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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도 볕들 날” 만년조연들 전성시대

제2의 전성기 누리는 중견 스타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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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호 이우인⁄ 2008.08.19 16:54:49

중견 탤런트 나문희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연극 <잘자요, 엄마>(night mother). 12년 만에 정극 무대에 오르는 나문희는 딸의 비극적인 자살을 막는 엄마 ‘델마’를 연기한다. 연기자 조재현의 프로듀스로 연극계에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연극열전2’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선택된 <잘자요, 엄마>의 제작발표회가 8월 7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에서 열렸다. 이날 조재현은 “대중매체에서 유명한 연기자들이 연극무대 출연을 마다하지 않아 연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도 연극계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 섭외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나문희의 연극 출연은 주목할 만하다. 1961년 MBC 텔레비전 개국과 함께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나문희는 <엄마야, 누나야> <내 이름은 김삼순> <장밋빛 인생> <굿바이 솔로> 등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어머니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상복도 많은 그녀는 1995년 KBS 연기대상을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인기상·여우조연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나문희를 남녀노소에게 부각시키면서 인기를 얻게 해준 작품은 2006년 4월부터 방송된 주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이다. 딸만 넷인 딸부잣집의 외할머니 ‘남달구’ 역으로 출연한 나문희의 춤과 말투는 어린 아이들도 따라 할 정도로 신선하고 재밌다. 같은 해 11월, 그녀는 MBC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와 부부로 출연해,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수준 높은(?) 개그의 진수를 보였다. 극중 이순재에게 애교를 부리는 나문희의 동영상은 인터넷 검색어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었다. 나문희는 이후,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그녀는 주인공인 국밥재벌 ‘권순분 여사’ 역으로 출연했으며, 2008년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걸 스카우트>에서는 4명의 여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데뷔 이래 ‘누구누구의 어머니 역’으로 숱하게 출연했던 나문희. 연기생활 40여 년 동안 나문희로서 주목받지 못한 그는 요즘 손주뻘 팬들에게까지 ‘나문희’라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나문희처럼 늦은 나이에 주목받고 있는 중견 연기자들을 만나본다.

■ 손주 볼 나이에 손주뻘 팬까지…따지고 보면 모두가 ‘원조’ ‘나문희’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이순재’. 올해 일흔넷인 이순재는 누가 보더라도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적다. 하지만, 요즘 그의 물오른 연기는 “일흔넷의 나이면 골골하는 할아버지 역밖에 못하지”라고 여기던 시대가 지났음을 보여준다. “요즘 환갑은 쉰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순재가 시트콤에서 발차기를 하고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사실인 것 같다.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연기인생을 시작한 이순재는 1971년 연기자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면서 당시 이미 중견 연기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허준>과 <상도> 등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로 신뢰를 주던 이순재를 망친(?) 