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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남긴 다섯 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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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호 최계식⁄ 2008.04.14 17:43:29

말도 많고 탈도 많던 18대 총선이 끝났다. 순조롭게 진행된 선거과정은 공명선거의 정착과 수준 높은 민의를 반영한다. 그러나 절반도 안 되는 투표율 46%는 선거사상 최저치여서 투표장에 가지 않은 기권자들마저 자괴감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기권도 유권자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사표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낮은 투표율도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실망과 무관심의 표출이었다. 그렇다면 기권자들은 어찌하여 총선에서 냉소적 방관자로 돌아섰을까? 선거판에 뒷짐을 진 그 ‘무언의 질책’은 다음의 다섯 가지 문제점을 엄중하게 힐난한다. 첫째, 대선 후 3개월여 만에 치러진 총선에 대한 ‘선거피로도’가 역력히 눈에 띈다. 우리나라 3대 선거인 대선·총선·지방선거는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의 임기가 각각 달라 선거가 연례행사로 이어지는 연쇄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지칠 수밖에 없다. 대선 3개월여 만의 총선은 누가 봐도 무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처럼 4년으로 개헌하여 대선·총선 양대 선거를 ‘원샷’으로 치르자고 주장했었다. 그의 그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 지역구 경선을 통해 이뤄지는 상향식 공천을 외면한 하양식 공천도 여전하다. 각 당이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에 반영했다 하여 민주적 절차를 밟았다고 볼 수는 없다. 처음부터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반영한 상향식 공천을 택했던들 갈등과 이합집산의 불씨가 된 공천파동은 없었을 것이다. 차후 선거부터 기필코 뜯어고쳐야 할 악습이다. 셋째, ‘사제 정당’ ‘일회용 정당’의 대거 출현은 선거판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창당 몇 개월짜리 급조 정당들이 우후죽순 난립하여 어느 당이 어느 당이고 어느 후보가 어느 후보인지 도대체 유권자들에게는 ‘학습’할 겨를이 없었다. 기존 정당을 합쳐 이번 총선에 무려 25개나 되는 정당이 난립했으니, 아무리 피선거권이 보장됐다고는 하나, 엄청난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선거법이든 정당법이든 시급히 보완 정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넷째, 철새 정치인, 장돌뱅이 정치인들의 무질서한 비행(飛行)과 월담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깊은 불신을 남겼다. ‘싹수’가 불리하면 집을 뛰쳐나가 남의 집 담을 여보란 듯이 넘는 몰염치한 행태에 유권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신의니 도리니 하는 단어가 그들의 사전에는 없더란 말인가. 이 또한 속당주의(屬黨主義)와 관련하여 규제할 방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후보들의 거주지 원칙은 이번 총선에서도 외면당했다. 전략공천이니 전술공천이니 하여 그 지역에 거주하지도 않는 낯선 후보를 등 떠밀 듯 내세워 출마시킨 억지를 여야는 가리지 않았다. 지역 사정을 알지도 못하는 후보가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무슨 공약을 내놓을 것이며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어찌 알겠는가. 지역민들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바에야 지역구 선거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의 필요에 따라 연고도 없는 지역구에 주소만 옮겨 출마시키는 바람에 막상 후보는 ‘한 달 전 주소이전’규정에 걸려 투표를 못하는 해프닝이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벌어졌다. 이런 코미디를 막으려면, 법이 정하는 일정기간 그 지역에 살아 주민들의 숙원을 훤히 꿰뚫는 인사에게만 후보 자격이 주어져야 마땅하다. 이렇듯 이번 총선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하루빨리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시행착오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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