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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한국인 멸종한다”

인구 전문가 경고 “한국 2200년 인구 140만”…경제침체에 덮친 세계최저 출산율,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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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박성훈⁄ 2009.03.10 14:02:54

“한국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는 지구에서 한국인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월 방한한 미국의 인구 고령화 전문가 폴 휴잇(Hewitt) 박사는 바닥을 치고 있는 한국의 출산율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끝내는 지구에서 한국인이 멸종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감소 추세는 미국보다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고용불안으로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 결혼 시기를 늦추고, 이미 결혼한 부부는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폴 휴잇 박사는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한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이 나서고 국가위기위원회를 꾸려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잇 박사는 “한국이 현재의 위험을 기회로 살려 새로운 21세기형 복지국가로 올라서면 세계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출산율도 더 떨어지는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세계 최저 2008년 말에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명이었다. 이는 세계 평균인 2.54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며, 선진국의 1.6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한국은 이미 출산율이 1.76명을 기록했던 1984년에 저출산국가로 진입했다. 공식적으로 저출산국가를 규정하는 출산율 1.6명 선은 90년에 무너졌다.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진입한 것은 2001년이다. 이후 출산율이 계속 낮아져 2005년에는 1.0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쌍춘년이던 2006년과 황금돼지해였던 2007년에 출산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에 아쉽게도 출산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합계출산율 1.2명은 현재의 국내 총인구 수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성 1인당 출산 자녀수인 ‘대체출산율’ 2.1명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폴 휴잇 박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이젠 1.1에 가깝다”며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을 뜻하는 ‘인구대체수준(population replacement level)’은 2.1이지만, 한국은 이런 기준의 4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베이비 붐이 있었지만, 1983년 이래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월간 인구동향에 따르면, 2008년 11월의 혼인신고 건수는 2만7000건으로 2007년 11월(3만3600건)보다 6600건(19.6%) 줄었다. 산부인과를 찾는 임신부 수도 확 줄었다.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S 산부인과의 원무과 관계자는 “병원에 등록된 임신부 수가 작년보다 절반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도 육아 강의 등 여러 행사를 마련해 출산 거부감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출산기피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장 먼저 극심한 경영난에 문을 닫는 병원이 산부인과이다. 2008년 10월의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은 1679곳으로 1년 전에 비해 87곳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성장률 1%면 내년 출산율 0.85명 될 수도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에 머물 경우 2010년 출산율이 1.08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85명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연령층인 15~49세 여성이 평균적으로 낳는 자녀 수로 측정하는 수치이다. 부부가 평생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선 국내 출산율이 낮은 근본 이유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출산율 통계의 함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합계출산율은 앞에서 정의 내린 것처럼 태어난 자녀 수를 15~49세 여성 수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분모에 해당하는 여성의 연령 분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데에 통계의 맹점이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의 여성들은 15세에서 20세 초반까지는 임신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40세 이후에도 임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며 합계출산율의 맹점을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현재 40세 이후의 여성은 6·25전쟁 직후 베이비 붐 시기인 60년대 초반에 태어나 이 연령대의 인구비중이 크다. 우리나라 인구비중에서 40대 등의 중간계층이 넓게 펴져 있는 항아리 구조도 여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유 상무는 “합계출산율 계산 방식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저평가될 수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 현재의 40대 여성들이 모두 계산식에서 빠지면 분모가 크게 줄면서 국내 출산율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됨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한국 민족의 존립 기반이 와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할 수 있다. ■“인구 붕괴는 곧 경제 붕괴” 다시 폴 휴잇 박사의 전망을 들어보자. 휴잇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어서 21세기 중반에 한국은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으면 2100년에는 현재 인구의 1/3 이하로 줄고, 2200년에는 총 인구가 140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인구 감소는 존재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만큼 빠르게 인구 규모가 붕괴되는 나라는 없다. 휴잇 박사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아마도 평생을 살면서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경제가 붕괴되는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며 “인구 감소는 이를 막으려는 어떤 조치나 고령화 정책 자체를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인구학 전문가들도 한국의 미래에 부정적인 의견을 언급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출산율의 하락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칠 것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삼식 연구위원은 “70년대 오일 쇼크, 90년대 IMF 같은 경제 쇼크 후에도 1~3년 간격을 두고 출산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됐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출산율이 급락해 내년 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광희 한국인구학회장은 “지금 느끼는 경기침체 심리가 IMF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출산율 추락이 확연해져 내년 출산율은 1.0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전망했다. 전 학회장은 “정부가 보육 정책이나 가족친화적인 정책 일부를 고치는 정도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며 “정부가 출산 가족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나중에 초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노동력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 등 국가적 재앙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무서운 얘기”라고 우려했다. ■육아 문제 해결돼야 출산율도 오른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저조한 출산율을 우려하면서 “내가 낳을 수도 없고”라며 푸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일단, 실제 가임연령대인 25~29세의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1995년의 20대 후반 출산율은 1.7명으로 한 부부가 2명에 가까운 자녀를 두고 있었다. 이게 2005년 들어서는 92.3%로 가정당 1명의 자녀도 갖지 않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유병규 상무는 “젊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는데 비해 이들의 육아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젊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육아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출산율 증가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제 활성화는 인구의 증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폴 휴잇 박사는 “한국의 인구구조가 1960년대의 피라미드 형태에서 2010년에는 양파 형태로, 2050년에는 물항아리 모양으로 변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노년층보다는 유년층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휴잇 박사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1자녀 이상 가구에게는 보너스 및 세금혜택을 주고 자녀가 없는 가구는 세금을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 문제에 대해 “교육비용이 많이 들고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도 충분치 않아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갖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며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에서는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한국 사회는 노인을 돌보거나(Bedpen) 아이(Baby)를 돌보는 2B 업종에 종사할 사람이 많아야 한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와 함께 저조한 출산율을 끌어올릴 직종이 2B 업종이다. 태아성별에 따른 낙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고, 70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 대한 보조금과 인센티브, 이민인구 유입 등이 필요하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출산율 저조 현상으로 한국인이 멸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데 비해 국민 모두는 각성해야 한다. 물론 경기가 어려워 자녀 양육이 쉽지 않다. 날로 치솟는 자녀 양육 및 교육비는 부모를 압박해 도저히 아이를 낳고 싶지 않게끔 만든다. 인구의 감소는 결국 생산력 부족으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출산율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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