작품은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 극중 ‘이순재’는 한의사이지만, 야한 동영상 보기를 좋아하고 틈만 나면 부인 나문희와 못난 아들 이준하(정준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그는 네티즌들에게 ‘야동순재’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사랑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야동’이라는 의미도 몰랐고, 처음에는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계인은 1978년에 개봉한 영화 <개선문> <내가 버린 여자> <나비 소녀>와 1979년 작 <제3한강교>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1986년 개봉한 <여곡성>에서 머슴 ‘떡쇠’ 역으로 출연한 이후 <지금은 양지> <키스도 못하는 남자>에서는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입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랬던 이계인에게 ‘볕들 날’을 선사해준 작품은 2006년부터 2007년 초까지 방영된 국민 드라마 <주몽>이었다. <주몽>에서 이계인은 고구려 철기방의 책임야장인 ‘모팔모’로 분해 처절한 충성심을 연기하여 고정 팬까지 확보했다. 모팔모의 인기에 힘입은 그는 <7옥타브> <이경규의 복불복 쇼> 등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영화 <스카우트> <흑심모녀>, 드라마 <쑥부쟁이> <행복합니다> <메디컬 기방 영화관> 등에도 출연했으며, 2007년에는 특집 다큐멘터리 <로컬푸드>에서 방송진행자로도 데뷔했다. 이계인보다 1년 후배인 동갑내기 박윤배는 1973년 MBC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영화 <지금은 양지>에서 이계인과 함께 이름조차 없는 단역으로 출연한 박윤배는 영화 <억수탕>에서 남탕 때밀이 역으로 분했다. 그를 알려준 작품은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였던 <전원일기>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박윤배’가 아니라 ‘응삼이’로 말이다. 올해로 연기인생 35년을 맞지만, 그를 박윤배로 아는 사람은 적었다. 이렇다 할 대표작도 없던 박윤배는 젊을 때의 사진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 ‘원조얼짱’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후 숱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때마다 ‘원조얼짱’ 사진을 준비해 와 출연진에게 감복을 받으며 의기양양했다. <투 가이즈> <그 놈은 멋있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 많은 영화에서 ‘특별출연’으로 나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한편, 얼마 전에 종영한 ETN 연예 채널 <돌싱 러브 프로젝트 - 응사마! 장가가자!>에서 박윤배는 대표 돌싱(돌아온 싱글)으로 출연해, 출연 여성 2명과 다양한 데이트를 즐기고 공개구혼을 하는 등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백마 탄 왕자’가 되는 재미를 봤다. 이계인·박윤배에 이어 1974년에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몸을 사리지 않는 중견 여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영화 <육체의 문> <정부> <죽으면 살리라> <목 없는 여살인마>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1980년대 주목받는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그녀는, 1990년대에는 단아한 부인 역, 부잣집 사모님 등으로 간간히 출연할 뿐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 김해숙이 ‘연기 잘하는 연기자’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였다. 이 작품에서 김해숙은 억척스럽고 모진 은서(송혜교)의 엄마로 출연해 착하고 예쁜 엄마 ‘선우은숙’과 대조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후 ‘억척엄마’ 캐릭터는 김해숙의 전유물이 됐다. <위풍당당 그녀>에서는 중학교 학력이 전부인 거칠고 무식한 시골엄마로, <장밋빛 인생>에서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맹순이’(최진실)의 엄마로, <조강지처 클럽>에서는 남편의 외도·첩살이에도 꿋꿋하게 가정을 지켜내는 엄마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최근 김해숙은 대한민국 대표 엄마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린 연기 변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그녀는 전과 17범의 전설적인 소매치기 대모 ‘강만옥’ 역으로 연기 변신을 했고, 이 작품으로 제4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김해숙의 연기 변신은 2008년 상반기에 개봉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 <경축! 우리 사랑>에서도 발휘됐다. 억척엄마 ‘봉순 씨’로 출연한 김해숙은 극중 딸이 좋아하던 21살 연하남 ‘구상’과 하룻밤을 보내고, 체면불사 애정공세를 펼치며 쉰에 찾아온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늦깎이 사랑에 빠진 아줌마로 열연했다.

