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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의 숲으로 「자연·이미지」 해석

주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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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1·102 편집팀⁄ 2009.01.20 15:59:26

주 태 석 1954년 대구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現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개인전 1983~2008 : 36회 (서울, 부산, 대구, 도쿄, 나고야, 파리) 단체전 Korean Drawing Now (부루클린 박물관, 뉴욕) India Triennale (뉴델리, 인도) 아시아현대미술제 (도쿄도 미술관, 도쿄) Seoul Art Fair (서울) Cagnes 국제회화제 (까뉴, 프랑스)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현대미술전- 자연의 소리 (캐나다) 사실과 환영-극사실 회화의 세계 (호암갤러리, 서울) 베이징 아트 페어 (베이징, 중국) 상하이 아트 페어 (상하이, 중국) 토론토 아트 페어 (토론토, 캐나다)

자연(La Nature)은 혼돈의 말들을 내쏟는 살아 있는 기둥을 가진 하나의 사원; 인간(L'homme)은 따스한 눈으로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곳을 지켜 간다. -보들레르- 주태석의 ‘자연·이미지’ 연작에 나타난 ‘나무’와 ‘숲’은 하나의 상징이다. 인간과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노래한 보들레르의 시처럼 그의 자연·이미지 작품은 자연과 인간, 정신과 물질의 상응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장(場)으로 상징의 숲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이데아의 세계를 상징하는 자연 이미지와 색채가 있으며, 삶의 현장처럼 살아 있는 풍경이 있다. 때로 숲과 나무들이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보이기도 하나, 그의 자연은 언제나 다정한 시선을 보내주고 있다. 이러한 곳에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며, 더욱 풍요로운 삶과 창조의 예술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10여 년 간 ‘자연·이미지’에 나타난 그의 자연 접근 방식은 매우 명확하다. 먼저 ①자연의 충실한 묘사 ②이상화시킨 자연 ③자연에서 벗어난 내면 탐구로 논의된다. 첫 번째로 언급되는 극사실주의 성격은 나무의 부분들과 나뭇잎, 풀 등 숲의 세밀한 묘사로 나타난다. 붓과 피스를 이용한 정밀 묘사는 눈속임의 완벽한 극점을 이룬다. 자연의 대상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부분적으로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어서 극사실주의로 언급되고 있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자연의 이상화된 모습으로 실재와 다른 자연을 그리고 있다. 화면 전체를 모노크롬으로 만들면서 나뭇가지와 굵은 나무 기둥은 극사실로 그리고 나뭇잎은 그림자와 같이 피스로 처리하게 된다. 서정적 느낌은 모노크롬의 초록색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인간이 유토피아를 찾아 나서듯, 이상화된 모노크롬의 자연 이미지는 상상의 세계를 자극하고 있다.

세 번째는 자연을 무시하거나 자연에서 벗어난 내면 탐구이다. 그의 작업은 자연에서 시작되고 자연에 충실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초자연적인 이데아이다. 자연·이미지에 나타난 나무와 숲은 사실과 추상의 이중 구조로 분할된 화면에 나타난다. 이는 현실과 환상, 물질과 정신의 대비이다. 극사실 묘사의 나무와 그림자로 나타난 나뭇잎 그림자와 숲, 또한 분할된 커다란 면을 단일색으로 칠한 추상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물질이 아닌 정신의 상징이며, 자연에서 벗어난 인간의 내면 탐구이다. 이와 같은 자연 접근 방법을 통해 그는 점차 자연주의자에서 정신주의자(spiritualiste)로 변신하고 있다. 자연은 하나의 복합적 성격을 가진 사원으로, 인간의 열정을 돌보아주며, 사랑스런 눈으로 비쳐주고 있다.

한편, ‘자연·이미지’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요소는 묘사력이다. 나무와 나뭇잎, 풀잎의 형상을 작가는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해 내고 있다. 형태의 입체감과 볼륨이 없는 그림자 효과, 간결한 붓 터치가 돋보인다. 집중력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사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추구한 자연은 정신을 바탕으로 단순한 대상의 사실 묘사에서 시작된다. 즉, 작가는 미적 개념보다 그리기에 매달리고 있다. 초기 그의 작품에 나타난 나무와 숲은 회화를 위한 모티브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리는 것 자체라고 작가는 말한다. 1970년대 중반에 극사실 경향의 ‘기찻길’ 연작을 그릴 때부터 그는 대상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소묘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 작업이라 생각하였다. 당시 극사실주의 회화의 전형으로 분류되었던 그의 작품은 모티브의 단순화와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점차 그의 소묘는 기계적 재현에서 벗어나 자연주의 미학을 바탕으로 감성적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이것이 ‘자연·이미지’의 시작이다. 현대적 감각의 환영(illusion) 추구는 이념보다 자연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각과 양식을 만들어 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넘게 제작된 ‘자연·이미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의 부분들이다. 그의 풍경은 문명 비판적이거나 환경 문제를 다루는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무와 숲을 그리면서 자연과의 다정한 교감을 원하는 한 작가의 고백인 것이다. 이처럼 ‘자연·이미지’ 속에는 일상과 상상력이 공존한다.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나무와 숲은 사진처럼 보인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나무이며 숲이다. 그러나 화면의 또 다른 부분들은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난 상상의 나무와 숲이다. 이처럼 그는 자연과 다른 자연을 그리고 있다. 나무 뒤에 보이는 그림자들, 숲의 형태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추상이다. 허상의 나무들과 숲, 그 그림자 모습은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다. 상상의 소산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색채이다. ‘자연·이미지’에서 가장 시각적인 호소력이 강한 것은 무엇보다도 초록의 색채이다. 화면 전체를 뒤덮고 있는 초록색과 이와 대비되는 주홍색이나 코발트·흰색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초적 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의 색채들이 서정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그의 자연적 색채는 인간과의 교감을 풍부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아울러 일상과 상상이 공존하는 자연·이미지에서 우리는 작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내면 세계를 엿보게 된다. 다양한 표정의 나무와 숲을 거닐면서 발견되는 자연은 어떤 규칙에 따라 수집된 사물들로 가득 찬 보고이다. 서정시인과 같이 살아 숨쉬는 자연을 노래하는 그의 ‘자연·이미지’에서 모더니즘 회화의 정점을 발견하고, 구체적 형상의 묘사적 언어로 자신의 체질을 담아내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동시에, 그의 작품을 보면서 끝없는 자연과의 대화를 비롯하여 교감과 상응이 이루어지는 사원(寺院)으로서의 자연(自然)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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