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주했던 시카고 하이드 파크라는 마을.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된 1월 20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일리노이 주 상원의원)는 환호와 감격 그리고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강의한 대통령, 그리고 시카고 대학에서 근무했던 영부인으로서는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하이드 파크의 오바마 단골 식당에서는 아침 메뉴를 5달러에 선보이기도 하고, 오바마의 단골 식당 가운데 하나인 멜로우 옐로우 식당에서는 타일러 재즈 4인조의 공연과 취임식 관람 행사가 펼쳐졌으며, 오바마의 단골 이발소 주인 자리프는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시카고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급 영향은 몹시 컸다. 내 친구가 근무하던 시카고의 한 회사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했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해고를 당한 뒤의 심정은 비슷하리라.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아 보였다. 필자는 친구의 예쁜 오픈카를 타고 시카고 시내를 순회하면서 새로운 건물, 새로운 환경에 연신 눈을 돌려 카메라에 담기를 반복한다. 시카고는 참으로 인상적인 도시이다. 날씨의 변덕이 심하고 바다처럼 보이는 미시간 호수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윈디 시티’라는 별명도 있다. 친구랑 미시간 호수를 보러 갔었는데, 처음에는 호수인 줄 몰라 웬 바다가 이렇게 멋지게 펼쳐져 있냐느고 묻기까지 했다. 게다가 파도가 넘실거리고 수평선이 보여 호수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18세기 중반부터 백인들이 살기 시작하여, 1871년 대화재 이후 건물들이 하나 둘 들어선 아름다운 마천루 라인이 유명한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108층 443미터의 시어스 타워가 있고, 특이한 형태의 쌍둥이 옥수수 빌딩 등이 건축미를 뽐내고 있다. 시카고는 인디언 언어로 ‘야생양파’ 또는 ‘늪지대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인구는 300여만 명이다. 시카고 시의 깃발은 두 개의 파란 줄과 그 사이의 빨간 별 네 개인데, 파란 줄은 물(미시간 호, 시카고 강, 호수와 강을 잇는 운하), 빨간 별 중의 하나는 불(1871년 시카고의 3분의 2를 태운 대화재)을 상징한다. 시카고는 물과 불로 번성한 도시다. 물을 다스리는 자 세상을 얻듯이, 시카고는 물을 잘 다스려 ‘세컨드 시티’(뉴욕에 이은 두 번째 금융시장)가 됐다. 미시간 호와 미시시피 강을 인공 운하로 시카고 강을 통해 연결시킨 대역사(大役事) 덕분에 시카고는 대규모의 내륙항이 됐다. 미국 동부와 대서양의 선박이 오대호를, 남부와 멕시코 만의 선박이 미시시피 강을 따라 들락거리면서 제조업과 물류기지가 들어섰고 금융도시로 발전했다. 게다가 시카고 컵스 등 야구로도 엄청 유명하다. 스타디움 역시 예술적으로 지었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 ‘건축의 도시’라는 별칭도 있지만, 알 카포네(1899∼1947:1920년대 시카고 마피아 대부)가 배경인 영화 대부(大父)의 도시이며, 배트맨을 찍은 도시이기도 하다. 배트맨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천 베일은 시어스 타워에서 대역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열연을 했다. 아! 그리고 시카고는 무엇보다 음악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등 1920년대부터 뉴올리언스의 재즈 가수들이 시카고 재즈를 꽃피우는데, 뮤지컬 시카고는 도시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것 같다. 재즈 역사에서 시카고가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블루스이다. 시카고 블루스는 버디가이즈 레전드, 하우스 오브 블루스, 블루 시카고 등의 공연장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매년 6월 블루스 페스티벌과 가스펠 페스티벌, 9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면 시카고에는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축제도 연중 열리는데, 6월에 열리는 ‘시카고 블루스 페스티벌’(8∼11일) ‘그랜트파크 뮤직 페스티벌’(14일)이 볼 만하다. 시카고에는 박물관이 13개나 있다. ‘앤디워홀 1962∼64’전(현대미술관)과 ‘투탕카멘과 파라오의 황금기’전(필드 뮤지엄)이 한창이다. 애들러 천문대, 쉐드 아쿠아리움, 필드 뮤지엄 등이 몰려 있는 미시간 호 주변을 ‘박물관 캠퍼스’라고 부를 정도다. 미라, 이집트 무덤, 미국 원주민의 공예품에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완전한 T. 렉스의 뼈대가 전시된 필드자연사박물관, 존 셰드 아쿠아리움, 과학산업박물관 등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박물관 캠퍼스'라고도 불린다. 박물관 캠퍼스 끝, 미시간 호로 돌출된 매립지에 서 있는 애들러 천문대에서 마천루 라인을 바라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시간 호의 크루즈가 출발하는 네이비피어에서도 멋진 전경이 펼쳐진다. 네이비피어에는 어린이 박물관도 있다. 친구는 시카고에 와서 피자를 먹고 가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말해 원조 시카고 피자집을 찾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손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1963년에 문을 연 코니스 피자는 정통 시카고식 피자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화이트 삭스 구장 내에서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카고 스타일 피자(빵이 부드럽고 두꺼운 딥디쉬 피자)는 맛이 그만이다. ‘밀레니엄 파크’는 시카고의 얼굴이라 해도 좋은 곳인데, 기발한 설치조각 두 점도 인기다. 수은 덩어리를 본뜬 ‘클라우드 게이트’는 거울 같은 표면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담아 보여주며, ‘크라운 파운틴’은 물이 흐르는 유리벽(모니터)으로 얼굴(동영상)을 보여주는 대형 구조물 2개를 마주 세운 작품이다. 이곳에 들어선 탑 모양의 분수 ‘크라운 파운틴’은 탑 전면에 발광 다이오드(LED)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13분마다 한 번씩 스크린 속의 화면이 바뀐다. 화면에는 시카고 시민 1000명의 얼굴이 클로즈업돼 비치며, 이들의 입에서 분수의 물이 뿜어져 나오도록 설계됐다. 링컨 파크와 그랜트 파크는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북쪽 주거 지역에도 특색 있는 거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미술관·식물원·박물관의 규모도 상당하다. 그랜트 파크에 위치한 ‘클라렌스 버킹엄 메모리얼 분수’는 25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보수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시카고의 번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인기 TV 드라마 ‘못 말리는 번디 가족’의 도입부에 사용된 이후 ‘번디 분수’로도 불리며, 시카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50갤런의 물을 담고 있는 버킹엄 분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분수 가운데 하나로, 시카고 시민에게 에펠탑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특이한 맥도날드 건물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미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도 맥도날드의 이런 특이한 형태의 건물은 없다고 한다. 워터 타워(Water Tower)는 시카고 시내의 대표적 명소다. 1867년에 급수시설로 지어져 1871년 시카고 대화재에서 유일하게 남은 건물이다. 주변은 100층의 존 행코크 빌딩을 비롯한 초고층 건물과 블루밍데일 등 고급 쇼핑가와 미술관·음악당 시설이 몰려 있는 시카고의 중심지역이다. 친구 덕분으로 짧은 시간에 시카고의 겉모습이라도 경험했다. 시간만 있다면 며칠 쉬어 가면서 시카고 전체를 다시 한 번 뜯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2006년 뉴욕에서 봤던 뮤지컬 시카고가 생각난다. 그 또한 다시 보고 싶다. 요즘의 시카고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벤치마킹을 했으면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