■ 어깨 힘 뺐더니 인기 급상승…‘제2의 전성기’ 중견 스타들 한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한동안 공백기를 보내며 찬란했던 과거를 반추하다, 중년의 나이에 또 다른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중견 스타들도 눈에 띈다. 8월 5일 방송된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에 출연한 ‘원조오빠’ 이덕화는 이날 자신의 환상을 모두 던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덕화가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다니, 놀랍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오랜만인데, 지금 입담이면 유재석·강호동 저리가라겠다”며 이덕화를 칭송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가득했다. 인터넷 인기 포털 사이트에는 하루 동안 ‘이덕화 굴욕’ ‘이덕화 가발’ 등 검색어가 1위에 올랐다. 이덕화는 70년대를 주름잡던 스타 중의 스타였다. 1973년 TBC 13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이덕화는 1975년 영화 <빨간구두>를 시작으로 <첫 눈이 내릴 때> <이 다음에 우리는> <성난 능금> <동반자> 등에서 그 당시 대표 미녀 스타인 임예진·유지인·정윤희 등과 상대역으로 연기하여 뭇 남성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받았다. 이덕화는 이후 <여인천하> <무인시대> <올인> <제5공화국> <대조영> 등 주로 굵직한 드라마에서 선 굵고 비중 높은 역으로 출연했다. 누가 보더라도 ‘멋있는’ 이미지의 이덕화가 <상상플러스>에서 제대로 망가진 것. ‘제임스 딘’ 별명에 얽힌 에피소드, 미소년 목소리를 굵은 목소리로 만들게 된 사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가발 착용 후 느꼈던 굴욕 등등, 연기자로 데뷔할 때부터 성공하기까지 그의 처절한 몸부림에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도 폭소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임예진은 이덕화에 대해 “오래 만나 왔지만 이런 면은 오늘 처음 알았다. 정말 확 깬다”고 일침(?)을 가해 웃음은 배가됐다. ‘원조 국민여동생’ ‘원조 문근영’ ‘예진 아씨’ 등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중견배우 임예진. 1974년, 15살의 어린 나이에 영화 <파계>로 데뷔한 임예진은 <빨간 구두> <이런 마음 처음이야> <진짜 진짜 미안해> <푸른 교실> <진짜 진짜 잊지마> <첫눈이 내릴 때> 등 많은 작품에서 이덕화와 호흡을 맞추며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의 활약상과 인기가 대단했다는 사실이 요즘 신세대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온라인에 뜬 사진으로 임예진은 네티즌들로부터 관심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한때 대한민국 ‘대표소녀’ 역을 주름잡던 임예진은 나이가 들면서 ‘엄마’ 역 하면 임예진을 떠올리도록 드라마 <풀하우스> <궁>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영화 <다세포 소녀> <용의주도 미스 신> 등에 주인공의 엄마로 출연했다. <다세포 소녀>에서 ‘가난 소녀 엄마’ 역으로 출연한 임예진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누더기 의상에 ‘아줌마 빠마’ 머리와 돋보기 안경 등 그의 변신은 당시 많은 방송에서 톱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그는 연기자뿐 아니라, <비타민> <진실게임>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똑 부러지는 말솜씨를 뽐내고, 아침 토크쇼 <이재용·임예진의 기분 좋은 날>에서 진행자로도 변신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 What is 연극 <잘자요, 엄마>? 1982년 오프 브로드웨이 레퍼토리 극장(America Repertory Theatre)에서 초연된 <잘자요, 엄마>는, 1983년 퓰리처 상과 수잔 스미스 블랙번 상을 작가 마샤 노먼(Marsha Norman)에게 안기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명작이다.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생의 의미와 본질까지 파고드는 드라마이다. 국내에서는 1985년 탤런트 윤여정의 번역대본으로 윤석화가 초연한 이후, 1998년 산울림 극장에서 손숙ㆍ정경순, 1990년에는 박정자ㆍ연운경, 2004년 <연극열전>에서는 실제 모녀인 윤소정ㆍ 오지혜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나문희와 함께 ‘델마’를 연기할 연극배우 손숙은 1998년 산울림극장에서 펼쳐진 연극 <잘자요,엄마>에서 정경순과 모녀지간으로 출연해 델마와 제시를 한 차례 열연한 바 있다. 자살을 결심하는 딸 ‘제시’ 역은 연극 <레이디 멕베스>의 히로인 서주희와 극단 목화의 간판배우 황정민이 분한다. 유씨어터의 연출부 문삼화 연출가가 번역ㆍ각색ㆍ연출을 모두 맡았다. University of Northern lowa(UNI)에서 연극과를 졸업한 그녀는 2004년 연극 <라이방>으로 밀양여름 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연출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공연은 8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혜화동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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