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501의 멤버 김현중과 가수 황보가 MBC ‘일요일이 좋다’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에 가상 부부로 출연할 때의 일이다. 이들이 100일 기념 웨딩 촬영을 하던 날 별안간 배우 신애라 씨가 등장했다. 이때 현중은 말수가 적어지기 시작하더니, 계속 목마름을 호소하는 등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평소 쾌활하고 웃음 많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현중은 ‘어른 공포증’이 있다고. 하지만 신애라의 생년이 69년이고, 현중이 86년생이니 둘의 나이차는 불과 20살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증상(?)이 이 정도이니, 60대 어르신을 만나면 벌어질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연장자를 만나면 바짝 긴장해 목이 마르고 말수가 줄어드는 현중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윗세대를 만날 때 도지는 ‘어른 울렁증’을 대표한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20대의 새파란 청년들을 대하는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일단 젊은이들을 만나면 할 말부터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관심사에 매몰된 이들이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줄지’에 대한 믿음도 생기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은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래서 젊은 혈기에 엇나가지 않도록 따끔하게 지적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이들이 잔소리로 받아들일까봐 또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젊은이 앞에서 본의 아니게 끙끙 앓게 된다. 이를 ‘젊은이 울렁증’이라고 일컫고자 한다. 신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 철책선처럼 놓여진 울렁증 때문에 서로 한자리에 앉기도 껄끄러운 분위기이지만, 한 인터넷 카페에서 세대 간 소통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의 ‘참 아름다운 동행’ 카페(운영자 기원섭)에는 20대 청년부터 60대 노년층까지 회원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관심사와 생활방식이 제각각인 회원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타인에게 공개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어느 날 이선영 씨(24)가 게시글을 통해 ‘어른 울렁증’에 대한 흉금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했다. 그러자, “난 젊은이 울렁증이 있다” “동감한다” 등 여러 명의 생각이 댓글로 교류됐다. 이번 기사에서는 ‘참 아름다운 동행’ 회원들의 좌담을 통해 20대 청년층과 50대 이상 기성층을 가르는 ‘울렁증’의 해소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좌담에는 대학생 최병현 씨(24), 최준원 씨(26), 정인호 씨(26)와 집행관 사무소 직원 이선영 씨(24), 변호사 비서인 이정아 씨(26) 등이 ‘젊은이’ 대표로 참석했다. ‘어른’ 대표로는 카페 운영자 기원섭 씨(60)와 전직 교사 권영식 씨(61), 서울서부지검의 정비호 씨(58), ‘들국화 편지’의 작가 이창만 씨(54), 가구점 사장 김옥련 씨(48), 식당 사장 정용철 씨(60), 김연순 씨(52)가 참여했다. 그리고 집행관 사무소에 근무하는 이용환 씨(44), 최관수 씨(44), 주수영 씨(30) 등이 중간 위치에서 위와 아래를 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른에게 평가받는 부담감 갖는 젊은이들 이선영(24)…“지난 여름 휴가 때 바다로 피서를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직장 상사분을 만났어요. 그분께서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셨는데, 친구들이 어른 울렁증을 핑계로 자리를 꺼리더라고요. 결국 상사분과 함께 식사를 마쳤는데, 친구들이 편하고 즐거웠다고 하더라고요. 울렁증이 무색하게 말이죠.” 최준원(26)…“저는 학생이라 선배나 교수님을 자주 뵙는데, 어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울렁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젊은이들은 어른들에게 평가받는 입장이잖아요. 그래서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학교에서는 교수님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해도 ‘혹시 버릇없다고 여기시지 않을까?’하는 부담감을 가져요.” 정인호(26)…“저는 아버지의 친구분들만 만나면 녹초가 돼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느라 그렇죠. 그러다 보니, 어른을 대할 때 위축되고, 급기야는 자리를 피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생각이 다르더라도 강한 주장을 펴기보다 일방적으로 수긍해야 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소통은 더 사라지고 골이 더 벌어지는 것 같아요” 최병현(24) … “어른을 만날 때 권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제 성격이 쾌활한 편이라 어른을 대하는데 크게 부담을 가진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권위를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울렁증은 소통 단절에서 오는 것” 권영식(61)…“제가 교직에 있을 때 권위적으로 대하다 보니 때로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지기가 힘들 때도 많았죠. 하지만, 사제 간에 멀어지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가 없어요.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얼마든지 형·동생 혹은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요. 나이가 많다고 갖게 되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해요.” 정비호(58)…“물론, 권위는 없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울렁증은 대화가 부족해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요? 나는 아들 딸과 애들 친구와도 대화를 많이 해요. 아이들 세대가 우리 세대에게 배울 게 있어요. 우리 세대가 먼저 다가가서 고민을 듣고 상담도 오가는 관계 속에서 울렁증이 해소되겠지요. 결국, 울렁증이란 말은 서로간의 대화 부족과 마음의 단절로 생긴 단어잖아요.” 