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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사는 아파트가 노인복지시설이라니…

파주 ‘유승앙브와즈’ 입주민들, 느닷없는 노인복지법 적용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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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0호 편집팀⁄ 2008.10.29 09:56:18

공중에 뜬 주택? 공중에 뜬 주민? 무슨 공중부양 기법으로 주택이나 사람이 공중에 떠 있다는 표현이 아니다. 처음과 달라진, 아니 처음부터 잘못된 행정으로 주택이나 주민들이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는 말이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위치한 1080가구의 ‘유승앙브와즈’는 아파트도 아니고 노인복지시설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 때문에 입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은 본래 유승종합건설이 2002년에 노인복지시설을 내세워 주택을 분양한 곳으로, 당시의 노인복지법은 노인복지 증진을 위해 유료 노인복지주택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취득세·등록세를 50% 감면해주고 사업허가를 자유롭게 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특혜에 ‘노인복지시설에는 60대 미만의 입주를 금지한다’는 단서조항만 있을 뿐 별다른 처벌조항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 유승종합건설의 유승앙브와즈도 실제론 주택(아파트)을 분양하면서 노인복지시설을 건설한다는 명분만 내세운 사례다. 유승앙브와즈 입주민에 따르면, 2004년 1단지 입주 당시 입주민 중 60대 이상 노인비율은 30%에 불과해 노인복지주택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취득·등록세 감면, 1가구 2주택 제외 등의 노인복지주택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일반 아파트로 거주해 왔다. ■ 건설사, 노인복지시설 내세워 아파트 분양…세금 감면받고 폭리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4년 보도에서 “유승종합건설이 노인복지시설로 토지용도가 제한된 통일동산 땅을 2001년 토공으로부터 평당 51만∼55만 원에 사들여 평당 최고 540만 원을 받고 일반에 분양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역시 “아파트 터로는 허가가 나지 않는 곳에 복지시설을 짓겠다고 해 토지공사로부터 평당 51만~55만 원의 싼값에 사들였고, 유료 노인복지시설을 짓는 대가로 약 32억 원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파주시로부터 감면받았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미분양 가구에 대해서는 대출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내걸고 추가모집하기도 했는데, 이 건설사의 분양광고를 보면 유승앙브와즈는 ‘노인’과는 거의 상관없는 ‘웰빙 아파트’였다”며 “지난 4년간 토공이 수도권에 공급한 공공택지 가격이 평당 298만 원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건설사는 일반용지의 6분의 1 헐값에 땅을 매입, 주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실태를 ‘고발’했다. 이어 “이 같은 혜택에도 정부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는데, “유승앙브와즈 입주자의 80%가 ‘노인’과 상관없는 60세 미만의 부적격자인 것으로 밝혀졌고, 지금도 젊은 세대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지만 단속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혜택이 있는 유료 노인복지주택이 되려면 지자체에 반드시 신고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2005년 3월 말 “실제 입소자가 60살 미만인 자가 많으면 이를 복지시설로 볼 수 없다”며 건설사의 복지시설 신청을 기각했다. 건축허가는 노인복지시설로 받았지만, 일반 아파트와 다름없게 되는 바람에 공중에 뜬 복지시설이 되고 만 것이다. ■ 복지부, 60세 미만에 분양·임대 처벌규정 신설… 입주민들 ‘범법자’ 전락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당시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과는 “시행 초기에 노인복지법의 미비점을 일부 건설업자들이 악용했고, 업체가 유료 노인복지시설로 신고필증을 받지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광고하여 분양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자체인 파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하여 “당초 목적과 달리 파행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 유료 노인복지주택으로서의 ‘시설설치’ 불가 통보 및 세금반환 추진, 그리고 건설사 법적 고발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복지법을 2007년 7월에야 개정해 8월 3일 공포하고 올 2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률은 노인복지시설 구분을 대폭 개편하였는데, 올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장기요양 대상자의 기능상태(1~3등급)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급하게 됨에 따라 노인복지시설의 무료·실비·유료 시설의 구분을 없애고, 노인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편의를 제공하는 노인공동생활가정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노인복지시설의 종류에 추가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60세 미만에게 노인복지주택을 분양·임대하는 경우의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등 노인의 안전 및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유승앙브와즈 입주민들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사실상 지난 6년 동안 유승앙브와즈는 일반 아파트처럼 거래가 이루어져 왔는데,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개정된 노인복지주택의 분양·임대 규정을 들어 “유승앙브와즈도 노인복지주택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즉, 법 개정으로 사실상 아파트가 노인복지주택이 됨에 따라 입주민들은 “60대 이상에게만 매매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꼴이 돼 벌칙만 적용받게 된 것이다.