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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정화된 풍경 - 노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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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편집팀⁄ 2009.03.31 14:07:49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도쿄 국제무역박람회장에서 열린 ‘도쿄 · 인터내셔널 · 아트쇼’를 관람했다. 이 전시는 국제 미술견본시로서 순수미술(Fine Arts)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소수의 한국 작가들도 참가했다. 그 중에 노태웅이 ‘마쓰가와 갤러리’를 통해 출품하여 관람객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판매에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이 이처럼 일본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작품적인 완성도와 함께 새로운 미적 정서를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닌, 캔버스에다 모래를 고착시킨 독특한 소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색다른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모래를 이용하기 때문에 새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래의 사용은 표면질감의 균질화라는 새로운 미적 해석의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서양화에서의 마티에르는 사실주의 이후 중요한 표현수단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일테면, 마티에르는 작가의 감정의 피부와 같은 의미로 이해되며, 실제로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마티에르, 즉 질감은 작가의 감정상태를 분석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의 경우, 모래에 의한 균질화된 화면에서 마티에르 효과는 오히려 억제된다. 마티에르 효과를 위해 모래를 사용한 것은 아닌 까닭이다. 어느 면에서 그 자신의 감정상태를 철저히 은폐시키기 위해 균질화된 화면, 즉 모래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했다는 심증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작가 자신의 감정표현을 담지 않으려는 의도로써 붓 자국의 표현이 용이하지 않은 모래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모래에 의해 균질화된 표면질감은 화면의 구조적인 안정감뿐만 아니라, 표현의지를 화면 전체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미적 정서는 순수· 정적· 침묵 등이다. 그의 그림은 사실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략적이고 함축적임을 알 수 있다. 보다 설명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적 형상들은 감춰진다. 자신의 조형논리에 필요한 이미지들로만 짜여진 지극히 선택적인 화면 구성은 통일된 공간을 허용한다. 여기서는 통일공간은 생략적이고 함축적인 이미지의 간결함으로 가시화된다. 바꾸어 말하면, 비표현성을 강화함으로써 표면질감의 균질화에 상응하는 단순하고 요약된 사실적 이미지를 남길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략·단순·간결한 이미지는 사물을 한 가지 색깔로 통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통일감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정지된 시간의 시각화라는 인상이 짙다. 사실적인 이미지이면서도 거기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도, 시간도, 삶도 그리고 일체의 사유마저도 정지된 진공상태라고나 할까. 또는 TV를 통해 처음 보았던 월면의 인상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이처럼 차가운 개관화를 일찌기 본 일이 없다. 그의 그림에는 작가의 뜨거운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모래를 뿌려 놓은 듯한 침묵은 우리에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오늘 우리들의 삶의 현장이건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객관성 탓이다. 하지만, 그림의 표정은 순수미에 겨냥되고 있다. 모든 움직임이 일시에 정지된 듯한 그 차가운 형상 속에 담겨진 대상의 순수함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실체로서의 대상에 주어지는 순수미는 새삼 우리의 시각을 관조의 세계로 이끈다. 정화된 풍경이라고나 할까. 사물이 지닌 본래의 있는 사실적 이미지 등이 그의 조형어법을 형성하는 표현단위들이다. 예사로운 일상적 풍경을 전혀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그의 그림이 지닌 비밀은 무엇일까? 극단적인 채도 및 명도에 기인한 색채대비, 햇빛과 그림자에 의해 명확하게 떨어지는 강렬한 사실적 이미지에 묘의가 있다. 사실적인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회화적인 표현성의 강조에 그 원인이 있다. 여름 한낮 어두운 실내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느끼는 눈부심 속에 떠오르는 그 적요한 인상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강렬한 햇살에 의해 사실성은 시야 밖으로 밀려나고 퇴색한 듯한 풍경이 시야로 뛰어드는 체험과 마주했을 때의 그 짤막한 충격이 그의 그림 속에 내재하는 또 다른 정서이다. 그의 그림은 확실히 종래의 여타 작품들과 비교되지 않는 개별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 그 같은 새로운 체험이야말고 예술표현의 당위성이 아닐까.

노 태 웅 개인전 20회 한국화랑협회 미술제(1986·1988·1996) Tokyo International Art Show(도쿄) 한국 국제아트페어(2002 부산) Garrery Matskawa 개관기념 초대전(일본) Art House Garrery 초대전(일본) 정예작가 초대전(서울신문사 갤러리) 한국현대회화의 모색(오스트리아) 한·러 초대작가 교류전(러시아) 한국미술의 위상전(백상갤러리) 한·일 교류전(일본 센다이,나가사키) 비엔날레 1993(프랑스,그랑빨레) 풍경의 풍경전(2001 부산시립미술관) 2000 밀레니엄 환경미술전(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의 길전(서울,예술의 전당) 부산 국제아트페어(부산벡스코) 제네바 아트페어(스위스) 대구시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목우회공모미술대전, 한유회 공모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현재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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