸업하였다는 이유로 공무원, 그것도 경찰간부로 자동 임용하는 제도는 위헌 소지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찰대학교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경찰대 언급 후 존재냐 폐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경찰대학교 폐지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 10월 26일 국회에서 경찰대학교 폐지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회가 국가예산절약 차원에서 중앙경찰학교와 경찰종합학교의 통합을 권고했지만 철밥통 지키기에 나선 이들 학교도 통합키로 했다. 정부는 경찰대학교를 폐지하는 대신에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폭 증원으로 남아도는 우수 인력을 경찰로 특채해 고시 출신 특채자와 경감급 이상 간부 경찰관을 함께 교육시킬 경찰대학원 신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찰대학교를 폐지하는 대신에 간부가 될 수 있는 공개시험(경찰고시) 신설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행 경찰대학은 폐지하고 중앙경찰학교 등과 기능을 통폐합하여 현직 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 80년 신군부가 만든 ‘경찰대학설치법’ 폐지키로 지난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후 들어선 신군부에 의해 그해 12월 28일 ‘경찰대학설치법’이 제정·공포되어 1981년 3월 9일 제1기생을 모집한 경찰대학교가 25년만에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경찰대학교는 경찰의 상위급 직위를 독차지하고 있어 육군의 하나회와 같은 조직으로 변모, 자기들의 위세를 과시해오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경찰대학교 폐지와 관련, “고급 수사 인력 확보와 경찰의 질적 향상을 위해 79년 경찰대학이 만들어졌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설립 목적이 사라졌다”며 경찰대학교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순경이 되기 위해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사람 700명 가운데 684명(97.7%)이 4년제 대졸자였다”면서 “최근 몇 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더 이상 경찰대가 존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세무공무원의 육성을 위해 설립한 국립 세무대학이 세무행정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양적 팽창으로 인해 부조리가 발생하자 세무대학을 폐지했다. 97년 세무서 조직의 6급 이상 요직을 세무대학 출신들이 장악했을 때도 부작용이 심각했다. 국회의 관계자는 이어 경찰대 출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직내부의 갖가지 폐해를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경위 이상 간부 중 2260명(15.4%)이 경찰대 출신이고 매년 100여 명씩 늘고 있어 이들이 요직에 오르는 10년 뒤면 1000명이 더 늘어 군대의 하나회처럼 조직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대학교 출신 간부들이 늘어나면서 총경 이상 고위직 승진에서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들이 계급정년에 걸려 조기 퇴직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인력낭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부후보생 등 타 출신 간부들과의 불균형, 비경찰대 출신과의 조직 내 마찰, 당초 목적했던 수사 분야 근무 기피, 경찰대 출신 간 폐쇄적인 정보교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경찰행정학과가 설치된 대학교가 수십개나 되고, 법과대학은 거의 모든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이에 따라 경찰대학 출신이라고 하여 타 대학 출신으로 경찰에 들어온 우수한 인력보다 특혜를 주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현 공무원법으로 채용 후 경찰대학원 교육 이와 관련, 육군사관학교는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통한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하는 일사분란한 조직논리와 명령에의 무조건적 복종이 필수적이며, 전략·전술과 같은 특별한 교육 내용이 있으므로 군 간부 양성을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를 하며 경비·방범활동을 통하여 민생치안을 돌보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경찰의 간부는 일반 대학에서 시민으로서의 교양교육을 받은 자 중에서 충원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고교 졸업 후 다양한 가치관과 역사관을 체득할 기회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대학에 입학, 합숙생활을 하면서 획일화된 교육과정으로 교육시킨 후 별도의 공개된 자격시험 절차도 없이 경찰간부를 배출하는 제도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난센스이며,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외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의 나라’라는 영국은 모든 경찰관이 순경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대신 영국은 ‘대졸자 신속 승진 제도’를 통해 경찰간부 입문제도가 있으나 합격자들은 모두 순경에서 시작하고, 순경을 시작한지 4년 이내에 경사로 승진하는데 성공하면 경찰학교에서 별도의 경사교육을 받고, 경위 계급 이상으로의 승진은 공개경쟁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역시 경찰은 원칙적으로 순경부터 시작하고, 순경 임용 후 주별로 설치된 ‘예비경찰학교’에서 2년 6개월∼3년간 교육훈련을 이수하여야 하며, 이후 경찰로 6년 정도 근무하면 ‘경찰간부학교’에서 2∼3년간 재교육을 받아야 경찰간부가 될 수 있다. 또 독일은 예외적으로 김나지움 졸업자 중에서 곧바로 경위로 입문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경찰간부학교에서 2년간 교육훈련을 거쳐야 임용될 수 있다. 경찰대학 출신 경찰은 경찰대학에서 사관교육을 통해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교육받으므로,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룰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경찰업무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다원적 사고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 경비와 진압을 제외한 정보·수사·방범 등 대민분야 경찰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중앙경찰학교·경찰종합학교 통합 국회는 중앙경찰학교와 경찰종합학교의 예산운용에 있어 교육부분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기관을 통합해 교육시설이나 교수진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국회는 경찰종합학교 이전 부지에 중앙경찰학교를 이전 통합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처럼 채용된 경찰간부들을 특수대학원(경찰대학원)이나 일부대학에 위탁교육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또 일반 대학교에서도 경찰 관련학과를 신설하여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는 마당에 ‘경찰대학교’ ‘중앙경찰학교’ ‘경찰종합학교’등의 존재가 필요한지 의문스럽다고 학계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경찰종합학교의 교육과정은 신임 경찰간부후보생(1년과정)에 대한 교육과 45개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간부후보생 제외) 및 치안업무 보조 인력인 전·의경에 대한 교육훈련을 관장하고 있다. 이들 두 기관은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경찰종합학교의 경우 117억 원(2005년), 중앙경찰학교의 경우 283억 원(2005년)이다. 특히 이들 예산의 대부분이 교직원과 간부후보생의 봉급조정수당의 지급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찰종합학교는 충남 아산시로 이전하기로 하고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자치경찰제 찬성 47.5% VS 반대 36.4%’ 우리 국민 절반 가량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방경찰청장을 투표로 뽑는 자치경찰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이택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일선 시군에서 방범, 치안을 담당하게 되는 자치경찰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47.5%였으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36.4%로 11.1%p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은 민주노동당 지지층이 80.9%(>19.1%)로 가장 많았고, 자유선진당(68.1%>24.9%), 친박연대(61.8%>28.0%) 순으로 조사됐으며, 통합민주당(49.6%>33.1%) 지지층 역시 찬성 의견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은 빨리 시행되야 한다는 의견이 42%,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41.6%로 찬반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70.8%>11.2%) 응답자가 자치경찰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대구/경북(61.1%>24.7%), 부산/경남(51.4%>34.7%)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의 응답자는 의견차가 팽팽(45%>44.2%)한 것으로 나타났고, 인천/경기(35.6%<41.7%) 및 대전/충청(42.9%<44.3%) 응답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좀 더 높게 나타나 지역간 의견차를 보였다. 그 밖에 여성(49.3%>32.3%)은 빠른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월등히 높은 반면, 남성(45.3%>41.1%)은 의견차가 팽팽했으며, 연령별로는 찬성이 가장 많은 20대(73.5%>19.9%)를 비롯해 40대(49.2%>26.2%), 50대 이상(44.3%>35.8%)은 자치경찰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은 반면, 30대(32.6%<63.7%)는 반대의견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는 4월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