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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귀환, 연극이 영화·드라마 명성 능가할까

이만희 작가가 쓴 2인극 <돌아서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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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7호 이우인⁄ 2008.12.16 14:50:25

박신양·전도연 주연의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 <약속>(감독 김유진)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얼마 전 결별해 그 이유를 두고 한동안 구설수에 오른 배우 김정은과 이서진, 이들을 맺어준 SBS 드라마 <연인>(신우철 연출, 김은숙 극본)은 아는가? TV를 ‘바보상자’라 치부하고 거들떠도 보지 않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위의 두 질문 가운데 한 개쯤은 ‘YES’라고 답할 수 있으리라. 그만큼 <약속>과 <연인>은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두 작품의 원작인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를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연극이 공연계에서는 유명한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부터이다. ■ 원작 <돌아서서 떠나라>의 힘 <돌아서서 떠나라>는 조직폭력배 두목과 여의사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통해 삶의 근본과 인간의 도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1996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돌아서서 떠나라>를 쓴 이만희 작가는 “동틀 무렵 조폭 출신의 60대 노신사가 지나간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흘린 눈물 한 방울에서 만든 이야기”라며,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주고 싶어 이 작품을 쓰게 됐다. <돌아서서 떠나라>는 요즘 세대가 말하는 ‘쉽고 쿨한 이별’과는 다른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데는 영화 <약속>의 공이 가장 컸다. 조직의 보스 ‘공상두’ 역의 박신양과 당찬 여의사 ‘채희주’ 역의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충무로 스타급 배우로 떠올랐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두 사람에게 <약속>은 대표작이라 할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 있다. 드라마 역시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등에서 콤비를 이룬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연출이 또다시 호흡을 맞춰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가 10년 만에 다시 무대로 복귀한다. 2009년 1월 9일부터 3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구·사다리아트센터)에서 2인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극본은 <돌아서서 떠나라> 초연의 극본을 쓰고 영화 <약속>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만희 작가가 집필했다. 그는 9월 4일 개봉하여 37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신기전>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연출은 연극 <그림자의 눈물> <내일은 천국에서> <해무>(海霧) 등을 연출한 안경모 연출이 맡았다. 2인극을 끌어갈 남자 주인공 ‘공상두’ 역에는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 <간첩 리철진> <칠수와 만수> <늙은 도둑 이야기> <투명인간 최장수> 등 영화와 연극·드라마를 오가며 각종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휩쓴 배우 유오성이 분한다. 여자 주인공 ‘채희주’ 역에는 연극무대가 처음인 1996년 SBS 슈퍼모델 출신 연기자 송선미와 연극배우 진경이 더블 캐스팅됐다. ■ <돌아서서 떠나라> 줄거리 오랜 만에 만난 두 남녀가 있다. 한 명은 사형수이고 한 명은 수녀라는 사실은 이들의 복장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들은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신출내기 여의사 ‘채희주’와 상처 투성이 환자 ‘공상두’로 처음 만났다. 예쁘고 똑똑한 인텔리 여의사와, 주먹을 휘두르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순진한 조폭 건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나 평범하지 않은 연애를 시작하고, 순식간에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행복한 연애도 잠시, 상두는 조직 간의 분쟁으로 살인을 한 후 연락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2년 6개월이 지나 상두는 희주 앞에 불쑥 나타난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 역시 상두가 부하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자수하겠다는 결심을 함으로써 끝나버린다. 다시 올 긴 이별을 예감한 희주의 부탁으로, 두 사람은 그날 밤 작은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이 끝난 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상두에게 희주는 “돌아서서 떠나라”고 말한다. ■ <돌아서서 떠나라> 기자간담회 Q&A 12월 9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만희 작가를 비롯하여, 안경모 연출·유오성·송선미·진경 등이 참석해 10년 만에 새롭게 무대에 오르는 <돌아서서 떠나라>의 영광과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10년 전에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지인의 소개로 전국구 조직의 보스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실제로 겪은 연애 스토리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와 사랑한 적이 있는데, 살인을 저지르는 바람에 4~5년 간 감옥살이를 하는 처지가 됐더랍니다. 그는 형사에게 사정을 해 수갑을 찬 채로 재즈 피아니스트를 찾아가 “기다려줄 거냐”고 물었고, 그녀 또한 “기다리겠다”고 약속했구요. 그래서 복역 후에 여자를 찾았는데, 이미 없더랍니다. 그녀를 찾기 위해 브라질과 미국·일본 등 외국에까지 찾아다녔다는군요. 60세인 그는 총각이었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는 그의 모습이 참 슬펐습니다(이만희 작가). 10년 전의 작품을 연출하게 된 의도가 있다면? 극본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만남은 운명이지만, 헤어짐은 의지다”였습니다. 이별을 택하는 일은 선택이자 의지란 생각이 듭니다. <돌아서서 떠나라>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매력을 느꼈구요(안경모 연출). 연극무대는 처음인데, 드라마·영화를 촬영할 때와 뭐가 다른가? 드라마나 영화는 촉박한 시간 때문에 재빠르게 외운 대사에 연기를 싣는 느낌이 강한 반면, 연극은 대사 하나하나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는 깊게 파고드는 부분이 연극보다 적기 때문에 항상 저의 연기에 100% 만족할 수 없어 늘 아쉽고 후회스러웠지만, 지금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관객들을 펑펑 울게 할 자신 있습니다(송선미).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은 작품인데, ‘공상두’라는 캐릭터를 연구하여 참고했나? 유감스럽게도 영화·드라마 둘 다 보지 못했습니다. 연극을 하려고 결심하고 나서는 일부러 보지 않았구요. ‘공상두’는 조폭 두목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이지만, 저는 공상두에 여성성을 많이 비춰 색다른 모습을 보일 생각입니다(유오성).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가 영화·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을 하기로 결심한 뒤,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만희 작가의 인터뷰를 찾았죠. 영화 <약속>을 작업했을 때 아쉬운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희곡을 읽고 나니 저 역시 작가의 아쉬움을 알겠더군요.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도리를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입니다. 참고로, <돌아서서 떠나라>의 제1장은 사형수와 수녀의 만남으로 시작하는데, 이 장면은 영화에는 없습니다(안경모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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