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부산시에 사는 김원석 씨(32세)는 이직을 위해 얼마 전 퇴사했다. 그리고 머리도 식히고 현지 여행을 통해 영어회화 실력도 쌓을 겸, 친구가 유학 중인 미국 뉴욕에 한 달간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행 비자를 받으려면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구비서류를 가지고 가서 까다로운 인터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 씨는 “미국에 한 번 가려면 지방에 사는 사람은 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 After 경상남도 통영에 사는 심경섭 씨(33세·자영업)는 연말 휴가를 미국의 조부모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는 가까운 구청에 찾아가 전자여권을 신청한 후, ‘ESTA’ 웹사이트에 접속해 이름·국적·여권번호 등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받은 신청번호를 입력해 여행 ‘허가’ 판정을 받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챙기고 있다. 그 동안 조부모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했다는 심 씨는 무비자로 미국에 갈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1월 17일부터 한국이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 회원국이 됨에 따라, 심 씨처럼 미국을 방문하는 일이 예전보다 한결 수월해졌다. 오랫동안 진행됐던 한국과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Visa Waiver Program)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의 국민에게 최대 90일 동안 비자 없이 관광 및 상용(商用) 또는 경유의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로써 한국인은 비자를 받기 위해 복잡한 서류를 소지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번거로움 없이 몇 가지 사항만 준비하면 간편하게 미국에 갈 수 있게 됐다. 지난 10월까지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나라는 유럽 22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 등 27개 나라에 불과했다. 하지만, 10월 17일 미국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하여 헝가리·체코·라트비아·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 등 7개국을 신규 가입국으로 발표하면서 무비자 국가는 총 34개국이 됐다. 11월 17일부터 미국인들 역시 무비자로 한국을 방문할 때, 30일이던 최대 체류 기간이 90일로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 국토안보부는 2년마다 국무부·정보기관 등을 통해 VWP 가입국에 대한 자체 평가를 실시, 개별 가입국의 VWP 지위가 미국의 안보와 복지에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여 자격을 재심사한다. 이때 그들이 심사하는 기준은 ‘리턴률’이다. 즉, 무비자로 미국에 간 승객의 90% 이상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VWP 시행은 정지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외환위기 직후 미국 내 불법체류자가 급증하자, 미국은 이들 국가에 VWP 혜택을 중지한 사례도 있다. ■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편리’ or ‘불편’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은 항상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국에 가려면 미국 대사관에서 시행하는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기다려 자신의 차례가 온 사람은 구비해 온 복잡한 신청서와 재산증명서 등을 소지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입장한다. 미국에 가려면 목적이 관광이든, 비즈니스든, 유학이든, 이민이든 구별하지 않고 모두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기 출장이나 관광이 목적이면서 6개월 이상 유효한 전자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시행하는 전자여행허가제 ‘ESTA’(https://esta.cbp.dhs.gov)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한 후 사전 입국 승인만 받으면 된다.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신청서에는 기존의 미국행 여행객들이 작성하는 출입국신고서(I-94W)에 기입하는 정도의 개인 신상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ESTA 신청은 여행 전 아무 때나 가능하지만, 최소한 72시간 전에는 신청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한 번 허가판정을 받으면, 향후 2년 간은 유효하다. 하지만, 기존에 받은 유효한 미국 비자 소지자는 전자여권이 아닌 구여권을 만료 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단,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유학이나 체류 등의 비자 신분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자 신분을 변경하려면 귀국 후 또는 제3국의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뒤 재입국해야 한다. 또한, 장기 유학이 아닌 단기 어학연수라 하더라도 주당 18시간 이상 수업을 받는 학생일 경우에는 학생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미국 입국이 거절된 사례가 있거나 미등록 비행기 혹은 해상운송수단으로 입국할 때에도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범죄 기록이 있는 경우(예를 들어, 미국 내에서 또는 다른 나라에서 범죄로 체포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역시 예전대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비자 목적에 맞는 방문이 아니거나 90일 이내 체류 규정을 하루라도 어기면 강제퇴거, 재입국 제한 등의 불리한 조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의로 불법체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한, 무비자로 미국 입국 후 캐나다·멕시코 등 인접국으로 여행을 했다가 다시 미국에 들어갈 경우에는 90일 중 이미 사용한 일수를 제외한 남은 날짜만큼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 ■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국의 득과 실…“단점은 아직 無” 먼저, 여행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여행사 대부분이 “아직까지 단점은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투어’의 홍보마케팅팀 박유남 계장은 “미국 비자는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해 온 것이다. 