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60세 이하에게 양도나 임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당시 노인복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아 일반 아파트로 알고 거주해 온 입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 갑작스런 규정적용에 주택매매 어려움…“명백한 재산권 침해” 게다가 ‘60대 이상에게만 매매’ 규정도 60대가 아닌 가족과 함께 살아도 안 되고 무조건 60대 이상의 당사자만 거주해야 한다니, 어느 집이 노인 한 분만 또는 두 분만 사시도록 놔두겠느냐고 입주민들은 항변했다. 결국, 입주민들은 10월 1일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유승앙브와즈를 노인복지주택이 아닌 일반 아파트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노인복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아 취득·등록세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 상태에서 6년 동안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했는데, 이제 와서 거주를 제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갑작스런 노인복지주택 규정에 따라 주택 매매가 어려워지고 재산가치 하락이 예상되는데 이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국회 등에 주민탄원서를 보내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탄원서에서 “유승앙브와즈는 전국 첫 번째이자 노인복지법 개정 전에 분양된 유일한 분양형 유료 노인복지주택으로, 중앙정부(또는 지방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조세감면·복지지원 등)도 없었다”고 밝힌 후, “법률의 미비로 분양 당시 사업자는 공동주택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하였고, 시공사와 복지사업 운영 주체, 시설관리 주체가 모두 동일업체인 유승종합건설로서 하자 보수에 대한 정당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유승종합건설은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포기하여 철수(2단지는 시설관리 유지)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모든 권리를 넘긴 채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보건복지가족부와 파주시 역시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공동주택에 준하여 거주할 것을 권고해 왔는데, 올 4월 14일 공문을 통해 개정된 노인복지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확인해주었으나, 불과 4개월여 만에 다시 노인복지법 적용을 받는다는 번복 공문을 보내 행정의 일관성이 상실되었을 뿐 아니라 헌법정신인 죄형법정주의와 소급입법금지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유승앙브와즈는 노인복지주택으로 준공되었으나 노인복지시설 요건 미비로 노인복지주택 승인을 받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입주 후 5년 동안 아무런 제한 없이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정이 이러한데도 입주자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제한한 노인복지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이기에 노인복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법률전문가 “행정심판·민사소송 청구해야” 파주시 법흥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은퇴 노년층이 쾌적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시설임에도 현실은 이와 다르다”며 “유승앙브와즈는 노인복지시설로 볼 수 없을 만큼 노인을 위한 시설은 거의 없고, 태권도·영어학원 등 일반 아파트와 환경이 같다”고 말해 사실상 ‘아파트’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노인복지주택 설치 신고는 행정적인 목적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노인복지시설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이는 노인복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개인에게 어느 정도 손해를 끼친다 해도,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 했듯이 법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닌 소수를 위한 법이라면 그 법은 옳은 법이라 할 수 없다. 강창환(38·가명) 변호사는 유승앙브와즈 사안에 대해 “행정적으로 풀어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서 “우선 ‘행정처분이 잘못됐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 유승앙브와즈 문제는 상급기관이 처리해야 될 사안으로 보여 지자체인 파주시보다 경기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1심이 1년여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노인복지시설 관련 노인복지법은 특별사안이어서 어느 정도 판결이 단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복지시설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건설사가 분양을 했다면 입주민의 권리를 확인해 달라는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분양 당시의 광고물 등을 증거로 확보하면 승소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다만, “소급적용 여부나 민법과의 관계, 구제 여부 등 확인해야 할 내용이 많아 세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파주 통일동산 유승앙브와즈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내리기 쉽지 않다. 법은 법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타당성이 있고 주장이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만을 고수하다가는 민의를 잃기 쉽다. 첫 단추가 왜 잘못 채워졌는지, 지금의 상황이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살펴, 누구의 잘잘못보다는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에 따른 조치도, 주민들의 주장도 모두 민의가 우선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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