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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특집] 교육개혁, 경쟁력·실용성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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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5호 편집팀⁄ 2008.12.02 15:04:39

‘잃어버린 10년’을 화두로 들고 나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변화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아린지’로부터 출발하였다. “외래어 표기법을 바꾸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 미국에 가서 ‘오렌지’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아린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는 얘기였다. 물론, 이 말은 언어에 대한 무지와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한글의 표기법까지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오버’ 내지는 범주 착오의 오류라는 평이 대세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향후 교육정책 방향에서 시장경제 원리와 실용주의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였다. 이어,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회자되면서 학생들을 더욱 사교육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최근에는 두 개의 국제중학교 지정을 하기에 이르러 사교육 열풍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변화는 필요한 것이다. 특히,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교육정책도 정체되어 있을 순 없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수장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졸속으로 변해온 정책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이 타 들어가고 탁상행정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간 우리 교육의 문제로 지적되어온 만큼, 2009년을 맞이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와 그 대안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 하는 이유 CJ투자증권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 사교육비가 가계지출의 9%를 넘어섰는데, 이는 1982년 사교육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이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미 사교육비가 22조 원을 넘어섰고, 이에 비하여 공교육 납입금은 14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사교육시장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공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공교육비로 매년 학부모 부담 14조 원 외에 35조4866억 원을 쓴다. 작년보다 4조2025억 원(13.4%)이 늘어나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국민총생산 대비 4.4%이고, OECD 국가 평균 5.0%보다는 0.6%포인트가 낮지만, 결코 우리 경제력에 비해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선 자고 학원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일까? 왜 사법고시보다 어렵다는 임용고시에 합격한 유능한 교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수능이 끝나면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학원에 가서 진로상담을 받는 것일까? 왜 수능이 끝나면 뉴스에서는 교육부가 아닌 유명 입시학원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기사를 내는 것일까? 왜 대학을 나와도 사설 회화학원을 6개월 다닌 학생보다 영어를 못 하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학교 교사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한 번 임용되고 나면 정년 때까지 철밥통이다. 그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여 신지식이 넘쳐나는데도 재교육의 의무도 없고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전교조나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이미 이익단체로 변하여 교원평가제 등을 반대하며 변화에 저항하기 일쑤다. 우리와는 다르게, 일본은 문부과학성에서 지도력 부족교사 판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질이 부족한 교사를 재교육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퇴출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입시교육뿐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담당해야 하는 교사들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수한 엘리트 교사들을 무료함 속에 방치할 것인지는 이제부터라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교사평가제는 무력화되고 서울시 교육청에서 금년 5월에 ‘학교 자율화 세부계획’이란 걸 발표하여 방과 후 학교에 유명 학원강사를 허용하는 시책을 덜컥 내놓았는데, 이러한 임시방편식 땜질 처방은 현직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무너뜨려 죽도 밥도 아닌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 평준화와 서열화의 딜레마 소위 SKY대학이라는 서열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초중고 대학까지 서열화되어 있던 것을, 1974년 박정희 정권 때 전격적으로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였고, 그 뒤로 내신반영 비율을 높이고 구미 선진국 모델을 따라 봉사활동에 가점을 주어 학생들이 동사무소나 파출소 화장실의 청소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역시 좌파교육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학들이 입시 때 학생들 변별력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학생들 실력이 하향평준화로 간다는 단점도 드러나기에 이르자, 특목고·자사고·외고·대안학교 등 차별화하는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선거 때마다 지역구에 특수목적고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일반 공사립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안겨 더더욱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일류 대열에 끼지 못하거나 국내 교육여건에 대한 불만은 해외유학으로 돌파구를 찾아 떠나는 풍조로 이어져 ‘기러기아빠’, ‘펭귄이빠’같은 신조어까지 만연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해외유학 급증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연수자와 동반 가족이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해외에서 지출한 비용은 약 60억 달러(약 7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국제수지 통계의 유학·연수비 해외지급액 18억5000만 달러의 3배를 넘는 규모이다. 