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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억의 단편들

류성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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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5호 편집팀⁄ 2008.09.23 18:29:16

학교를 파하고 5리 길을 걸어올 때 건너던 징검다리, 봇도랑 옆을 지나올 때면 물 위에 놀던 물방개, 옆을 스치고 놀라서 숨던 메뚜기 떼, 방천둑 위에서 놀다가 배고프면 따 먹던 뽕구풀, 해 질 무렵 밭일을 마치고 허리 펴던 아재의 어깨너머로 사라져 가던 마지막 희미한 햇살. 집 뒤꼍에 걸린 반합 위에 떨어지던 빛의 점점들, 언제나 취기에 젖어 불그레하던 아재의 얼굴.

늦은 밤 아랫마을에 마실 가던 할매, 개천가에서 뒹굴며 놀던 고상내기, 그 옆에 게으르게 껌벅거리던 황소의 커다란 눈. 그것은 언제나 겹쳐지는 영상 속에 표백된 맑은 빛으로 내게 다가오곤 한다. 요란한 소음, 화려한 색채, 자기방어로 철저히 무장된 서로의 마음의 벽들, 말(語)의 홍수 속의 도시생활에서 지쳐온 시간들…. 고리타분한 ‘향수’라는 감상은 현실적 주제의식의 결여로 인한 단지 나약한 개량적 퇴행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여러 회화의 논리와 ISM, 확고한 신념에 의한 현실적인 자신에 찬 표현 등 표현에의 여러 방향에서 늘 느끼는 갈등들. 그러나 그럴수록 어린 시절의 기억의 단편들과 그 사시로 다가오는 빛의 투영들이 내겐 더욱 소중해짐을 느끼는 오후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류성하 Ryu, Seong Ha 1956년생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1990 두빛갤러리 2000 송아당화랑 2003 봉성갤러리 2005 두산갤러리 수상 (82,88,89)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3회 단체초대전 신세대인물전(갤러리포커스) 마음으로 보는 감동전(서울 동아갤러리) 진경전(국립현대미술관 2003) 리얼리스트 3인의 궤적전(송아당화랑 2003) 한국여인 100호전(서울 롯데갤러리) 삶의 표정전(서울 갤러리포커스) 동세대전(송아당화랑) 6인의 작업실전(대백갤러리) NAAF 2008전(일본) 신미술회전(1991~1996) 신작전(1991~1997) 한국인물작가회전(1990~1996) 現 계명대학교 출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2006) 단원미술대전 심사위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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