이청만(54) … “젊은이가 어른에게 버릇없다는 꾸중을 듣는 일은 옛날부터 대대로 있어 온 일이에요. 20년 전만 해도 어른에게 말대꾸라도 하면 불호령을 받았던 시대죠. 어른이 옳지 않다고 느껴져도 말 한마디 못한 시절이었어요. 울렁증이라는 말은 상대에 대해 두렵고 기피하는 현상이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자녀세대는 어른을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울렁증이라는 문화 충돌은 당연한 현상이에요.” ■“지난 세대에서는 울렁증이 더 심했다” 이용환(44)…“요즘 20대 청년들을 보면 오히려 어른들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가 20대였을 시기에는 지금의 젊은 세대보다 ‘어른 울렁증’이 심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세대가 느낀 울렁증 지수를 100으로 정한다면, 현재 60대와 20대 사이의 울렁증은 40~30 정도라고 봐요. 예전에는 조직과 사회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였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지요.” 최관수(44)…“용환 씨 얘기에 공감해요. 이전에는 사회조직을 중시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개인 능력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잖아요. 현재 젊은 세대가 느끼는 울렁증보다 우리가 느꼈던 게 더 심할 수 있었죠. 왜냐하면 윗세대의 감시와 평가에 더 구애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실수하면 더 타격이 큰 시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가 울렁증을 느끼는 이유는 개인화된 사회에서 조직체계를 배우려다 보니까 생기게 됐다고 생각해요.” 주수영(30)…“저는 지금도 울렁증이 약간 있어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고쳐졌어요. 피하고 숨기보다는 열심히 부딪치는 편이 울렁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돼요. 저도 어른들과의 술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상대방의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울렁증이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솔직히 선영 씨의 울렁증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어요. 전혀 어른 대하기에 거리낌 없어 보였는데, 이런 고민이 있었네요.”
■“서로 인정하고 다가가려는 노력 필요” 정용철(60)…“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 사이에 생각의 차이는 당연히 있어요. 젊은 세대를 잘 인도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어른들의 행동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간섭처럼 느껴질 수 있죠. 간혹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지나치게 관여하면 새로운 가치관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죠. 이게 울렁증으로 나타나기도 할 것 같아요.” 권영식(61) … “요즘 젊은이들은 고학력인데다 수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익혀 왔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지식을 역전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는 책에서 얻는 지식과 달리 체험을 통해 익혀집니다. 기성세대가 쌓아 온 다년간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죠.” 최병현(24)…“어른들이랑 있으면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저희가 음악을 듣더라도 장르가 제각각이듯이, 어른들과의 공통 관심사가 적어서 대화를 못하는 면도 있어요. 정인호(26)…“저도 병현 씨가 W&Whale의 RPG샤인이란 노래를 카페에 올린 것을 봤어요. 글을 읽은 사람들이 노래 가사를 보더니 ‘이게 이런 노래였구나’하고 공감하더라고요.” 이정아(26)…“어른이라고 트로트를 좋아하고, 젊은이라고 발라드를 좋아한다는 공식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젊은이들 중에도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니, 박현빈이나 장윤정 같은 가수들이 인기를 얻잖아요. 어른과도 공통점은 분명 있을 거예요.” 김옥련(48)…“맞아요. 가족끼리 노래방에 갈 때 아이들이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동질감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트로트를 좋아해서 불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부모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겠죠. 서로 어깨동무하려는 노력이 어른과 젊은이가 친밀해지는데 필요하겠죠.” ■“권위의식 무너뜨리고 소통 열자” 기원섭(60)…“어른들이 갖고 있는 권위의식부터 무너뜨려야 해요. 다이달로스가 이카루스와 함께 날 때 나는 법을 말로만 가르치지 않고 함께 손을 잡았다면 어땠을까요? 때로는 잘못도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자식에게 보여줄 줄도 알아야 해요. 아버지라고 자식보다 항상 옳을 수 있나요? 함께 소통해 배워가는 것이 손잡는 것이죠.” 권영식(61)…“어른과 젊은이가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하고,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더 들어주는 일입니다.” 김연순(52)…“제가 식당을 운영해보니까,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집과 고집이 점점 세지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세대의 지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젊은 세대를 어리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줘야죠.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필요해요.” 이선영(24)…“들어주는 노력이 서로 부족한 것도 문제이겠죠. 젊은이는 어른의 조언을 잔소리라고 치부하고, 어른들은 젊은이가 하는 말을 어리광이라고 넘기는 때가 많잖아요. 어른들이 익힌 지혜는 젊은 세대가 역경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최병현(24)…“‘어른 울렁증’ ‘젊은이 울렁증’이란 단어는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단어예요. 서로 관계를 맺는데 대한 어려움으로 이런 단어가 생기는 일 자체가 안타까워요.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모두 사회 구성원인 만큼 서로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