물론, 요즘은 환율급등으로 액수가 그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금년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대학 진학률은 83.8%로 지난해(82.8%)보다 1% 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학력 인플레라고 하기보다는 대학을 안 나오면 극히 예외적인 시대가 돼버렸는데,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탈선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해외에서도 유명하여 외신들의 기삿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일간신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6년 10월 12일 ‘한국의 지식계층, 육체노동 직면(South Korea's educated class faces manual labor)’ 기사를 실어, 한국의 과잉 교육열의 문제를 짚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과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이 청년실업을 유발하거나 고학력층을 단순 육체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 잘못된 대학정책이 청년실업 유발 고학력 실업자 문제는 그렇다 치고, 극소수 취업자들은 그나마 제대로 취업 실무 교육을 받은 것일까? 대졸 신입사원이 실무에 투입될 때까지 재교육에 드는 기간은 평균 19.5개월이고, 이에 드는 비용은 1인당 6000여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월 16일, 전국 100인 이상 483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및 재교육 현황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토록 많은 예산, 세계가 놀랄 교육열, 거기에다가 기업들은 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여 재교육을 실시한다니, 그럼 우리나라 교육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단 말인가? 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재정운영과 등록금 실태 보고서'에서 대학들이 예산을 부풀려 등록금을 올려 받거나 예정에 없던 막대한 자금을 재단 자산으로 유입한 금액이 한 해 2,30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대학들이 실무교육보다 잿밥에 더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대학들이 책상에서 이론 공부만 할 것이 아니요, 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실험실습비 등으로 활용토록 하여 특히 이공계통의 교육 실용성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성이나 교양 교육을 도외시하고 산업교육에 치중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서 “신입사원은 쓸만한 인재가 별로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비실용적이고 낭비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요즘은 아예 경력사원 위주로 선발하는 회사도 늘고 있는데, 이는 재교육 비용 등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인사정책의 일환이다. ■ 입시교육 위주에서 과감히 탈피하라 교육 문제는 국가의 100년 대계이며 이념과 정체성 그리고 역사성을 가지므로 한 지면에서 모든 문제와 해법을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 즉 교사사회에 시장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학교교육의 실용성을 높여 고등학교만 나와도 훌륭한 사회인으로서 잘살 수 있도록 교육수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안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 교수들도 평가를 받는다. 또한, 단순한 운전면허증도 정기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하물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의 핵심인 초중고 교사만이 변화와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면, 과연 다른 그 어떤 것을 개혁하여 교육을 바로잡는다는 말인가. 한국의 신지애 선수가 11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GC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DT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로 우승했다. 이로써 2009년 본격적인 LPGA 투어 진출을 앞두고 3승을 거둔 신지애는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 가운데 당당히 올 시즌 최다승을 기록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 신지애 선수는 전라남도 함평에 있는 함평고교 출신이다. 박세리 선수처럼 미국에서 트레이닝 받지 않은, 시골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다. 이 학교 출신들은 신지애 선수 외에 30여 명이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골프 클럽 제작과 수리, 골프장 장비와 코스 관리, 그리고 골프장 경영관리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골프산업 전문인력을 배출한다. 함평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학에 굳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비단 골프가 아니더라도, 대학을 졸업하면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전문지식을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과 실효성을 제고해야 우리 교육에 미래가 있다.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세계 여러 나라가 고통받고 있지만, 세계적인 교육열을 갖고 있는 한국은 분명 경제대국으로 갈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시행착오도 꼭 잃어버린 역사라 할 수는 없다. 교육열이 높은 전통도 나쁜 것이 아니다. 또, 사교육도 있어야 한다. 공교육에 빈자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아이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입시제도나 평준화정책 등은 나름대로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일방이 다른 일방을 무조건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지난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고 좌파논쟁 같은 이념의 장으로 끌여들여 소모적인 논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수한 학생은 영재로 키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재능 있는 학생은 실용성을 높여 산업역군으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면, 한국은 교육강국으로서 좁은 국토와 열악한 자원국의 한계를 극복할 원동력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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