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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투어시대, 외국환자 몰려온다

5월부터 외국인 진료 확대, 병원·관광업계 ‘들썩’…내년까지 10만명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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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9호 박성훈⁄ 2009.03.17 16:43:00

지난 1월 초에 해외 환자 유인·알선 등을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5월부터 외국인에 대한 진료를 대폭 확대하는 등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에 앞서 의료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부는 3월 안에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올 상반기 안으로 재단법인화해 해외홍보 및 국내 의료관광 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체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외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진료를 받다가 의료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 사법적인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있다. ■ “한국 의료기술 세계 최고” 정부는 2010년까지 외국인 환자 10만 명을 유치해 1조 원 가량을 벌어들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제반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 장관은 2월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간담회에서 “삼성이나 LG의 LCD TV처럼 간 이식이나 암 수술에서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외국 환자도 한국의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수년 간 외국 환자가 유입되더라도 진료에 문제가 없다”며 “의료기관이 희망하면 외국인 전용 병동을 설치하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외국인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의료법인을 꾸리길 원하는 외국인에게 해당국의 면허를 인정해주고, 의료기기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법도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국제병원인증기구(JCI)’의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도 10곳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인증을 통한 국내 의료기관의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JCI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유일하다. 전 장관은 “현재 미국 의료기관 인증제도인 JCI 인증을 받은 기관이 1곳이지만 조만간 10개가 추가로 인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제도를 국가인증제도로 전환하고 이 국가인증제도에 대해서도 국제인증을 받아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 대형 병원들, 외국인 맞춤 서비스 증진 국내 의료기관과 관광업계는 새롭게 확산될 의료 수요구조에 대처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해외 환자 유치와 함께 증가하게 될 암 진료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 확충에 나섰다. 의료 서비스와 관광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의 융합으로 양 업계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업무 결합을 시도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이미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한국의 의료관광 대열 합류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진료수가를 낮추려는 등의 대처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제 시작을 앞둔 의료관광 사업에 경쟁국마저 경계태세를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3월 2일에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러시아인들이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단체로 한국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러시아 관광객들의 한국 병원 검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에 러시아의 아르촘 시와 맺은 의료관광 양해각서에 따라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극동 러시아 지역은 지난해에 2500명이 외국에 나가 원정치료를 받은 의료관광시장이다. 건국대 병원에서는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에서 온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2008년 말에 전통 이슬람 양식으로 도축된 소·양·닭고기 등 아랍권의 식재료를 직수입해 이슬람 음식 평가회를 열기도 했다. 이 병원은 두바이에서 열린 의료박람회에 참가하여 병원을 홍보한 바 있다.

■ 이름 바꾸거나 병상 늘리는 병원도 대형 병원들은 이미 외국인 환자를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에 착수한 지 오래다. 이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병상을 늘리거나 이전과 다른 의료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변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환자들이 전문화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현실에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돼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도 3월 1일 ‘강남세브란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병원은 ‘명품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고급 호텔급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레파킹(대리주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2008년에는 미주 한인회와 재미교포에게 의료일정의 우선권을 주어 치료기간을 단축하는 ‘패스트 트랙’ 협정도 체결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한국 환경이 낯선 외국인 환자들을 배려해, 이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전체 프로세스를 일대일로 도와줄 전담 코디네이터를 육성하고 있다. 암센터에서는 ‘4명의 의사가 한 명의 환자를 한 진료실에서 진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강남성모병원은 3월 23일부터 ‘서울성모병원’으로 개명하고, 1200병상 규모의 새 병동을 개원한다. 오는 4월에 암센터를 개원하는 서울아산병원도 기존 병상에 750병상을 더해 2700병상 규모를 갖춰 국내 대형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지난해 이미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심혈관이미징센터·당뇨병센터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치료센터를 올해 속속 개원한다. 내과·외과·방사선과 등의 관련 의사들이 모여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뒤 수술을 할지 항암치료를 할지 종합적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진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 홍보 주력 현재도 외국인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한국의 의료관광을 소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엔고현상으로 물밀듯이 한국을 찾고 있는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5일과 6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설명회를 열어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홍보했다. 이 설명회에는 연세대·경희대·인하대 등 유명 의과대학 부속병원과 크고 작은 의료기관이 참여해 관광과 의료의 융합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건강검진, 미용·성형, 한방, 치과(치아미백) 등의 의료사고 위험도가 낮은 의료상품들이 소개됐다. 관광공사는 지난 2월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중동과 극동 러시아 등지에서도 이 같은 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 해외환자 유치가 본격화되는 오는 4월에 맞춰 NBC와 CNN 등 해외 유수의 언론매체에 한국의 의료관광을 기사화시키는 등 전면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계자는 “의료 서비스도 한국의 관광 콘텐츠로서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관광공사의 의무이자 역할”이라며 “해외 목표시장의 동향과 특성, 여행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손님 유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의료 분야는 피부관리와 한방·성형·건강검진·척추수술 등의 진료과목이다. 미국과 중국·일본·극동 러시아 등 목표시장도 정해진 상태이다. 특히 사할린과 연해주 등지에는 한인 동포가 거주하고 있어, 극동 러시아가 최대 주력 시장이 될 전망이다. 관광공사는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사를 의료관광 업무주체로 특화시켰고, 현지 간호사를 고용해 국내 의료관광 원스톱 서비스 센터와 연계할 방침을 세웠다. ■ 의료분쟁 대책, 외국인 전담 인력 등 해결과제 산적 하지만,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외국인 환자 진료가 일단 시작되면 병원과 모객업체 곳곳에서 의료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위한 세부기준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외국인 환자 지정병원을 통해 병원들과 모객업체 사이에 제휴가 오가고 있지만, 의료분쟁이 일어날 때 어느 나라 법에 따라야 하는지 등의 대처 방안이 여전히 미결 상태라 일단 모든 진행을 중지시켰다고 한다. 진료비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에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진료비를 공시하는 것을 의료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 홍보를 위해서는 공시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진료비 홍보를 보고 국내에서 적용되는 비보험 항목과 비교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인을 전담할 의료 관련 인력의 양성도 시급한 문제이다. 일선 병원에서는 영어 구사가 가능한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이 올 때마다 접수와 안내, 진료 통역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전국 44개 대형 병원 중 외국인 환자 전담 의사나 24시간 긴급 콜센터를 갖춘 병원은 4~5개에 불과하고, 환자 가족이 체류할 수 있도록 중저가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병원은 아예 없다. 게다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때로는 국내 체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6개월 이상의 비자 발급도 어렵다고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 장기적인 과제로 꼽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태국의 병원에서는 이슬람권에서 온 환자를 배려해 코란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서비스 표준화는 해외 손님이 국내 의료기관에 와서 편안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기 때문에 환자를 만족시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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