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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지구, 제2의 용산참사 ‘화약고’

2007년 4월 바뀐 시행규칙에 희비 엇갈린 무허가 건축물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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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박성훈⁄ 2009.04.09 16:20:53

서울시 강서구의 마곡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SH공사와 토지세입자들 간의 분쟁이 심하게 일고 있다. 마곡 도시개발사업지구는 2007년 12월부터 SH공사가 대단위 도시개발을 시행하고 있는 강서구 공항동·가양동·마곡동·방화동 일대의 지역으로, 보상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마곡지구에 거주하는 사람 대부분이 토지를 임대해 컨테이너나 비닐 하우스 등 무허가 건물을 짓고 영업해 온 토지세입자이다. 이들은 영업권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돼 SH공사로부터 영업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 이전비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실정이다. 마곡지구 세입자협의회는 지난 1월에 두 번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강서농협을 방문해 영업손실보상 요구집회를 열었다. SH공사가 농협건물 5층에서 토지보상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일에는 개포동에 위치한 SH공사를 방문해 영업손실보상 요구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지역의 세입자들은 지난 1월 용산 4구역 남일당 빌딩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참사가 이곳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곡지구에서도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세입자들 사이에 팽배한 것이다. ■ 유난히 무허가 건축물 많은 마곡지구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곡창지대이다. 김포평야의 끝자락에 자리한 마곡지구는 서울에 편입되기 전부터 농경지였고, 김포 공항이 들어선 뒤에는 개발이 묶여 다른 서울의 변두리처럼 동네 모습이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4년에 들어서면서 마곡지구 개발 논의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2004년 6월에는 강서구 주최로 ‘마곡지구의 바람직한 개발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2003년 10월에는 마곡지구 개발자문단이 결성돼 마곡지구 개발 방향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2005년에는 강서구청장이 이주대책을 발표하고, 2007년 12월 28일에는 시에서 시행을 발표했다. 지구에 속한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인 가양1동·발산1동·방화1동 등의 일부 지역은 대략 2008년 하반기부터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마곡지구는 토지 대부분이 농경지이고, 불법 형질변경이나 무허가 건축물로 들어선 건물들이 많다. 한 세입자는 “103만 평 규모의 마곡지구에는 농지가 많다”며 “군데군데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기업을 운영하는 세입자들은 구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소득세도 납부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인근에 민간공항이 있어 물류회사나 창고 등 유통 관련 업체가 발달했고, 이를 비롯해 택시회사·카센터·광택회사·화훼단지·식당 등 다양한 업종이 자리하고 있다. 전기공장이나 알루미늄 회사 등 대규모 공장에서부터 고물상·폐기물처리업·건축자재 판매업 등 야적이 필요한 업종도 다수 밀집돼 있다. 대규모의 농경지 주변으로 세입자협의회가 230여 개로 분산돼 있을 정도로 여러 이해관계와 입장이 분산돼 있다. 지금부터 2년 전까지만 해도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영업권 대상자로 인정받아 재정비나 개발사업 등 국가 공익사업에서 최소의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4월 12일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 핵심은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45조’ 창호업체 효성엔지니어링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노재균 씨와 15명의 조합원은 마곡도시 개발구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허가된 대로 영업행위를 했으나,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했다는 이유로 영업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국가에 민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노 씨는 “SH공사에서 무허가 건물주의 경우 영업권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나오자 세입자들이 전부 반발했다”면서 “행정심판까지도 해보자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진정을 접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씨를 비롯한 세입자들은 국토해양부에 민원을 신청했다. 그러자 권익위는 서울시 관할 구역의 개발사업 관련 건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로 민원을 이전했고, 이는 결국 개발사업 주체인 SH공사로 내려왔다. 서울시에 민원을 접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러 번의 답변과 회신이 내려왔지만, 내용은 매한가지였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45조’에 근거해 영업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세입자들의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현재 양측의 이해를 조율하고 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2007년 4월 12일 이전에는 컨테이너나 비닐 하우스 등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사업자 등록 등 적법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면 영업권 대상자로 일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에서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사업인정 고시일 전부터 무허가 건축물, 불법 형질변경 토지, 다른 법령에서 물건을 쌓아 놓는 행위가 금지되는 장소가 아닌 ‘적법한 장소’에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영업”에 대해서만 영업손실을 보상한다고 바뀌었다. “다만, 무허가 건축물 등에서 임차인이 영업하는 경우에는 그 임차인이 사업인정고시일 등 1년 이전부터 ‘부가가치세법’ 제5조에 따른 사업자 등록을 하고 행하고 있는 영업”이라는 단서도 추가됐다.

