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로 가는 길목인 풍산읍 초입에 ‘채화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주위를 감싼 작은 연못이 있다. 물빛의 영롱함과 풀섶 사이에 점점이 박힌 작은 햇살에 이끌려 화구를 놓고 앉았다. 아침 햇살의 투명함이 아름다워 공허하기까지 하다. 나의 관향(貫鄕)은 풍산(하회)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많은 풍경을 보면서도 왠지 그 근처를 지나면 조상들이 밟고 지났을 발자취를 느끼며 괜스레 설레곤 한다. 흰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원족(遠足) 가시던 할아버지, 그 뒤를 내외(內外)하며 멀찌감치 떨어져 뒤따르시던 할머니. 그 모습에서 조금씩 공통점이 묻어나던 수많은 종반들. 문중의 대소사에 우르르 떼지어 왁자하게 몰려가시던 집안 어른들… 그것은 이 작은 누각 아래 연못의 물빛으로 내게 투영되어 온다. 모든 것은 그리움이다. 그림 그리는 행위가 결국은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 아니던가? 이 아침, 채화정이라는 작은 연못의 물빛에서 오늘 익명의 시대에 점점 잊혀 가는 우리네 옛이야기들의 쓸쓸함과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비쳐 오는 가버린 날들의 잔영을 본다. <대구 매일신문 中에서>
류성하 Ryu, Seong Ha 1956년생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1990 두빛갤러리 2000 송아당화랑 2003 봉성갤러리 2005 두산갤러리 수상 (82,88,89)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3회 단체초대전 신세대인물전(갤러리포커스) 마음으로 보는 감동전(서울 동아갤러리) 진경전(국립현대미술관 2003) 리얼리스트 3인의 궤적전(송아당화랑 2003) 한국여인 100호전(서울 롯데갤러리) 삶의 표정전(서울 갤러리포커스) 동세대전(송아당화랑) 6인의 작업실전(대백갤러리) NAAF 2008전(일본) 신미술회전(1991~1996) 신작전(1991~1997) 한국인물작가회전(1990~1996) 現 계명대학교 출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2006) 단원미술대전 심사위원(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