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년 모월 모일 모시, 대한민국 모처에서는 희한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식품업체들을 대표하는 대표단(이하 식품업)과 소비자 단체의 대표단(이하 소비자)이 널찍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군요. 이윽고 가정주부들로 구성된 ‘소비자’와 중년 신사들로 구성된 ‘식품업’사이에 말씨름이 시작됩니다. 식품업 : 바쁜 저희들을 여기까지 오라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소비자 :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식품업 : 무얼 가지고 그렇게 핏대를 올리십니까? 소비자 : 먹는 거 가지고 왜 장난을 치느냐구요. 당신네들이 만드는 식품에다 이물질을 여기저기 넣고서는 아직도 여기 앉은 이유를 몰라요? 식품업 : 아, 그것 말씀이군요.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우린 벌써 잊었는데. 어쩌다 나온 걸 가지고 이렇게 나오시면 되나요. 소비자 : 어쩌다 나와요? 요즘 발견된 것만 짚어 볼까요.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어제는 아이들 먹는 유제품에서 벌레하고 곰팡이가 나오질 않나, 그저께는 생쥐머리 새우깡, 그끄저께는 벨트 조각이 들어간 과자, 또 그 전날엔 곰팡이 즉석밥, 또 그 전날엔 녹차류 녹차음료에다 애벌레 컵라면, 칼날 참치캔, 파리 참치캔, 굼벵이 빵, 지렁이 맥주, 그리고 또, 아직 절반도 안 읽었네. 아이고 숨 차! 식품업 : 안색을 보니, 영양에 문제가 계시군요. 그건 그렇고,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소비자 : 뭐라구요? 백배 사죄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놔도 시원찮을 판에…! 식품업 :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구먼요. 우리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게 다 소비자 좋으라고 그런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소비자 : 뭐, 뭐, 소비자 좋으라구요? 식품업 : 그렇다니까요. 제 말씀을 잘 들어 보세요. 생쥐머리 새우깡은 새우깡 먹으며 단백질 보충하시라고 생쥐포를 넣은 것이고, 애벌레 과자도 마찬가집니다. 그까짓 밀가루만으로 영양보충이 됩니까? 그래서 빵에도 고단백질 굼벵이를 특별 서비스한 겁니다. 유제품과 즉석밥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하셨는데, 발효식품이 좋다는 건 다 아시잖습니까? 메주에 곰팡이는 괜히 띄웁니까? 녹조류 녹차음료는요, 그 좋은 녹차에다 녹조류까지 넣었으니, 초록은 동색으로 일석이조지요. 맥주에 지렁이 넣은 건 안주로 드시라는 특별 사은품입니다. 벨트 조각 과자, 칼날 참치캔은 보물찾기 하라고 넣은 것인데, 용케 찾으셨군요. 저희가 심사하여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자, 이래도 잘못됐습니까? 뭘 아시고 말씀하셔야지. 소비자 : ......? ......? 식품업 : 차제에 한 말씀 더 하겠는데요. 식품에서 이물질 나온 건 난리를 치면서, 밥에서 나온 금반지, 우동에서 나온 진주는 왜 슬쩍 넘어갑니까? 그건 이물질 아닙니까? 소비자 : ......? ......? 식품업 : 이제 우리 뜻을 충분히 이해하셨을테니, 더 이상 이런 일로 만나지 않는 겁니다. 우리가 식품에 소비자 좋으시라고 넣는 이물질 타박하지 말고 고맙게 열심히 잡수세요. 소비자 : 네,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