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로스쿨이 개원돼, 로스쿨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건국 60년 간 시행돼 온 사법고시라는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서 전격 변화한 모습이다. 로스쿨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로스쿨과 법조계·정부 등이 힘을 합쳐 새로운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적합한 교육방법의 개발, 시험제도의 정비 등 미진한 부분의 시정이 요구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로스쿨 교육과 연계된 변호사 시험제도를 마련하고, 판사·검사 등 법조계의 로스쿨 교육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20일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 3회 응시 제한, 선택형·논술형 문항 각 8과목 통합형 출제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석사학위자가 처음 배출되는 2012년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내년 3월에 로스쿨이 열려 법조인 양성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전환되면서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 법조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시험의 관장·실시 기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정하고 ▲시험의 응시횟수를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 3회로 제한하고 ▲로스쿨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사법시험에 응시하면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선택형 및 논술형에 의한 필기시험과 별도의 법조윤리 시험을 치르되 선택형과 논술형을 동일한 시험기간 내에 연속 실시하고 ▲선택형은 공법(헌법·행정법 분야), 민사법(민법·상법·민사소송법 분야), 형사법(형법·형사소송법 분야)으로, 논술형은 선택형 과목에 전문적 법률 분야에 관한 과목 중 선택 1과목으로 구성하고, 선택과목의 종류는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했다. 문제의 출제방향 및 기준과 합격자 결정, 시험방법 등을 심의하기 위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법무부 차관, 법학교수 4인, 판사 1인, 검사 1인, 변호사 4인, 학식과 덕망이 있는 인사 2인 등 총 13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 참여연대…합격점수제 요청, 선택 논술형 시험 폐지 건의 변호사시험법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법안을 반대하거나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의견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입법조사처 등에 제출됐다. 4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제출한 ‘정부 제출 변호사시험법 반대 및 수정 방향을 담은 의견서’에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형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도록 하고, 논술형 필기시험의 선택과목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정부가 제출한 안은 기존의 사법시험과 같이 선발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데 문제가 없을 만한 수준의 적정한 합격점수제를 도입하고,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 기존 법률가 외의 인물 비중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합격자 성적 비공개, 변호사법에 변호사시험법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는 규정 신설, ‘변호사자격시험’으로의 개칭 등도 제안서에 담았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대로라면 로스쿨은 또다시 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교육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향후 법안심의 과정에 대한 모니터와 평가, ‘미국과 일본의 변호사 시험제도와 한국의 과제’ 국제 심포지엄 개최, 국회 법사위 의원면담 등의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로스쿨·법과대학도 거센 반발 실제 교육현장인 로스쿨들도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무부의 법안을 수정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10월 24일 서울 중구 소재 태평로클럽에서 제4차 총회를 갖고, 그 동안 협의회 내 제도발전 실무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마련해 온 변호사시험법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 시험이 자격시험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합격률 보장, 선택형 미실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학계 과반수 구성, 응시기회 제한하되 응시횟수는 미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시험법 제정은 로스쿨 제도와 일체를 이루어야 하고 로스쿨 제도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라고 판단한다”면서 “법무부 법안을 여러 차례 검토·논의하고 10월 24일 제4차 총회에서 이 같이 최종 결정해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협의회의 수정 제의안은 법무부 제정안에 비해 파격적인 내용이다. 변호사 시험제도가 로스쿨 제도와 일체를 이루어야 하고, 변호사 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따라서,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도록 로스쿨의 교육과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시행되어야 하고, 또 시험관리에도 학계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협의회는 “법무부 안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어떤 절차와 방법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LEET 원서접수 기간 직전 대한변협이 ‘변호사 등록 전 2년 간의 변호사 수습 의무화’를 주장해 응시자들 사이에 파문을 일으켜 저조한 원서접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법과대학 학생들도 로스쿨 개정과 변호사시험법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역 12개교 법과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서울지역 법과대학학생연석회의도 반발했다. 고려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법과대 학생회가 속한 협의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로스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석회의는 “로스쿨법은 사회적 논의도 거치지 않은 정치적 거래의 산물로서, 학부생의 보호 방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부생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아무런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대체 누굴 위한 로스쿨 법인가”라며, 18대 국회에 “다시 한 번 민심으로 돌아가 로스쿨 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로스쿨 설치 대학의 법학부 폐지를 규정하고 있는 로스쿨법 제8조의 즉시 삭제 또는 개정과, 로스쿨 졸업자에 한해 변호사 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안의 전면적 재검토이다. 로스쿨 설치 대학의 법학부 폐지는 대학의 자치, 학문의 자유, 수학권,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 국민의 기본권과 기존 학부생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더 나아가 신입생 모집 금지는 법과대 재정의 심각한 빈곤을 가져와 로스쿨 학비를 천문학적으로 인상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근거에서다. 또, 로스쿨 출신자와 법과대 졸업생, 법학 복수전공자 가운데 시험 응시자격 여부를 결정할 만큼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변호사시험법안이 예비시험조차 허용하지 않고 오직 로스쿨 졸업자로만 한정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논란 해결될까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의 국회 제출이 임박했을 당시에도 ‘5년 이내 3회’로 제한한 응시횟수 등의 내용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10월 초 법무부가 개최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 공청회’에서는 응시횟수 제한을 두되 ‘과목별 합격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과대학 교수는 “응시횟수 제한은 적어도 90%의 합격률이 담보될 때 가능한 것”이라며 “특히 과목 과락으로 모든 시험을 다시 쳐야 하는 상황에서 과목별 합격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장주영 변호사는 “제정안에서는 변호사 시험대상 과목을 선택형 7과목, 논술형 8과목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를 총 4과목으로 줄이는 방법이 새롭게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머지는 선택과목에 포함시키면 되고, 시험을 사례 중심으로 출제해야 로스쿨 교육을 차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변호사 시험 응시기간은 폐지하고, 응시횟수를 5회로 늘려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로스쿨을 안 나와도 예비시험을 거쳐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절차를 정하고,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정안에에 합격인원을 명시하는데 대한 문제, 사법시험을 2016년까지 존치하는지에 대한 문제, 변호사 등록 전 실무수습제도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 로스쿨, 첫 단추부터 잘 끼우자 로스쿨의 성패는 초기의 운영결과에 달려있는 만큼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하여 향후 국가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법조인들이 대거 배출되기 위해서이다. 한상대 법무부 법무실장은 한 홈페이지의 칼럼에서 “정부의 노력만으로 로스쿨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학계와 법조계와 정부가 교육방법 개발, 교육수준 제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하여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시횟수 제한에 대해는 직업선택의 자유 위반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결국 입법정책상의 문제로서 응시자에게 동일한 제한을 하는 이상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과 독일, 미국의 19개 주에서도 응시횟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로스쿨에서 실무와의 연계를 위해 복수의 법률분야에 걸친 교육이 행하여질 것을 고려하여 시험과목에 인접 법률분야를 통합하였고, 법률과목 시험 외에 법조윤리 시험을 별도로 마련하여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갖추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법무부는 로스쿨의 실무교육에 대한 법조계 지원방안 등을 조사·연구하기 위해 지난 5월 ‘로스쿨 지원 및 신법조인양성위원회’를 발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라 변호사법 개정 등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로스쿨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으려면 로스쿨 시행 초기부터 법조계의 실무교육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 교수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