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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자마자 ‘빚쟁이’ 되는 대학생들

기준금리 내려도 학자금 대출 이자는 ‘요지부동’… 학자금 연체율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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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5호 박성훈⁄ 2009.02.18 14:39:07

대학을 마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는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백수’가 된 이들에게 남겨진 또 다른 이름은 ‘빚쟁이’라는 불명예이다. 전국 대학생 300만 명 가운데 63만 명이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된다. 대학생 5명 중 1명은 돈을 빌려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은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대출을 받아 공부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나 등록금을 갚으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은 멀기만 하다. 언제 풀릴지 모르는 경기 여파로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2월 졸업식이 끝나면 다시 대졸 실업자들이 사회로 유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이자를 6개월 넘게 연체한 신용유의자는 전해 3726명보다 크게 늘어난 4955명에 달했다. 신용유의자란 신용불량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많은 젊은이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신용불량이란 낙인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졸업 후 사회에 한몫을 기여하며 살고 싶다는 대학생들의 청운의 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학 등록금 대출금과 이자에 밀려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르고 오르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는 지난해 2학기 들어 7.8%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려달라는 민원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정부도 긍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 지원 장학금 혹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간담회를 갖고 학자금 대출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등록금 이자 떨어진다는 희망, 그러나… 윤증현 장관이 들어선 기획재정부에서도 대학생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내려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학자금 대출 이자도 당연히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됐다. 한국은행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약 3개월 동안 2.75%로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하향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CD 금리는 은행별 학자금 대출이 시작된 1월 19일을 기준으로 2.97%까지 떨어져 있다. 지난해 10월 6%까지 올라갔던 CD 금리는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받으면서 최근 급락했다. CD 금리와 연동되는 은행들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내려가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연 4.01∼ 5.51%가 적용됐다. 이는 한 주 전보다 0.68% 떨어진 수치로, 2001년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출시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3%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 학자금 대출 이자는 지난 학기에 비해 0.5% 내리는데 머물렀다. 학자금 대출 이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금융권과 협의해 결정 고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7.3% 이자율은 가산금리 때문 이처럼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기대를 무너뜨린 7.3%의 학자금 이자율은 가산금리가 예년 평균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의 기준금리인 국고채 금리가 대폭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지난해 2학기 기준 0.83%에서 올해 1학기에 2.05%로 대폭 인상하면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이번 학기 학자금 대출 기준금리는 국고채 금리 4.1%에 가산금리 2.05%, 수수료율 1.15%를 총합한 이자율이 7.3%”라고 지적했다. 2.05%의 가산금리는 정부에서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한 이후 평균 가산금리인 0.49%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권 의원은 “가산금리가 높은 것은 정부가 학생이 아닌 은행 편에서 위험관리 비용까지 감안해 금리를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부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덧붙인다 해도, 이는 금융기관의 손해를 막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권 의원은 “국가장학재단 설립 등 정부보증 방식을 직접대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등록금 상한제와 소득연계 후불제 도입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매년 학자금 대출 연체자 급증 2005년부터 시행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비가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행된 제도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 금리가 비싸져 대학생 복지가 아닌 대학생 수탈(?)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 중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이자조차 갚지 못해 빚더미에 앉은 학생들이 늘고 있다. 참여연대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밝힌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를 시행한 이후 이자 및 원금 연체 건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05년 연체 건수는 3780건(연체금액 105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2만1984건(657억 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4만1456건(1266억 원)으로 두 배 늘었고, 2008년 5만6456건(1759억 원)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모습이다. 연체 건수 기준으로 2005년에서 3년 만에 14배 이상, 연체 금액 기준으로 1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금리는 큰 부담이 되고 청년 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졸업 후 학자금 대출금을 갚는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라며 “정부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이 많은 20대 청년들에게 꿈을 실현해주는 날개가 아닌, 족쇄가 돼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은행 배불리기에 20대가 노출됐다” 학생들이 불법 사채시장에까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시민단체는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가산금리를 통한 은행 배불리기에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의 원금 상환과 고금리 이자에 20대 젊은이들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당장에라도 예비비·불용예산·추경·국채 발행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자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거치 기간뿐만 아니라 상환 기간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등록금액의 상한을 정하는 등록금 상한제, 졸업 후 일정 소득이 있은 후에 등록금을 갚는 등록금 후불제, 가계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차등책정제 등을 시급히 도입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약 63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중 10% 미만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무이자 대출을 받고 있고, 기초 수급 대상자 중에서는 2만 명 만이 무이자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학자금의 원금에 해당하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리는 데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 문제의 근본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장학재단 등 정부대책 시급 등록금 정책 및 학자금 대출 관련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자금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시장금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회사채 금리도 여전히 7~8%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금리만 파격적으로 낮추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은 정부가 보증만 서고 재원은 금융회사에서 나오다 보니 금융회사들의 위험부담이 이자율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바로 이자율이 떨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이자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 7.30%의 이자를 내는 계층은 전체 대출자의 3분의 1”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흩어진 학자금 대출의 통합관리와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장학재단 설립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될 경우 등록금 대출 금리를 현행보다 1% 정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이자 부담을 더 줄여주기 위해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장학재단을 설립, 재단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현재보다 이자를 1% 이상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장학재단 설립 방안과 관련한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어 현재 계류 중이다. 게다가, 정부가 약속한 학생 개개인의 형편에 맞는 각종 장학금과 대출 서비스도 올 3월에 재단을 만들어 2학기부터는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임시국회 쟁점 처리 법안에서조차 제외됐다. ■ “대입 이후 학자금 대출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졸업 후 보습학원 강사 일을 하고 있는 Y 씨(여·26세) 인터뷰 공부는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학자금 대출 도움을 받아 학교에 다닌 대학 졸업생들이 많다. 이들 중 많은 수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쉽사리 취업이 되지 않아 학자금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자신의 적성과 이상과는 관계없이 아무 직장에나 취업하고자 하는 ‘묻지 마’ 취업 준비생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졸업과 동시에 채무 상환을 해야 하는 이들의 초조한 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학자금 상환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바 있다. 그 중 인천의 한 보습학원에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 졸업생과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학자금 대출 상환 의무를 진 대학 졸업생의 실상을 알아보자. 원래 학원 강사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학교에 다니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사를 계속하였습니다. 학원에서 일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회의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쳇바퀴 돌 듯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다 보니, 내가 원하던 삶이 이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강사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르치면서 나름대로 보람을 찾으려 해도 학부모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관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더군요. 매달 수입의 대부분은 학자금 대출을 갚는데 들어갑니다. 그래도 아직 학자금 빚이 남아 있어요. 2월까지 갚으면 될 것 같아서 그때까지는 학원 일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학원 강사가 되기 전에 취업 준비를 한 적이 있습니까? “저는 3.7 정도의 학점에 토익 점수도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꾸준히 공부방 봉사활동도 해 와서 취업에는 경쟁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4학년 2학기 때에 지원서를 많이 넣었지만 서류 통과도 쉽지 않았어요. 학원 강사를 하면서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연락 오는 곳도 없고, 면접에서도 번번이 낙방했어요.” 요즘 청년실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에게 청년실업은 꿈과 희망을 막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학에 입학한 뒤로 학자금 대출의 그늘에서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그 덫에 빠져 있어요. 성실하게 살면 그만큼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을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저에게도 꿈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해요. 우선 2월까지 학원 일을 하고, 학자금을 다 갚으면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직은 20대이니까 제가 해볼 수 있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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