결국 무허가 건축물에서 영업행위를 해 온 사람들은 시행규칙 공포 이후로 영업권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영업권 대상자애 포함됐다면 3개월 간의 영업손실보상금과 개발사업 이후 점포(5평) 입주권·이전비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전비만 받고 마곡을 떠나야 한다. ■ 마곡지구 사업부터 무허가 건축물 영업보상 ‘뚝’ “무허가 건축물, 불법 형질변경 토지, 물건 쌓기가 금지된 장소에서의 영업은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SH공사의 한결같은 회신에 세입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전에 시행된 다른 지역의 개발사업에서는 무허가 건물 소유자들도 3개월간의 영업보상과 이전비를 받았는데, 마곡지구부터 영업손실보상이 뚝 끊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변경된 시행규칙이 적용된 개발사업은 마곡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영업보상 대상자라고 오인하고 있는 무허가 건축물 사업자도 다수 있다고 한다. 세입자협의회 지치영 총무는 “마곡지구 개발이 시작되기 불과 40일 전에 개발이 시작된 문정지구에서는 우리와 사정이 같은 토지세입자들도 영업보상과 이전비를 모두 보상받았다. 사업자도 같은 SH공사인데 처우가 판이하게 다른 것은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재균 씨는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 영업을 시작한 무허가 건축물 사업자들이 신설 규칙의 적용을 받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훨씬 전부터 영업을 해 온 사람들에게까지 소급적용을 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의 부칙에도 ‘공포시부터 규칙을 적용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공포 이전의 영업자들에게까지 시행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부칙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세입자들은 법제처로 달려가 개정된 시행규칙을 해석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시행규칙의 해석은 해당 정부부처의 요청이 법제처에 접수되면 9명의 위원이 심사 한 후 과반수 이상의 의견에 따라 규칙 개정을 권고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은 해당 부처에서만 할 수 있어 법제처의 의견은 참고만 될 뿐이다. 게다가 국토해양부는 장관급 기관이지만, 법제처는 차관급 기관이다. 한 세입자는 “질의서를 두 번 보냈는데 이의 없다고 왔다”며 “법제처가 국토해양부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파란하늘 행정사무소 임해철 행정사는 “국회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서 영업보상과 관련한 토지세입자의 재산권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하위규칙이자 정부에서 만드는 시행규칙이 법률정신에 어긋나는 상황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조합원들의 물권 조사를 한 후 영업보상을 위한 계획공고를 했고, 시행규칙이 개정 된 이후 보상계획공고 시점에 따라 영업보상을 하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 업종 특수성 외면한 이전비 감정평가 이들이 시행규칙에 의해 영업보상 대상이 아니라면 이전비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지만, 감정평가가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이루어져 논란을 낳고 있다. 마곡지구의 경우 지난해 감정평가를 통해 3조5000억 원의 보상비용을 책정해두고 있다. 시행사업자인 SH공사는 지난해 말 `이주대책 및 대토보상계획 공고`를 내고 토지·건물 소유자와 세입자 등으로부터 이주대책 등 보상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주 협의회와 SH공사, 서울시 등 3자에서 감정평가사가 파견돼 지장물 조사를 마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설치비에만 8억 원이 투입된 업장의 이전비를 1억2000만 원 정도로 책정하는 등 감정평가사의 재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테면, 보통 이전비는 5톤 트럭 대수 기준으로 책정한다. 그런데 창호업체의 경우 트럭 한 대에 창을 두 장밖에 못 싣는 경우 등 업종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세입자는 “이사비용이 고작 20만 원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특수설비에 대한 감정평가에 한계가 있다면 자문 견적업체에 자문을 구할 수 있지만, 이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다른 업종의 경우 감정평가 결과가 통보됐는데, 고물상 업계만 유독 결과가 발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이 지적한 임해철 행정사는 “감정평가와 관련된 세부지침에 공익사업법과 영업권과 관련한 시행규칙이 있고, 영업손실보상 평가지침 등 많음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정평가사가 평가액을 낮게 책정해야 다음 사업에서도 고용되는 등 시공사 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지적에 대해 SH공사의 관계자는 “이전비 감정평가는 토지보상법에 명기된 대로 토지소유자 평가사와 한국감정평가협회에서 추천한 평가사 등 세 명이 평가를 한다”며 “이전비는 넉넉히 평가를 해주고 있지만 피평가자는 항상 부족하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토지보상이 끝나면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세입자는 “용산사태는 사람이 죽었지만, 여기도 대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한다. “토지보상이 끝나면 철거 특공대가 들어올 것입니다. 철거민들을 몰아내는 용역이죠. 그러면 세입자와의 마찰은 더 심각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도 SH공사에서는 이주를 언제까지 하라는 말도 없어요. 세입자들도 이주할 준비도 안 돼 있고요. 막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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