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망년회·단합대회 등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 술자리가 많아지는 계절이 왔다. 연말 송년회와 동창회 등으로 술자리가 늘면서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시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것도 하루에 2차·3차·4차 등 자리를 옮기며 술을 먹는 날이 대부분이다. 매번 이어지는 폭탄주 세례로 속쓰림이 말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약까지 챙겨 먹어가며 소모적인 술자리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올해에는 어려운 경기의 여파로 연말 외식이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 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어떤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송년회를 생략할 생각이다’가 23%인 반면, ‘집에서 송년회를 갖겠다’는 의견이 40%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63%가 외부 송년회 일정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응답한 반면, ‘이전처럼 외식으로 송년회를 해결할 예정이다’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의 송년회 키워드가 ‘나눔’이라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러 기업과 모임에서는 흥청망청 술로 보내는 망년회 대신, 술은 적게 먹고 사회기부를 늘리는 형태의 ‘나눔 송년회’를 하고 있다. ■ 연극도 보고 사랑도 나누고 미스터피자는 12월 8일 서울 역삼동 웅진씽크빅아트홀에서 서울시립 소년의 집 15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랑 나눔 송년회’를 가졌다. 이날 ‘사랑 나눔 송년회’는 미스터피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인 사랑의 열매가 마련한 행사로, 현재 사랑의 열매가 후원하고 있는 서울시립 소년의 집 150여 명의 아이들을 초청해 이루어졌다. 미스터 피자는 매년 연말 기부행사를 여는 식으로 송년회를 진행해 왔고, 직원들의 반응도 아이들과의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도 송년회 등으로 흐트러지기 쉬운 연말연시를 보다 뜻 깊게 보내자는 의미를 담아 미스터피자의 매장 및 임직원들이 모금한 기금으로 마련했으며, 어린이 난타 공연, 도우매직쇼 드림팀의 도우쇼, 피자 시식행사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됐다. 아울러 미스터피자는 피자 한 판당 30원씩을 적립해 모은 기금과 임직원 월급의 일정금액을 매월 적립해 마련한 성금 3000만 원을 사랑의 열매 측에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미스터피자의 황문구 대표이사는 “사랑 나눔 송년회를 통해 미스터피자의 임직원들과 함께한 오늘 하루가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후원금뿐 아니라 오늘처럼 뜻 깊은 행사 등을 통해 이웃사랑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가산디지털지점 직원들은 12월 30일 뮤지컬 ‘점프’ 공연 관람으로 송년회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그 대신 송년회비 중 1인당 1만∼3만 원씩을 모아 ‘119(1차에서 1가지 술로 9시까지 마시자) 송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영천 팀장은 “직원이 7명이라 기부액이 10만 원 정도지만, 조금이나마 뜻 깊은 일에 힘을 모았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에 처음 기부를 해본 동료들은 ‘베푸는 맛을 알게 됐다’며 다른 자선단체에도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서초구, ‘이웃과 함께하는 기업 송년회’ 서울 서초구는 ‘이웃과 함께하는 기업 송년회’ 만들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단순한 식사나 술자리 대신, 불우한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며 연말을 뜻 깊게 마무리하자는 취지다. 구는 겨울이 더 춥고 외로운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을 돌보는 봉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박성중 구청장은 12월 8일 이 같은 자원봉사 송년회를 권유하면서 “직원들과의 단합은 물론 온정 나누기에 앞장설 기업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식 형식의 송년회 대신 구가 마련한 봉사 프로그램은 ‘찾아가는 송년 파티’,‘크리스마스 트리·달력 만들기’,‘어르신 덧신 선물 제작’,‘연말 문화 나들이’ 등이다. 특히, 봉사자들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호응이 높다. 찾아가는 송년 파티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맛있는 과일로 장식한,직접 만든 케이크를 다같이 나눠 먹는다. 나만의 달력 만들기도 있다. 기업들은 어린이집·장애아동들이 새해 소망을 담은 달력을 만들도록 돕는다. 기념일도 기록하고 내년 계획도 세워볼 수 있다. 홀몸노인을 위한 겨울용 덧신 선물하기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준비된 재료로 보육원 아동과 직접 바느질을 하고 포장해 노인들에게 선물한다. ■ 봉사활동형 송년회 주변의 이웃들에게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기업과 동호회도 늘고 있다. 저개발국 신생아를 돕기 위한 ‘세이브 더 칠드런’의 ‘털모자 뜨기 세트 상품’(하나에 1만 원)도 직장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광고회사인 네오버넷 직원들이 70개를, 인터넷 포털 네이버 직원들이 60개를 사갔다고 한다. 전남체신청 산하 우체국들은 매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원봉사 등 사랑나눔 한마당 행사로 송년회를 대신하고 있다. 12월 1일 북광주우체국은 광주 은혜경로당을 방문, 벽지 도배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23일 땅끝 해남우체국이 불우노인요양원을 찾아 청소와 빨래·목욕 봉사를 하는 등 12월 한 달 동안 소외계층에 대한 다양한 송년 봉사활동이 이어진다. 광주 신세계백화점도 이 같은 송년 모임에 동참한다. 신세계는 송년 파티 대신 6개 영업팀이 봉사활동을 주제로 ‘희망동네 만들기’행사를 펼쳤다. 직원들은 12월 15일 광천동 주민센터 주차장에서 저소득층과 노인들을 위한 자장면 배달과 음료 서비스, 의료 지원, 이·미용 봉사 등을 하고, ‘산타원정대’를 구성해 불우이웃 57가구에게 생활필수품 등 푸짐한 선물을 나눠주었다. 현대중공업 고려수지침 동아리는 송년회 대신 지역 경로당과 복지시설을 찾아가 독거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수지침을 시술하며 온정을 전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툴링계획팀 직원 18명도 올해 송년회는 일상적인 회식 대신 ‘나눔과 섬김의 집 급식소’에서 식사 도우미 자원봉사에 나서 급식소를 찾는 노인과 실직자 200여 명에게 목도리를 선물하는 등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먹고 마시는 송년회식보다 주위의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과 실직자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라도 나누는 자리가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화 동아리인 손사랑회는 최근 지역 장애우 복지시설인 혜진원에서 장애아동들과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가졌고, ‘풍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역 고아원생 20여 명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하며 매직풍선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DVD 동호회는 동구의 화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고, 기능장회는 복지시설 보수 공사와 산동네 집수리 봉사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 사회기부형 송년회 12월 8일 하남산단 LG이노텍 광주공장은, 올해는 30여 개의 부서별 송년회를 치르지 않는 대신, 연초에 각 사무실마다 나눠준 50여 개의 돼지저금통을 털어 소년소녀가장들을 후원하기로 했다. 2003년부터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앞장서 온 이 회사는 12월 21일까지 돼지저금통 수거작업을 마치고 22일 이를 개봉한 뒤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성금을 어린이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의 한 관계자는 “1000여 명의 직원들이 사무실 저금통에 모은 동전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뜻을 모았다”며 “일부 부서는 평소 후원 중인 소년소녀가장들과 갖는 조촐한 과자파티로 한 해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노사도 40여 개 부서가 봉사활동 동아리를 중심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 10㎏씩을 나눠주는 등 쌀 나누기 운동으로 기억에 남는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술자리 대신 봉사활동이나 영화 한 편을 가볍게 함께 보는 송년회가 대세”라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친목도 다질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송년회 비용의 30%를 아껴 컴퓨터 본체 2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유니세프도 “GE코리아 직원 59명이 단체로 234만 원의 성금을 보내오는 등 불경기의 와중에도 ‘십시일반형’ 기부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