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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련 횡령파문…시민단체 재정 투명한가

자금운용 홈페이지 공개, 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함께하는시민행동·경실련 등 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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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3호 박성훈⁄ 2008.11.18 23:02:12

검찰이 환경재단 최열 대표를 11월 13일 소환 조사하였다. 환경운동연합 자금유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3일 오전 10시 최 대표를 소환조사 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1993년부터 10년 간 환경운동연합의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환경련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11월 1일 서해안 살리기 성금 등 9200여만 원을 횡령하고 산림조합으로부터 2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타내 유용한 혐의 등으로 환경련 전 기획운영국 부장 김모 씨를 구속한 바 있다. 이번 환경운동연합 간부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촉발된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운용 실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여전히 누구로부터 얼마를 기부·지원받아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기를 꺼린다. 단체의 운용이 회비와 기부금·후원금에 의한 경우가 많아 투명성이 요구되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재정현황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시민단체들 인터넷을 통해 매월 또는 매년 수입과 지출 금액을 밝히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함께하는시민행동·경제정의실천연합·녹색소비자연대·문화연대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함께하는시민행동·바른사회시민회의·건강사회네트워크·행정개혁시민연합·시민정신 등은 활발한 활동 영역에 비해 지난해 총수입이 1억∼2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했다. 사실상 시민단체 대부분이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건강세상네트워크, 녹색연합·대한YWCA연합회·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인권운동사랑방·자유총연맹·한국YMCA·환경운동연합·흥사단 등은 후원자나 회원에게 발송하는 소식지에 후원금과 입·출금 규모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살림살이 전반을 공개하고 투명한 재정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 상당수의 시민단체들이 후원 방법은 자세히 소개해 놓고도 재정운영 상황은 꼭꼭 감춰 놓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실에서 이 같은 ‘홈페이지 공시’는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은 단체 소개 페이지의 ‘재정운영’ 코너를 통해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연도별 재정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또, 2003년 1월부터는 월별 결산 내역을 따로 공시하고 있다. 이 단체의 이병국 예산감시팀장은 “정부 예산 감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단체에서 정작 자기 재정을 감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설립 초기부터 전면 공개를 원칙으로 해 왔다”며 “연례총회에서도 결산보고를 하고 있지만, 회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홈페이지 공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이달의 살림살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월별 결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인건비부터 1000원 단위의 작은 지출 내역도 공개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월별·연간 살림살이’에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해 놓아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법인으로 등록된 탓에 외부 회계감사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고,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기업회계 기준에 준하는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공미정 사무국장은 “공익단체의 불투명성이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 안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었다는 판단에서 선도적 역할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며 “빠듯한 살림이지만 회계전담 직원을 2명씩 두고 돈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앰네스티·해비타트 등 글로벌 비영리 민간단체의 한국 지부는 본부 차원에서 마련된 엄격한 회계처리 규정을 따르고 있다. 박원영 한국해비타트 회계팀장은 “비영리 단체는 어느 기업·기관보다 더 많은 자기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국제 본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 재정운영 ‘기밀사항’? 하지만, 이 외의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운영 실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총 지출·수입 규모를 아예 공개하지 않는 시민단체들도 많다. 월별로 회계장부를 공개하는 단체조차도 누구로부터 얼마를 후원받거나 협찬받았는지, 또 어떤 사업에 얼마를 썼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가 매년 정부 지원을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서도 불투명한 회계문제가 반복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2007년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평가 보고서’에선 150개 단체의 155개 사업 가운데 재정관리체계가 미흡한 사업 수가 29.68%인 46개로 평가됐을 정도다. 특히, 애초에 계획했던 보조금과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용이 차이가 났을 뿐만 아니라, 아예 보조금을 사업계획과 다른 곳에 사용한 단체도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다산인권센터·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북한민주화네트워크·새마을운동중앙회·시대정신·한국소비자연맹·한국여성민우회·행정개혁시민연합 등 9곳은 회원이나 후원자에게도 별도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대의원회의 등에서 연간결산보고를 할 뿐이었다. 기업 후원금에 대한 관리는 더욱 엉망이다. 기업 후원금은 형식상이나마 감독 절차가 있는 국고보조금과 달리 아예 어떻게 쓰였는지 기업에 통보조차 되지 않는다. 대기업 사회공헌 분야의 한 담당자는 “해마다 시민단체에 수십 건씩 억대 단위의 후원금을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내역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후원금이 당초 용도대로 온전히 사용됐는지 알고 싶지만,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에 사후 보고를 요구하는 것이 꺼림칙해 속만 태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재정 공개를 꺼리는 주요 요인은 ‘회계’에 익숙지 못한 관행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명한 회계관리로 재정을 공개하여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시민단체 감시 시스템 도입해야” 홈페이지에 재정운영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여러 가지 토를 달며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워낙 재정이 열악해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공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인력과 역량이 필요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는 곳이 많았다. 일부는 “왜 공개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만 보장되면 됐지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느냐”며 “뉴라이트 회원은 우리의 활동에 감동하고 동의한 분들로, 아직까지 재정 운영 공개를 요구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자금 운영 사항을 홈페이지에 비공개하는 대신 정부에 보고할 때만 정리해서 보고한다고 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 자유신문이라는 소식지를 보내고 여기에 간단하게 수입 지출 내역을 정리해서 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연합 한상민 조직국장은 “내부에서도 재정의 홈페이지 공개 요구가 있긴 하다”면서도 “홈페이지 공개는 선택의 문제로, 이런 시국에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더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상임활동가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건 회의 후 결정하겠다”며 “다만 후원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유은실 팀장은 “현재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중”이라며 “회계 전문가나 관련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체계적인 관리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사회감시 기능을 위해 없어선 안될 시민단체의 재정 불투명성으로 발생한 비리 문제는 결국 시민단체를 감시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야기했다. 시민단체 등 비영리조직에 대한 목적, 사업 및 재무회계 정보 등을 통합관리하는 종합정보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성호 바른사회공헌포럼 공동대표는 11월 12일 바른사회공헌포럼이 주최한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세미나에서 “비영리조직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순수 민간단체 성격의 ‘시민사회정보시스템(Civil Society Information System·CSIS)’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비영리단체는 민주주의적 참여의 장을 전개하는 등 사회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시민단체 간부나 복지재단이 정부 보조금 및 기업 후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등 재정·회계상의 부실처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비영리조직들에 대한 조직 목적, 사업 및 재무회계 정보 등을 통합관리하는 CSIS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비영리조직에 대한 감시와 평가는 정부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조직·평가·감시 기능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조직의 신설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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