여행사 대부분이 비자 취득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여행사가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반면, 비자 전문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홍보팀의 김태욱 대리 역시 이 같은 사실에 동의하며, “우선은 미국 여행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어 좋다. 더욱이, 기존에는 나이 든 세대들이 고가의 미국 여행을 선호했는데, 이제는 저렴한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도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장점은 대규모 여행사뿐 아니라, 소규모 여행사에도 해당된다. 소규모 여행사 ‘CNB TOUR’의 송기천 대표 역시 “미국 무비자 실행으로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여행사에는 득이 된다”며, “미국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여러 가지 여행 패키지를 기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경기불황 여파로 해외여행 관련 업계는 감봉과 감원 등 제 살 깎아먹기를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일은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미주지역은 고가 상품이어서 향후 시장을 내다볼 때 벌어들이는 수익은 증가하면 증가하지 떨어질 리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ESTA 신청서를 과연 영어와 인터넷에 서툰 어른들이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ESTA 신청서를 대행받을 수 있다고 한다. ESTA 한국어 서비스도 12월 중순쯤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행사뿐 아니라, VWP는 항공사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미국 무비자 시행으로 항공사도 운행을 증편하는 등 밝은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무비자로 연간 미국 방문객 4만5,000여 명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약 12%의 수요증가율 수치이다. 한편, 항공사에서도 고객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대한항공 제주지점은 영어로 된 ESTA 신청서를 작성할 때, 고객과 함께 단말기에 직접 접속해 여행허가 통보를 받고 최종적으로 신청번호 출력까지 도와주는 ‘미국 비자 면제안내센터’의 설치·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미국 무비자 시행으로 최근 미국 내 결혼정보업체의 교포 남성과 결혼 및 재혼 관련 상담이 늘었으며, 원정출산을 기대하여 산후조리원에 문의가 늘어나면서 한때 주춤했던 원정출산이 늘 전망이다. 이는 곧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대두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자료제공: CNBTOUR·MYVISA) ■ 미국 무비자 신청, 과연 쉽기만 할까?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장점으로만 작용할까? 이와 관련, 마이비자(MYVISA-www.myvisa.co.kr)의 권용문 사장에게 들어봤다. 마이비자는 2005년 3월에 오픈한 국내 굴지의 비자 관련 업체이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국이 갖는 이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됨에 따라, 비용과 시간 절약 면에서 이득이고, 여행업계의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우리나라가 비자 면제국가가 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 즉 국가적인 이미지가 향상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자 신청을 위해 서울로 와야 했던 지방민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이는 미국 한인사회의 친지방문 목적으로도 활성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한인에 대한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무비자로 인한 단점을 찾는다면?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예전보다 더 까다로운 심사가 요구되리라고 본다. 기존에 1분 미만이던 미국 대사관의 인터뷰가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뚜렷한 방문 목적을 물을 것이다.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당혹스럽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요구하니까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이전에 1분 안에 방문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비자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목적만 뚜렷하면 그에 합당한 서류가 없어도 충분히 설명해 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 갈 기회는 과거보다 많아질 것이다. 또한, 과거에 미국 대사관에서 관광 비자(B1/B2)를 받으면 그 기간이 무조건 10년이며, 10년 동안은 얼마든지 미국을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VWP로 입국허가를 받으면 2년 간 유효한데, 2년마다 정보변경 등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더욱이, 접수번호(Access Number)가 16자 이상의 길이로 외우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접수번호를 모르면 접근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전자승인으로 입국한 사람은 어떠한 상황이라도 비자 전환 혹은 연장이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관광 비자로 갔다 하더라도 학업 혹은 결혼으로 전환이 이뤄지는 건에 대해서는 예외상황을 두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구분 짓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번거로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기록이 있는 사람은 예전처럼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 범위가 모호하다. 음주로 걸리거나 혹은 벌금을 내더라도 범죄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기록을 미국에 준다는 것은 개인 신상정보가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갈 때,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기 위한 요령은? 우선, 입국 카드(I-94w)에 방문목적 등을 거짓 없이 사실대로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또한, 왕복항공권이 있어야 심사할 때 수월하다. 만일, 입국심사관이 요구할 때 항공권을 보여주지 못하면 방문목적을 의심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